생수 가격은 왜 부르는 게 값인가
생수 가격은 왜 부르는 게 값인가
  • 노미정 기자
  • 호수 190
  • 승인 2016.05.13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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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값 ‘맘대로 책정’ 논란

▲ 생수 가격에 기준이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과거에는 아무 의심 없이 수돗물을 마시던 사람들의 생수 소비량이 점점 늘고 있다. 깨끗하고 건강한 물의 이미지가 수돗물에서 생수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마시는 물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있다. 문제는 기준 없이 널을 뛰고 있는 생수 가격이다.



물을 사서 마시는 게 이제 일상이 됐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정용 생수(먹는샘물)를 대량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수돗물이 음용수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수돗물 음용률은 5.4%에 불과하다. 미국(56%)과 일본(52%)보다 낮은 수치다.

생수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또 있다. 소량 구매 성향이 강한 1~2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BGF리테일(CU편의점)에서 1~2인 가구의 생수 구매 비중은 2012년 56.1%에서 2014년 60.1%로 2년 새 4.0%포인트 증가했다.

생수회사 매출도 늘었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약 45%)인 제주삼다수의 지난해 매출은 2190억원으로 전년(1960억원)보다 11.7% 증가했다. 시장점유율 2위(약 7%)인 농심 백산수의 매출도 2014년 273억원에서 2015년 350억원으로 28.2%나 껑충 뛰었다. 문제는 생수 가격이다. 생수시장이 본격 성장기에 들어섰지만 생수 가격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 브랜드와 유통채널에 따라 판매 가격이 다르게 책정돼 소비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시 목동 소재 H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생수 4개 브랜드 가격(2L들이 6병 묶음 기준)을 비교해봤다. 제주 삼다수는 5460원, 농심 백두산 백산수는 4320원, 롯데칠성 아이시스8.0은 3480원, H대형마트 PB 맑은샘물은 2000원이었다. 판매 가격이 가장 비싼 삼다수와 가장 저렴한 맑은샘물의 가격차는 3460원에 달했다. 롯데칠성의 아이시스 6병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유통채널에 따라서도 생수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서울시 물가정보센터에 따르면 목동 소재 H대형마트에서 2L들이 6병 묶음에 5460원이던 제주 삼다수가 같은 동네 A백화점에선 53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같은 기간 B백화점 노원점에선 6000원, C편의점 본사에서는 9300원으로 판매 가격이 책정됐다. 가장 비싼 C편의점 본사와 가장 저렴한 A백화점의 삼다수 판매 가격 차이는 4000원이나 됐다. 많은 소비자가 생수 가격에 불만을 나타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생수 가격대가 적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제주 삼다수)의 한 관계자는 “삼다수는 화산암반수로 만들어 물맛이 부드럽고 건강에 이롭다”며 “소비자도 그 점을 알기 때문에 계속 삼다수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생수 제조방식이 다르고, 미네랄 함유량도 높다”며 생수의 판매 가격이 다양한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2014년 발표한 ‘먹는샘물 및 먹는해양심층수 테스트’ 보고서를 보면, 생수회사가 성분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시모에선 “수원지와 제조원이 같아도 판매원(브랜드)에 따라 생수 가격이 다르고, 미네랄 함유량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가령 CJ제일제당 미네워터의 미네랄 함유량(55.4㎎/L)은 글로벌심층수 딥스의 미네랄 함유량(74.6㎎/L)보다 낮았다. 하지만 가격은 미네워터가 딥스보다 5.6배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로 두 브랜드의 수원지와 제조사는 각각 강원도 속초시 외옹치, 글로벌심층수로 같다.

성미경 숙명여대(식품영양학) 교수는 “생수별로 영양학적 차이를 찾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생수 성분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수없이 발표된 상황”이라며 “기업에서 미네랄·수소 함유량을 부각하는 건 과대광고”라고 꼬집었다. 성분 차이를 내세우는 건 회사의 판매전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수돗물의 공공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 총장은 “생수만 안전하다는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며 “당국이 수돗물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때 비로소 소비자도 수돗물과 생수 중 어떤 것을 마실지 진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재인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생수가격도 더욱 합리적으로 책정될 것이란 얘기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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