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 화가 정용근

▲ ❶ light 1 ❷ light 3 ❸ 손 ❹ 손 2

빈센트 반고흐는 가난한 목사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화상의 점원 일을 거쳐 목사가 됐지만 만족하지 않고 27세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작품 중 1888년작 ‘늙은 농부 파시앙스 에스칼리에의 초상’이 생각난다. 농부는 두 손을 모으고 있지만 일반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과 다르다. 왼손이 오른손을 포옥 감싸며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정용근 화가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주를 보였다. 하지만 그림과는 무관한 직장을 다녔다. 그의 안에 잠재해 있던 그림을 향한 열망은 자신이 근무하는 현장을 소재로 간간이 이뤄졌다. 30세 초반에 신학 공부를 시작한 그는 신학대학을 졸업했지만 목회자가 아닌 화가의 길을 택했다.

정용근 화가의 그림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2000년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으면서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역대 수채화로 대상을 받은 것은 의미가 상당히 컸다. 일반적으로 수채화는 물을 많이 사용한 투명수채화와 물을 적게 써서 그린 불투명수채화로 구분한다. 그래서인지 불투명수채화 기법에 가까운 정용근의 수채화는 유화적 느낌이 난다.

정용근 화가는 수채화, 아크릴, 유화 등을 구분하지 않고 재료를 쓴다. 특히 수채화는 사진처럼 뚜렷하다. 과장이나 왜곡을 가급적 피하고 성실하고 충직한 묘사력을 동원해서인지 맑고 담백하다. 그의 인물화는 주변뿐만 아니라 러시아·중국 등 다양한 원주민의 소박한 모습을 담아낸다. 주로 서민이나 농부의 삶이 담긴 모습이다. 나뭇가지를 들거나 곡괭이를 어깨에 걸친 농부, 장터에 나온 노인과 고된 일을 하는 소녀, 소수민족의 여인,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모습들이다.

최근엔 내면의 신앙적 깊이를 더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기도와 묵상으로 절제된 모노톤의 함축미를 보인다. 기도하는 모습인 손을 담은 화면은 구상과 추상이 조화롭게 구성돼 있다. 동양화에서 보일 만한 여백 처리도 신비한 여운을 남긴다. “신과 인간이 만나는 작품이기에 그분의 섭리와 음성을 듣고 그리기에.” -작가노트- 신앙심이 깊은 화가는 신과의 조화를 꿈꾸는 듯 보인다. 인간의 손을 빌려 신의 섭리와 음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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