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 이보윤 화가

▲ ❶ 여우가 시집가는날 ❷ 집으로가는길 ❸ 두근두근 내인생

6~8월이 되면 많은 이들이 국내든 해외든 여행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여행이라 할지라도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않다. 언어나 습관,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한 피로감이 많은 긴장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 생각이 간절해지기까지 한다. 회귀본능과 함께 아늑함에 대한 그리움의 장소가 바로 집이다.  

이보윤 화가의 눈에 비친 집의 풍경은 소박하다. 그의 그림엔 화려하지 않은 자그마한 동네 골목길이 등장한다. 그 사이사이에 만들어진 낮은 담장도 보인다. 집 마당엔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이 나타난다. 그림 속 집의 풍경은 아늑하고 평화로움이 가득한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금 덜 마른 빨래, 여기저기 널려 있는 화분들, 아직 버리지 못한 봉투 안의 잡동사니. 오후의 참새들과 고요한 구름. 매일 지나치는 똑같은 길 익숙한 풍경. 너무나 소소해 눈이 마주쳐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그 모습들 [작가노트]

서양미술교육에서 우선하는 건 원근법과 음영의 표현이다. 원근감은 거리감을 나타내고 음영은 양감 표현에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보윤 화가의 그림에는 원근감은 존재하나 음영에 대해 의식된 표현이 없다. 동서양의 화법이 접목된 자유로운 색상만이 변화를 보인다.

‘여우가 시집가는 날’에는 동네 넘어 저 멀리 저 동네에 있는 집들의 표정이 담겨 있다. 거대한 뭉개구름이 피어오르는 마을 뒤에는 무슨 일이 있을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빨랫줄 여기저기에 옷이며 이불이 널려 있다. 장독대에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길가에는 어지러이 널려 있는 봉지와 방금 일하다 놓아둔 듯한 물건이 보인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풍경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샐러리맨의 고단함이 함축돼 있다. 이보윤 화가는 무겁고 힘들게 느껴지는 삶의 여정을 길고 좁은 계단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주변은 풀로 채워 넣는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늦은 밤을 강조하듯 밤하늘에는 별들이 수놓아져 있다. 이처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마음과 몸을 감싸줄 공간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작가가 집에 갖는 애착, 집을 통해 꿈꾸는 모습이 잘 담겨 있다. 바탕은 모두 핑크빛으로 물들고 집은 풍선에 매달려 어디론가 떠나야 할 듯한 상태에 있다. 미래로 가는 길목에 있는 거다. 이는 집에서 모든 것이 출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자신이나 모든 이의 희망의 출발점은 곧 가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작품 속 동네나 집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곳에 함께 머물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지난 시절 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거다. 이보윤 화가가 그려내는 집이나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집은 누구에게나 온기가 남아 있는 아늑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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