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대출규제 후폭풍

▲ 브렉시트 이후 부동산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은 대외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이 브렉시트(Brexit)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투자 상품의 성격이 강한 재건축, 분양권 투자 열풍이 워낙 거셌던 만큼, 이런 유형의 부동산 거래는 위축될 공산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제한이라는 규제도 악재로 작용할 태세다. 전문가들은 이 두 변수가 수도권 시장의 판도를 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1 브렉시트의 충격 = 먼저 브렉시트 변수를 살펴보자. 금융자산의 대체자산 성격을 띤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대외 악재에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당장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투자 성격이 짙은 부동산 상품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부동산이 단순히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사고 파는 대상이 되면 금융상품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 분양권 시장과 재건축 단지는 브렉시트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상품의 가격이 상승해 수익이 발생하는 ‘시세 차익’을 노린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만 2억원 가까이 오른 서울 강남구 재건축 시장은 브렉시트 이후 얼어붙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8% 올라 전주와 비슷한 올랐다. 하지만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6월 넷째주 상승폭(0.52%)에 비해 0.16%포인트 줄어든 0.36%를 기록했다.

반면 부동산 임대 시장에는 되레 투자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이 대표적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늦춰지고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또한 국내외 금융권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매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거다.

특히 스트리트형 상가가 각광받고 있다. 잘만 고르면 높게는 연 수익률 6~8%대의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형 상가는 서울 강남 가로수길이나 용산 경리단길처럼 걸으면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상가다.

기존 고층 상가의 경우 계단 등을 오르내려야 해 번거로운 반면, 스트리트형 상가는 보행자 위주로 설계돼 접근이 편리하다. 오피스텔도 소액투자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의 오피스텔 평균 연간 임대수익률은 약 5.52% 수준으로 예적금 금리와 최대 약 3배 차이가 난다.

■변수2 대출 규제 =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도 큰 변수다. 지금까지 HUG는 주택가격과 관계 없이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발급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분양가격 9억원 이하만 가능해졌다. 1인당 보증건수도 최대 2건으로 줄고 보증 한도는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으로 한정된다. 통상 분양가에서 중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6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총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 강남권 사업장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시공사들은 HUG나 주택금융공사에서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은 뒤 금융권으로부터 낮은 금리에 대규모 중도금을 조달(집단대출)해왔다. 덕분에 계약자들은 개별적으로 은행과 접촉해 중도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론 보증을 받지 못하는 9억원 넘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땐 높은 대출금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가 내년 연말 종료되는 점도 악재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이후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는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익의 일부를 국가에 돌려주는 제도다. 사업 이익을 두고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 시장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집값은 끝없이 오르는데…

중도금 대출 규제의 영향력은 일반 주택시장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규제 영향을 받는 주택의 수는 올해 서울 분양 아파트 1만2525가구 중 858가구로 전체의 6.8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시장의 냉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다. 부동산은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정부 규제와 브렉시트로 인한 불안감이 겹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느 주장이든 부동산에 투자하기 전 체크하는 게 좋을 듯하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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