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테크의 명과 암

‘돈은 있는데 투자할 곳이 없다.’ 요즘 재테크 현장의 중론이다. 이런 점에서 ‘섬테크’가 재테크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매시장에서는 섬을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감정가보다 몇배나 높은 가격에 낙찰 받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섬은 경치가 좋고 가격이 저렴한데다 개발계획까지 얹으면 잠재된 투자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섬이 유망 투자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5.8%. 우리나라 국토에서 섬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개수로만 따져도 3189개. 그중 500여개는 사람이 사는 유인도, 나머지 2689개는 무인도다. 이들의 총면적만 해도 5377㎢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섬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일까. 최근 ‘섬 투자’에 종잣돈이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섬 투자 열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1990년대 ‘마구잡이’식 섬 투자가 한때 유행했다. 당시에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정도였다. 강남개발로 큰돈을 쥔 몇몇 졸부가 ‘통섬(섬 전체)’을 매입했다는 소문까지 심심찮게 나돌았다. 개발만 되면 몇 배의 가격으로 튀어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섬이라는 특성상 개발이 제한되는데다 섬 주인들까지 섬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결국 은행 대출을 끼고 섬을 샀다가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 처분에 넘어간 섬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섬 열풍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섬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치가 높은 섬에 투자를 하는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 또한 주5일 근무제, 국민소득 증가, 저금리 등에 따른 21세기형 가치추구 행태가 섬 투자에 녹아 있는 점도 과거 ‘묻지마’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요즘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 포인트는 ‘연결성’이다. 육지와 접근성이 좋아지면 섬은 더 이상 쓸모없는 땅이 아닌 보물섬으로 거듭나게 된다. 섬이 육지와 연결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륙교連陸橋다. 연륙교란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총칭하는 말이다. 섬에 연륙교가 놓이면 인근 부동산도 들썩인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국토 개발 방안의 일환으로 연륙교를 접근한다. 육지에서 공간적으로 소외된 섬주민들의 소원은 의료나 문화적으로 소외된 섬 생활의 편의가 대부분이다. 응급 환자가 생겨도 헬기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육지와 이어지는 다리는 섬이 상징하는 ‘고립’을 해소하는 가장 완벽한 해결책이다.

덕분에 연륙교는 섬의 땅값을 좌지우지하는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관광소비는 육지보다 섬 쪽에서 더 왕성할 것이고 지가도 이에 상응해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라면 관광과 숙박을 테마로 펜션이나 전원주택 부지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다리 생겨야 관광객 증가한다

항공편이 들어서는 것도 좋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오른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일대가 대표적이다. 공항건설이 추진 중인 울릉도와 흑산도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섬 투자에 솔깃한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정부가 무인도 개발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점도 호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가 관리 중인 전국 무인도 2421곳 중 절대보전지역을 제외한 2271개섬(94%)은 개발계획 허가를 받으면 주택 건축이나 선착장 건설이 가능하다.

그중 절반이 넘는 1270개는 민간 소유다. 과거 절대보전ㆍ준보전지역의 무인도는 출입 자체가 제한됐지만 지금은 환경오염 문제가 없는 경우 정부 허가를 통해 개발이 가능하다. 또한 개발에 필요한 도로와 항만시설 등 건설 소요 경비를 정부나 지자체에 요청할 수 있다.

덕분에 최근 무인도 경매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전남 장흥군 장재도에 위치한 임야 3142㎡(약 950평)는 감정가 1362만원의 6배가 넘는 8771만원에 낙찰됐다. 장재도는 길이 1.2㎞, 폭 500~900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1957년 인공방조제가 건설된 후 육지와 연결돼 통행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섬테크’도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널 일이다. 특히 땅값이 싸다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투자하는 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각종 개발호재로부터 멀찍이 떨어진데다 재테크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어서다. 잠재력만 믿고 덤비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는 보통 육지와 섬의 거리가 15㎞면 최대치인 것으로 보고 있다. 휴양ㆍ관광을 위한 최소 거리가 이 정도인 까닭에서다.

투자자가 몰리는 섬에는 거품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수요가 있어 땅값이 뛴다면야 자연스럽겠지만 단기자금의 대량유입은 언제나 그렇듯 거품을 일으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땅한 투자 호재도 없는데 현지 토박이ㆍ외지 큰손이 결탁해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높다.

무인도 경매 인기몰이

해당 섬에 배가 얼마나 자주 뜨는지도 관건이다. 동절기 기상악화 때는 심하면 이틀 걸러 하루만 배가 뜨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차량 운행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도로 포장상태가 좋은지도 현장 답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문화재 보호구역이나 생물권 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 등 각종 법률에 따른 개발 규제를 잘 알아봐야 한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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