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ovie]1789년 프랑스 혁명 vs 2016년 수저 계급론
[Economovie]1789년 프랑스 혁명 vs 2016년 수저 계급론
  •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 호수 202
  • 승인 2016.08.09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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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설국열차 ❸

▲ 하나의 체제는 메이슨 총리와 총기를 독점한 몇 명의 군인들의 힘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 ‘설국열차’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하게 한다. 인간의 교만과 타락으로 세상은 종말을 맞이하고 세상의 마지막 생명들은 방주에 올라 생명과 세상의 명맥을 잇고 새로운 세상을 시작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교만이 ‘CW-7’이라는 위험천만한 물질로 생태계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 든다. 결과는 빙하기의 도래와 인류의 종말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봉건사회의 ‘계급’이 야기하는 온갖 모순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된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계급의 비합리성과 비인간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계급의 역사와 비극은 오늘도 되풀이된다. 마지막 인류의 방주인 ‘설국열차’라는 절박한 공간에서도 계급은 서슬이 퍼렇다. 되레 절박한 생존환경이기에 계급의 문제는 더욱 첨예하고 치열하다.

설국열차에는 ‘모든 것을 가진 자’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라는 두 개의 극명한 계급이 존재한다. ‘꼬리칸’과 ‘앞칸’이다. 흔히 계급은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로 대별된다. 프롤레타리아는 ‘가진 것은 자식밖에 없는 자’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다. 그들이 국가에 공헌하는 것은 자식을 낳는 일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영화의 ‘꼬리칸’ 사람들이다. 부르주아라는 말 역시 ‘성城 안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다. 성 밖에서 공급되는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독점하고 안전도 보장받는다. 설국열차의 ‘앞칸’에서 군림하는 사람들이다.
 
설국열차에서 ‘인간쓰레기(scum)’로 분류되는 꼬리칸의 젊은 혁명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그들은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고, 하루에 단백질 덩어리 하나씩 나눠준다”고 분노한다. 하지만 가진 자들은 죽지 않을 만큼의 ‘무료급식’을 제공하며 감사하라고 한다.

▲ 환락에 취한 이들의 방관 덕분에 혁명군은 마침내 엔진칸까지 진입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들의 탐욕은 인류의 마지막 생존공간인 설국열차에서도 식을 줄 모른다. 꼬리칸의 ‘인간쓰레기’들이 바퀴벌레를 으깨 만든 단백질 덩어리 하나로 연명하는 가운데 앞칸의 사람들은 수족관을 설치하고 사시미를 즐기며 따끈따끈한 부활절 달걀을 돌린다. 거대한 아주머니가 사우나에서 기를 쓰고 땀을 빼고, 클럽칸에서 환각제에 취한 젊은이들이 광란의 시간을 보낸다.

클럽칸에 진입한 무시무시한 용모의 꼬리칸 승객들에게 관심이나 적개심, 두려움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설국열차의 최고권력자 윌포드(에드 해리스)나 메이슨 총리(틸다 스윈튼)가 구축하고 있는 체제 속의 최대의 수혜자이면서도 그 체제의 수호 따위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환락에 취한 이들의 방관 덕분에 커티스의 혁명군은 마침내 윌포드의 엔진칸까지 진입한다. 하나의 체제는 메이슨 총리와 같은 열정적인 체제의 수호자와 총기를 독점한 몇 명의 군인들의 힘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칼 마르크스는 “역사는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우스꽝스러운 희극으로 반복된다”면서 인류의 역사를 바라본다. ‘걸어 다니는 도서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박학다식했던 움베르토 에코는 어땠을까. “역사는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 번은 비극의 형태로, 다음에는 우스꽝스러운 희극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상이한 형태의 비극들로 계속 반복되기도 한다.” 독설가 버나드 쇼는 “‘인간은 역사에서 배운다’는 헤겔의 말은 옳다”면서도 “다시 말하면 인간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역사에서 배운다”고 독설을 날렸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의 계급이 비극이었다면 오늘날 ‘흙수저’와 ‘금수저’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계급은 우스꽝스러운 희극일지도 모른다. 버나드 쇼의 독설처럼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프랑스 혁명과 같은 참담한 역사적 비극은 되풀이될 수 있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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