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 올림픽 둘러싼 3중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며 세계경제를 이끌었지만 계속된 경기침체로 ‘Fragile 5(5대 취약통화)’라는 오명을 얻었다. 극심한 경기침체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부패 스캔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환경·치안 문제도 여전하다. 리우 올림픽을 향한 우려를 살펴봤다.

▲ 브라질이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뉴시스]

2009년 10월 브라질은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16년 올림픽 개최지 결정 1·2차 투표에서 미국 시카고, 일본 도쿄 등 강력한 라이벌을 차례로 따돌렸다. 결선 투표에서는 66대 32로 스페인 마드리드를 누르고 올림픽 개최권을 획득했다. 이보다 2년 앞선 2007년 10월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회’를 유치하면서 64년 만의 월드컵 개최, 남미 최초 올림픽 개최라는 큰 성과를 올리게 됐다.

당시 브라질의 경제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브라질은 러시아·인도·중국 등의 신흥국과 함께 이른바 ‘브릭스(BRI Cs)’라 불리며 2000년대 중반까지 높은 경제성장률을 뽐냈다. ‘신흥경제국’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국제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실제로 브라질은 2003년 이후 선진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3%의 2배가 넘는 5~6%의 높은 성장세를 달리고 있었다.

여기에 굵직굵직한 대형 스포츠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게 되자 국제적 위상은 물론 경제도 한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2016년까지 약 12만개의 일자리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경영연구소에서는 올림픽 개최로 2027년까지 511억 달러(약 57조5386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과연 7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장밋빛 전망은 유효할까. 시장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전망은 리우 올림픽을 바라보는 브라질 국민의 시각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 2014년 7월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라(Datafolha)가 리우데자네이루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9%에 응답자가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 또한 55%의 응답자가 올림픽이 리우데자네이루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여론조사에서 브라질 국민 60%가 ‘올림픽이 국가에 실이 될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7년 만에 끝난 장밋빛 전망

여론이 비관적으로 돌아선 이유는 브라질의 정치적·경제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승승장구하던 신흥국 경제는 2011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로 시작된 유로존 경제위기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둔화세가 기름을 부었다.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이었던 중국 경기가 하락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고 이는 철광석과 원유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GDP 대비 60.2%에 달하는 브라질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 결과,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2013년 3.0%로 떨어졌고 2014년 0.1% 그리고 지난해엔 -3.8%로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속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는 브라질 헤알화의 약세(환율상승)를 부채질했다. 실제로 중국의 증시 폭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던 지난해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4.178헤알까지 치솟았다. 브라질 정부는 헤알화 약세를 막기 위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헤알화를 사들였다. 또한 2012년 8월 경기 부양을 위해 7.25%까지 인하했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 14.25%까지 인상했지만 헤알화 약세를 막지는 못 했다. 그 결과, 지난해 헤알화의 가치는 47%나 하락했다.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에 따르면 올 3〜5월 평균 실업률은 11.2%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1%보다 3.1%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1140만명으로 1년 사이 330만명이 늘어났다. 정부의 재정난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세입은 감소했지만 리우올림픽 개최를 위한 재정지출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 브라질의 정치적·경제적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올해 브라질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는 1705억 헤알(약 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2013년 이후 4년째 계속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2월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도 올 2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해 투기 등급인 ‘Ba2’로 내렸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상황에 의해 탄핵 심판에 회부됐다. 재선을 위해 재정적자를 조작하고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에서 불법 선거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현재 미세우 테메르 부통령이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통령 역시 비리 의혹이 발생하고 있어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은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지표 회복, 호세프 대통령 탄핵 이슈에 따른 주가 상승세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직무를 대행 중인 부통령도 비리 의혹을 받고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치적 불안으로 성장 잠재력 회복을 위한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원의 대통령 탄핵 최종결정과 이후의 정치적 변화를 통한 구조개혁의 전개과정에 브라질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회복 막는 정치적 불안

여기에 지카바이러스, 불안한 치안 문제 등도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채송화 코트라 리우데자네이루무역관은 “올림픽 인프라 구축에 투자된 금액은 약 94억8000만 달러(약 10조6934억원) 예상된다”며 “대부분의 인프라 건설은 막바지 단계로 올림픽 인프라 건설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다양한 논란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 경기 급락, 정치적 불안 증가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시장이 ‘2016년 리우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