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살돈시대 ❼
우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다. 같은 비만인이라는 것이 괴로운 듯 표독한 야유를 보내는 자들이 그 하나요, 저 사람들도 인간이니 그러지 말라는 날씬한 자들이 그 둘이었다.
우리는 무대 워킹을 지시한 사회자 요구에 망설이며 서있었다. 울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수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자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회사 대표가 우리에게 속삭였다. “돈과 육체를 바꾼 너희에겐 영혼이 없으니 눈물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 악물었다. 이 치욕만 견뎌내면 우리의 살을 빼 줄 박 강사에게 돌아갈 수 있다. 우리가 무대를 돌자 비만한 자들의 워킹에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우리와 달리 영혼을 소유한 회사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100㎏에 육박하는 이 여자들을 2주 안에 WHR 0.7과 BMI 17 이하, 즉 엉덩이 34인치에 허리 24인치, 체중 49㎏으로 만들겠습니다.” 회사 대표에게도 못 믿겠다는 듯이 야유가 쏟아지자 그는 이내 말을 바꾸었다. “아니 2주일이 아니라 열흘 만에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우리의 야심 찬 다이어트 제품인 ‘팻-bye’로 말입니다.”
사람들은 진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이다. 장내는 진정됐고 수많은 다이어트 제품에 속아본 사람들은 한 번 더 속아보자는 심산으로 대표의 말에 집중했다. 그 자리에서 개인과 도매상들의 조건부 주문계약이 쇄도했다. 열흘 후 정말 저 여성들이 날씬해질 수 있을까? 몇백, 몇천, 심지어 몇억원의 조건부 구매계약들이 이뤄졌다. 만일 우리가 탄력 있게 빛나는 49㎏의 매력적인 여성이 된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세상이 열흘 후에 펼쳐질 것이다.
고단한 하루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합숙소로 돌아왔다. 배고픔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우리에게 박 강사는 더는 음식을 주지 않았다. 몇시간 만에 모든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오늘은 야식 없느냐’는 말에 그는 슈퍼 모델을 노려보았다. 그 이유를 너희가 모르냐는 표정으로 말이다. 혈당이 떨어져 눈이 뒤집힌 문디 가시나에게 박 강사는 사탕 하나를 건넸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지금까지가 살을 찌워야 할 날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살을 뺄 일만 남았다. 체중 감량 기간을 단축하고 보너스를 받기로 계약을 갱신한 우리는 조급해졌다. 처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산속을 걷던 우리는 몇분만에 초주검이 됐다. 체지방률이 60%에 육박하는 우리의 몸은 간신히 구르는 지방 덩어리에 불과했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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