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 막는 대부업법 유효할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TV 대출 광고가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TV 말고도 대부업체가 광고를 할 수 있는 채널이 수없이 많아서다. 개정 대부업법을 두고 ‘가래로 막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호미로 무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무분별한 대출 광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 사각지대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 대부업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정시간대의 대부업 TV광고를 제한하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대부업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개정 대부업법에 따라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와 토요일ㆍ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 대부업 TV광고가 전면 금지됐다. 또한 관련 광고에서 ‘쉽게’ ‘편하게’ 등의 대출을 조장하는 문구, 대출의 신속성과 편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행위, 후렴구가 반복되는 후크송 등의 광고 행위도 규제 대상이 됐다.

저축은행의 TV광고도 제한됐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대부업체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도 방송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결과다. 국회(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가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광고에 ‘전봇대’를 꽂은 이유는 TV광고의 효과가 그만큼 강력해서다.

실제로 2014년 대부협회가 대부업체 이용자 32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2.0%가 ‘TV광고를 통해 대부업체를 알게 됐다’고 답했다.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광고 규제가 본격 시행되자 관련 업계는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영업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12월 TV광고 규제 시행으로 대형 대부업체의 직접 대출 실적이 40.3% 감소했다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출 광고 규제가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TV 밖 광고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포털사이트에서 ‘돈’ ‘대출’ 등을 검색하면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사이트가 줄줄이 이어진다. 기사나 콘텐트에 접속해도 배너 대출 광고가 쏟아진다. 여기엔 ‘최대 OO원 대출’ ‘신청자 폭주’ ‘무조건 빌려드립니다’ 등 대출을 조장하는 광고도 많다. 문제는 TV 밖 광고를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신문위원회가 ‘인터넷신문광고 자율규약’을 정해 놓고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자율규약에 불과하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중소 대부업체는 비용이 저렴한 온라인 광고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가뜩이나 구속력이 없는 자율규약은 회원사만 대상이라서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사각지대는 ‘극장’이다. 영화 상영 전 10분 안팎으로 상영되는 극장 광고에도 대출광고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관람 등급과 무관하게 대부업 광고가 방영된다는 점이다. ‘청소년에게 잘못된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로 TV에서 방영할 수 없는 대출 광고를 극장에서는 아무런 제재 없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법규에서 관람등급에 따라 제재를 받는 광고는 주류가 유일하다.

규제 비웃는 대출 광고들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주제나 내용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지 않은 이상 대출 광고를 규제하긴 어렵다”면서 “광고의 내용이나 표현수위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특정 소재를 규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극장 대출·성형 광고가 논란이 된 이후 광고물 소위원회에서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면서도 “상위법령에서 규제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규제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저축은행의 광고 규제처럼 감독기관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면서 “공중파 방송에서 대부ㆍ저축은행의 광고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자율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모든 대출상품의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할 것”이라며 “금리가 낮은 은행이라도 대출 광고를 하는 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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