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봄’은 아직 멀었다
‘증시의 봄’은 아직 멀었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206
  • 승인 2016.09.06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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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시장의 현주소

시장의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실물시장도, 투자시장도 그렇다. 이럴수록 투자자들은 지갑을 열 리 만무하다. 손실이 분명한 상황에서 누가 베팅을 하겠는가. 그러면 시장은 더 위축되고, 투자환경은 더 나빠진다. 지금이 꼭 이런 상황이다. 투자하기 마땅치 않은 시기라는 거다. ‘증시의 봄’은 아직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다.

▲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사진=뉴시스]

# 투자회사의 대표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증권가에서 잘 나가던 애널리스트였다. 시장을 꿰뚫는 안목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주식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A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는 날이 잦아졌다. A씨의 회사에 돈을 맡긴 투자자의 항의 전화가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가지수는 두달이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왜 자신이 투자한 종목만 계속해서 손실을 보고 있느냐는 거다. 회사의 전문성이 부족해 주먹구구식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A씨는 “요즘은 전화가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면서 “하루 종일 고객의 원성을 듣느라 중요한 업무를 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한 회사의 전망과 시장의 상황을 설명해도 손해를 본 투자자는 이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가치투자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결국 평가 받는 것은 수익률”이라고 한탄했다.

# 지난 8월 30일 한진해운의 주가가 출렁였다. 1610원으로 장을 시작한 한진해운의 주가는 채권단이 산업은행 본점에 모인 오전 11시 1750원으로 상승했고, 35분에는 1910으로 전날 대비 종가(1635원) 대비 18.6%나 상승했다.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채권단은 만장일치로 추가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고 회의는 30분 만에 끝났다. 채권단의 지원 불가 결정에 하락세로 돌아선 주가는 낮 12시 25분 1220원으로 25.3%포인트 폭락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1240원으로 거래정지 됐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는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면서도 “법정관리가 시작될 경우 손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 그대로 ‘투자하기 어려운’ 시기다. 저금리ㆍ저성장 기조의 영향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데다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까지 시장을 괴롭히고 있다. 시장 안팎에선 저금리ㆍ저성상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거쳐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코스피지수는 2개월째 잔잔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투자에 나설 만큼의 확신은 주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ㆍ저금리에 변동성 악재까지…

코스피 시장의 활력도가 크게 떨어져서다. 이런 상황은 거래대금ㆍ거래량 감소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코스피의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6612억원, 거래량은 3억3903만주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금액 5조3517억원, 거래량 4억4425만주에 비해 각각 12.9%, 23.6% 감소한 수치다. 코스피지수가 5년째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률과 변동성이 떨어지면서 증시의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8월 19일 하락세를 기록한 기업이 474곳으로 상승한 기업 329곳보다 많았다”면서 말을 이었다. “몇몇 대형주가 상승하면서 지수를 이끌었다. 평균은 올랐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하락세’가 보인 이유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많이 투자하는 종목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가지수는 올라도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많지 않은 이유다.”

▲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부동자금이 올해 10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등장했다.[사진=뉴시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악재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을 흔든 대형 이슈는 대부분 예상을 빗나간 악재였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는 국제금융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다. 지난 6월 23(현지시간) 결정된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잔류를 점쳤던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또한 한진해운을 계기로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신화도 깨졌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2000포인트선을 기점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지난 1일 현재 23거래일 연속 유출됐다. 7월 29일 이후 빠져나간 돈은 1조9562억원에 달한다. 이는 저금리를 타고 시장에 풀린 돈이 위험자산을 빠져나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부동자금이 지난 5월 역대 최대 규모인 958조9937억원으로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동성 커지면 손실 확률 증가

이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가한데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국내경기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도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어떤 투자 콘셉트를 유지하는 게 좋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부원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손실이 발생할 확률도 올라가는 불투명한 시기에는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적금 등의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려운 시기에 리스크를 안고 투자에 나서기보다 안전자산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두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다.” 고수익보단 ‘안전’에 투자 포커스를 맞추라는 조언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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