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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최순실 블랙홀’에 빠진 경제, 그래도 돌아가야 한다경기침체 가속화, 삼성전자와 현대차 빅2 흔들 … 경제 리더십 필요
[213호] 2016년 10월 31일 (월) 11:15:50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 최순실 블랙홀로 국정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중심을 잡고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려야 한다.[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블랙홀 작전은 실패했다. 개헌론이 제기될 때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거라며, 경제ㆍ안보는 어떡할 거냐고 반대하던 박 대통령이 지난 10월 24일 느닷없이 스스로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이 아닌 새해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론 블랙홀’ 작전은 성공하는 듯 했다. 적어도 이날 저녁 8시 JTBC가 최순실 PC 파일을 입수해 보도하기 전까지 10시간 정도는. 지상파 TV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포털과 인터넷 사이트까지 개헌론으로 도배했다. 그러나 공직자도 아닌, 공직 경력도 없는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수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개헌론 블랙홀을 집어삼켰다.

개헌론 블랙홀 작전을 빨아들인 ‘최순실 블랙홀’은 급기야 국정을 마비 상태에 빠뜨렸다. 국정의 최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연일 쏟아지는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서있다. 장ㆍ차관들은 국회에 불려와 해명하기 바쁘고, 공직사회는 사상 초유의 사건에 술렁댄다. 400조원의 새해 예산안을 심의해야 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종합 정책질의 대신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질타와 한탄이 이어졌다.

그래도 경제는 쉼없이 돌아가야 한다. 잠시라도 머뭇거리다간 쓰러질 상황이다.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7%로 네분기 연속 0%대다. 그나마 추경예산과 부동산 경기가 떠받친 것인데,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제조업 부진, 김영란법 시행 여파에 건설경기마저 꺾이면 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8월에만 반짝 증가했을 뿐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했고, 9월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은 올해도 역성장이 기정사실이고, 실업률은 계속 고공행진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3분기 영업실적도 두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으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신흥시장 경기침체와 파업 장기화로 현대차ㆍ기아차가 타격을 받았다. 조선ㆍ해운 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빅2 기업마저 흔들리자 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런 대내적 환경에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 둔화,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면 더 휘청댈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조기 레임덕, 관료의 복지부동으로 이어지며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면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의 데자뷔다. 이 경우 정부와 채권단, 기업이 합심해 헤쳐 나가야 하는 구조조정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한국경제가 과연 버텨낼 것인가. 최순실 블랙홀에서 한국경제를 구하려면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내각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은 필수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 리더십이 흔들릴수록 각 부처 장관들이 정치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장관 등 경제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산업 구조조정과 과열된 주택경기, 폭증하는 가계부채 등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불확실성과 시장의 혼선을 키우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력이 걸핏하면 이런저런 후원ㆍ출연금 조로 기업들에서 돈을 뜯어가는 그릇된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음성적인 자금 모금 창구나 정치적 민원 해결사 역할에서 벗어나 정책과 국가의 미래 비전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개헌론을 제기했지만, 현행 헌법상 정권은 5년 임기라도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 상식이 있는 정부라면 나라경제를 온전하게 가꿔 다음 정부와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대통령은 물론 총리, 경제부총리와 장관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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