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빚에 허덕이는 가정의 재무설계

▲ 우리나라 35세 성인 2명 중 1명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우리나라 35세 개인의 평균 부채는 6780만원에 달한다. 빚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빚이 빚을 부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빚을 갚으면서 재산을 늘리려면 지출 구조가 복잡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경기도 시흥시에 살고 있는 양지혜(35ㆍ가명)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대한민국 가계 대부분은 빚으로 산다. 부족한 생활비는 신용카드를 사용해 충당한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구입할 때는 할부를 이용한다. 살고 있는 집도 마찬가지다. 전세든 월세든 은행에 상당한 돈을 빌려서 마련한다. 평생 ‘빚’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5세 성인이 지고 있는 빚은 평균 6780만원에 달했고 대출보유율은 55.0%로 2명 중 1명은 빚이 있었다.

경기도 시흥시에 살고 있는 양지혜(35ㆍ가명)씨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양씨는 3살 딸아이를 둔 ‘워킹 맘’이다. 양씨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2억5000만원)는 주택담보대출 2억900만원(연이율 2.63%ㆍ월 46만원)을 받아 장만했다. 기간 3년, 30년 상환이다. 자동차(2700만원)도 할부로 구입했다. 그러다보니 맞벌이를 해도 돈이 모이지 않았다.

양씨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양씨 가계의 월 소득(실 수령액 기준)은 450만원이다. 중견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남편의 월급은 250만원,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는 양씨의 월급은 200만원이다. 소비성 지출로는 딸아이의 육아비로 매월 28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비(16만원), 관리비ㆍ세금(19만원), 교통ㆍ유류비(30만원), 생활비(75만원), 경조사ㆍ의료비(20만원), 비정기 지출(22만원ㆍ각종 회비, 의류비, 명절비) 등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양씨와 남편의 용돈으로 매월 각각 20만원, 25만원을 지출한다.

비정기 지출로는 주택담보대출 상환(46만원), 남편 연금저축(45만원), 대출상환 이자(9만원), 각종 보험료(42만원) 등을 사용하고 있다. 빚이 날로 쌓이고 있음에도 양씨는 최근 자동차도 할부로 구입했다(할부금 45만원). 여기에 양씨 명의의 적금 4개 총 35만원(10만원ㆍ10만원ㆍ10만원ㆍ5만원), 남편 명의의 적금 2개 총 25만원(10만원ㆍ15만원) 등이 있고 부부 각자 명의의 주택종합청약저축 4만원(각 2만원), 재형저축 10만원(각 5만원), 소장펀드 10만원(각 5만원)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양씨 가계는 한달에 76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적자에도 양씨 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용카드에 있다. 부족한 부분을 신용카드로 메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자가 쌓이면서 가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고, 더 많은 빚이 쌓였다.

실제로 양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장만하면서 이사 비용 등이 모자라 연금 저축 약관대출로 1000만원(이자 3만4000원ㆍ이자율 4.1%)을 빌렸다. 이후 생활비가 또 부족해 850만원(이자 3만6000원ㆍ이자율 4.3%)을 약관대출로 더 빌렸다. 그러고도 늘어나는 신용카드 상환금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신용대출로 440만원(이자 2만원ㆍ연이율 5.15%)을 받았다.

양씨 가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빚이 과도하고 지출 구조가 복잡하다는 거다. 특히 주택담보이 대출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자동차 할부(45만원)ㆍ약관대출(7만원)ㆍ신용대출(2만원) 등 빚이 너무 많다. 게다가 2018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도 예정돼 있어 빚을 줄이지 않으면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저축이 여러 행태로 흩어져 있는 것도 문제다. 양씨 부부의 1년 만기 적금 통장만 총 7개다. 여기에 재형저축, 소장펀드, 청약저축 등에도 각각 가입했다. 하지만 저금리 영향으로 이자율이 낮아 여러 개의 적금 통장을 운용할 필요가 없다.

빚의 악순환 끊는 게 급선무

이와 더불어 가계 소득의 20%에 달하는 보험료(연금저축 45만원, 각종 보험료 42만원)도 조정해야 한다. 적정보험료(가계소득의 7~10% 내외) 수준을 크게 웃돌아 가계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씨 가계는 대출, 적금, 보험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빚을 줄여야 하지만 현재 소득으로는 그러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양씨 남편의 연금저축을 해지해 약관대출과 신용대출을 해결하기로 했다.

양씨 남편은 매월 45만원씩 6년 2개월 동안 보험료를 납입해 원금은 3330만원이다. 이를 해약하면 85% 정도의 금액인 2830만원을 환급 받을 수 있다. 양씨는 이를 이용해 약관 대출 1850만원과 신용대출 440만원을 갚을 계획이다. 또한 가족의 건강보험 등도 조정해 월 보험료를 4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췄다.

여러 개로 나눠져 있는 적금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입할 수 없는 재형저축과 금액이 많지 않은 주택청약저축,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소장펀드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126만원(연금저축 45만원+대출 상환액 9만원+가족 보험료 12만원+적금 60만원)의 지출을 조정했고, 그 결과 매월 76만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잉여자금은 5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빚을 상환하고 남은 연금저축 해지액 550만원과 적금을 정리해 생긴 370만원의 자금은 비상금 통장(500만원)과 비정기 지출 통장(420만원) 두개로 나눴다. 그리고 앞으로의 비정기 지출과 기타 지출은 비정기 지출 통장에서 소비하기로 결정해 42만원의 여유자금을 만들었다. 이로써 양씨 가계는 92만원의 저축여력이 발생했다. 이 중 60만원은 2018년 시작될 주택담보대출 원리 상환에 대비한 적금에 넣기로 했다.

10만원은 딸아이의 교육자금 마련을 위한 적립식펀드, 22만원은 비상금통장(CMA)에 예치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대비한 준비가 더 필요하고 생활비도 줄여야 한다. 또한 한달에 45만원의 할부금을 내고 있는 자동차를 처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양씨 부부의 재무설계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장민주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yourminju@naver.com l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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