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선 두 남자 이야기

▲ 다가오는 2017년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해마다 12월 말이면 가슴이 먹먹하고 스산하다. 한 해 동안 쳇바퀴 돌 듯 바쁘게만 살았지 도대체 뭘 했는가 자문하면 대답이 궁해진다. 올해는 유난히 더하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니 답답증에 울렁증까지 생기는 듯하다. 불황이 심각하고, 거리에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와도 희망이 있으면 그래도 버틸 만할 텐데 그게 아니다.

불확실성(uncertainty)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리더십이 보이질 않는다는 좌절감과 불안이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 주어진 고난을 극복하는 것은 언제나 개개인의 몫이다. 패배란 단어를 아예 입 밖에 내뱉는 순간 진짜 패배한 것이 된다. 신神은 언제나 고난을 견디는 사람과 함께 한다. 헨리 소로는 “인간은 성공하기 위해 태어났지 실패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좌절하는 이에게 죽음 앞에 의연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비록 불치의 병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운명과의 싸움에서는 한판 승리를 거둔 위대한 인생을 살았다. 젊은 의사의 회고록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혼의 학교에 입학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1977년생인 폴 칼라니티는 스탠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ㆍ생물학ㆍ의학을 공부한 뒤 예일대 의과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뇌 수술에 관한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그에게 말기 폐암이 찾아왔다. 환자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오던 서른여섯살의 젊은 의사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힘든 투병생활 중에도 레지던트 과정을 마무리하는 등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포기하지 않았다. 2년간의 투병기간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 ‘떠나기 전에’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언론에 기고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생물을 규정짓는 특징은 생존을 향한 분투라고 강조한다. 삶을 이와 다르게 설명하는 건 줄무늬 없는 호랑이를 그리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그는 편안한 죽음이 반드시 최고
의 죽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아기를 갖기로 한 결정을 양가에 알리고, 가족의 축복을 받았다. 암치료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고통이 찾아올 때 침대에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거야(I can't go on, I'll go on)”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는 수술실의 집도의로 다시 돌아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폴 칼라티니의 짧지만 위대한 삶의 여정은 “죽음을 마주한 사람에게 무엇이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말기 췌장암으로 2008년 4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랜디 포시 카네기멜론대 교수(컴퓨터공학)는 시한부 7개월을 선고 받고 정든 학교를 떠나며 학생과 동료 400여명에게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는 제목으로 고별강의를 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꿈이다. 그는 병원 대기실에서 문득 ‘삶은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꿈은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올바른 방식으로 이끌어간다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운명이 해결해줄 것이고, 꿈이 당신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포시 교수가 세상을 떠나기 마지막으로 전한 또 다른 교훈은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도전하라’는 의미를 담은 ‘장벽’에 관한 얘기다. 장벽은 가로막기 위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을 걸러내려고 존재한다. 좌절하는 대신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행동하라는 조언이다.

“만약 내일 결과가 안 좋아도, 살아서 오늘 여기에 당신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내가 아주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우리가 어떤 결과를 들을지라도 그 순간 당장 죽지는 않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그러니까 오늘 바로 여기만 생각해. 기가 막힌 날이잖아. 내가 얼마나 즐거운지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어(최종 검진결과를 보기 전날 워터파크에서 포시가 아내에게 한 말).”

다가오는 2017년(정유년)이 내 인생의 마지막 1년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결정해야 한다. 죽어갈 것인가, 살아갈 것인가.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픔은 먼 훗날 인생 최고의 사건이 될지 모른다. 운명을 원망하거나,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거저 해줄 수 있을까 기다려 봤자 아무 소용없다. 당장 소매를 걷어붙이고 어깨를 펴자. 새해에는 새해가 뜬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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