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이중고

▲ 형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체제 구축뿐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사진=뉴시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 주식 일부를 팔았다. 한편에선 ‘경영권 다툼’이 끝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면서 롯데쇼핑 주식 매각에 전략이 숨어있음을 밝혔다. 신동빈 회장 측도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워졌다. 국민과의 약속이 지지부진한 탓에 신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 의견이 분분했다. 롯데가家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신 전 부회장이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을 설마 매각했겠느냐는 의견 하나. 나머지 하나는 롯데쇼핑 주식을 판다는 건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를 든 거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이었다.

22일,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 173만883주를 블록딜로 매각했다는 공시가 떴다. 신 전 부회장은 보유 주식 중 롯데쇼핑 주식 173만883주를 장내 매각했다. 롯데쇼핑 주식 3149만892주 중 13.45%(423만5883주)를 차지하고 있던 신 전 부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이로써 7.95%로 낮아졌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매각대금은 일본 광윤사의 차입금 상환, 신격호 총괄회장 세금 대납을 위한 차입금 상환, 한국에서의 신규 사업 투자 등의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됐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로선 전자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영권 분쟁 중 핵심 계열사의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은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는 해석과 승기를 잡기 위한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면서도 “여러 정황을 미뤄보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일본 광윤사를 제외하곤 일본과 한국의 이사회를 신동빈 회장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광윤사의 지분도 신 전 회장이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다가 분쟁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신 전 부회장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이번 롯데쇼핑 지분 매각은 경영권 분쟁과는 상관없다”며 “오히려 전략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불안한 ‘총수 자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핵심계열사인 롯데제과의 지분(9.07%)을 틈틈이 늘려오며 지배력을 강화해 왔지만 형의 입김에 언제든 흔들릴 수 있어서다. 신 회장의 국민과의 약속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뿐 아니라 주주들의 공감대를 사면 신 전 부회장이 아무리 흔든다 해도 신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올 2월 두차례에 걸쳐 5대 혁신안과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신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질적 성장 중심으로 경영패러다임 전환’ ‘정책본부 축소개편, 계열사 책임경영 확대’ ‘호텔롯데 상장, 지주회사 전환 추진’ ‘지속적인 투자 및 고용’을 골자로 한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꿔 새로운 롯데를 만들겠다는 신 회장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흔들림 없는 신동빈 체제 구축

먼저 준법경영위원회의 설립 과정을 보자. 이 위원회의 역할은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 제도를 만들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태 점검 및 개선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발표한 ‘2017년 조직개편 및 정기 임원인사’에선 이와 관련한 내용을 구체화했다. “지난 10월부터 약 3개월 간 맥킨지 컨설팅 및 내ㆍ외부 인사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했다. 3월 1일부로 기존의 정책본부가 그룹 사업을 주도할 ‘경영혁신실’과 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나뉜다.”

지난해 밝힌 준법경영위원회와 정책본부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거다. 7실, 17팀, 200여명으로 구성됐던 정책본부의 개편도 이뤄진다. 기존 대비 70%의 인원인 140명으로 축소해 경영혁신실로 재편, 황각규 사장을 경영혁신실장으로 선임했다.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가 될 호텔롯데 IPO(기업공개)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2015년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할 때도 첫번째 약속으로 거론한 내용이다. 지난해에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의욕을 보였으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로비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여전히 롯데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이라 연내 상장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토 중”이라는 대답만 내놨다.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약속 역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롯데는 아직 올해 신규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롯데 측은 “현재 각 계열사의 경영상황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 취합 중”이라며 “취합이 끝나는 대로 3월 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직개편 등으로 신 회장 체제를 구축해가고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과의 약속은 절반만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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