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왜 떨어지나

▲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 때문에 국제 금값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최근 넉달 사이 국제 금값이 크게 하락했다. 미국경제 부활이 인플레를 부르고, 그로 인해 화폐가치가 하락한다면 금이 대체수단으로 인기를 끌텐데, 예상 밖이다. 하지만 금값이 하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이슈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자 미 국채금리는 치솟고 달러는 더 강해졌다. 반면 고공행진하던 금값은 하락세를 탔다. 금 투자매력도가 떨어진 결과였다. 여기에 12월 14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기준금리까지 인상하자 온스당 1302달러(11월 3일 기준)였던 금값은 1127달러(12월 15일)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첫 기자회견(1월 11일)과 취임식(1월 20일)에서 재정정책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자 금값은 상승세를 탔다. 사실 세제 개혁, 인프라 투자 확대, 재정지출 확대 등 인플레를 야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금은 인플레이션에 의한 화폐가치 하락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값이 출렁이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금값 상승세를 막는 요인이 적지 않아서다. 첫째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2월 14일 상원 청문회에서 “현재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고용시장 호조로 이어지면서 물가가 2%대로 상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고용과 물가 상승이 예상대로 진전될 경우 금리의 추가 조정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의 투자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은 채권이나 주식처럼 이자수익이나 배당수익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는 3월 안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3월 15일에는 부채한도 증액 유예기간이 만료된다. 3월 중순부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렇게 재정정책이 구체화하면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금값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금값이 상승세를 탈 만한 환경이 없는 건 아니다. 네덜란드ㆍ프랑스ㆍ독일 등 선거를 앞두고 있는 유럽국가에서 유럽연합(EU) 탈퇴나 반反이민정책을 주장하는 후보들이 심상치 않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금값 상승의 원인이다. 이들의 선전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여 금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당시, 온스당 1260 달러선에 머물던 금값이 약 2주 만에 1360 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물론 현재 금값은 유럽 정치 이벤트 이슈를 일부 반영한 상황이라 급등할 가능성은 낮지만 금값 하락세를 막을 요인인 것만은 확실하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연말부터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의 정책 방향성,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유럽의 정치적 이벤트가 향후 금값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올해 금값은 온스당 1100~1300달러(연평균 온스당 1240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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