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흔드는 에코 세대의 명암

월급과 저축만으로 살기에는 팍팍한 시대다. 소득은 낮아지는데 물가만 오르고 있어서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30~40대 젊은층이 몰리는 이유다. 물론 리스크는 있다. 대출 금리가 오를 경우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주머니가 아직은 얇기 때문이다.

▲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에코 세대가 떠오르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대기업 과장인 김대연(37)씨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에 위치한 재건축 아파트를 7억5000만원에 팔았다. 대신 이 자금으로 수도권에 한 상가를 분양받아 커피전문점을 입점시켰다. 주변에서는 김씨를 말렸다. 서울 재건축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데 왜 파냐는 이유였다.

김씨 생각은 달랐다.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수익을 꾸준히 올리면 퇴직 시점에는 대출을 거의 상환하고 새로운 자산과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거다. 김씨는 노후 대비 차원에서 본인이 직접 상가를 운영할 계획까지 세웠다.

50~60대 베이비붐 세대가 주도하던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0~40대 젊은 층이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시장은 이들을 ‘에코 세대’라고 부른다.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로 일반적으로 1970년부터 1990년생을 지칭하는 세대구분 용어다. 베이비붐 세대가 메아리(Echo)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켜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가 시장에 에코 세대가 진입한 건 2~3년 전 부터다. 2013년 인천 송도에서 분양을 마친 ‘센트럴파크Ⅱ 상업시설(센투몰)’은 40대 계약자 비율이 전체 계약자 중 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센투몰’에 앞서 분양한 ‘센원몰’의 전체 계약자 중 40대와 30대의 비중이 각각 31%, 17%로 50대(33%)에 이어 가장 높았다. 위례신도시에 공급된 ‘위례중앙역 중앙타워’의 계약자 연령대도 30대와 40대가 각각 16.5%와 28.6%의 비중을 차지했다.

오피스텔 시장 역시 에코세대가 주요 타깃이다. 전세난 심화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이 대안상품으로 떠오르면서다. 실제로 오피스텔 계약자들 중 30~40대 비중은 상당히 높았다.

본격화하는 세대교체

경기도 광명시에 분양된 ‘광명역 효성해링턴 타워 더 퍼스트’ 오피스텔의 계약자 30%가 30대였다. 50대는 17%에 불과했다. 위례신도시에 분양됐던 ‘위례 오벨리스크’ 오피스텔은 30대 계약자가 18%, 40대가 30%로 전체 계약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젊은층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축으로만 재테크를 계획하기에는 금리가 터무니없이 낮아서다. 에코세대는 버는 것보다 지출이 더 많다. 자녀 교육비, 부모 부양비, 노후자금 등 들어가야 할 돈이 하나둘이 아니다. 주거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71만원.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5480만원이다. 12년 6개월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마련할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그나마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는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에서 나온 통계다. 생활비와 교육비 등으로 나가는 돈을 감안하면 실제 내 집 마련에 걸리는 시간은 이보다 더 길어진다. 부모가 재산을 물려주지 않은 보통 월급쟁이가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스스로 ‘주포(주택 마련을 포기) 세대’임을 선언한 이들도 많다. 무주택가구 841만2000가구 가운데 중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36.2%나 된다.

결국 이들은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남은 여윳돈으로 상가 등 수익형 상품을 통해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거다. 부모 세대가 부족한 노후 준비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리미리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수익형부동산 외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도 힘들다.

‘묻지마 투자’ 우려는 여전

문제는 이들의 자금 여력이 탄탄하지 않다는 점. 쫓기듯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처음 몇 년은 문제가 없겠지만 향후에는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공급 과잉’ 바람이 불면서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미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은 임대 수익률이 내려가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09%다. 1월(5.11%)보다 0.02% 떨어졌다. 2010년 8월 6.02%로 정점을 찍은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2014년 9월(5.62%) 이후 2년 5개월째 보합 또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하락세라면 5% 수익률도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다. 높은 대출 비중도 부담이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통화긴축에 나설 경우 국내 금리도 뒤따라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무엇보다 무턱대고 소자본만으로 상가 매입에 나서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여윳돈이 1억~2억원 수준이면 오피스텔과 소형 오피스 투자가 적합하다. 3억~5억원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5억~10억원은 유망 상권의 근린상가 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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