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전 노조위원장 뒷돈 십수억 받고 구속
에쓰오일 전 노조위원장 뒷돈 십수억 받고 구속
  • 김정덕 기자
  • 호수 237
  • 승인 2017.04.26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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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의 허술한 리스크 관리체계

▲ 에쓰오일은 지난해 고도화 석유화학 복합시설 공사 일부가 부실하게 진행됐을 때도 적극적인 현장 관리ㆍ감독을 하지 않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에쓰오일(S-OIL) 전임 노조위원장이 최근 회사가 발주한 공사현장의 식당 운영권 등을 주겠다면서 십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문제는 회사도, 노조도 “나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선을 그었고, 노조는 “전임 노조위원장의 개인비리”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에쓰오일 노조위원장 비리사건을 단독 취재했다.

최근 에쓰오일(S-OIL) 전임 노조위원장 A씨가 구속됐다. 혐의는 사기다. 한두건이 아니다. 재임기간(2009년 4월~2015년 3월)이 끝난 후 2015년 5월부터 2016년 6월까지 A씨는 전임 노조위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 에쓰오일이 발주한 건설공사 현장의 식당(함바집)이나 에쓰오일 구내식당의 운영권을 받도록 도와주겠다면서 수차례에 걸쳐 일부 급식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겼다.

2015년 5월엔 1억원, 10월엔 4억원, 2015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는 무려 7억1000만원을 받았다. 총 액수만 12억1000만원이다. 결국 A씨에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까지 적용됐다.

2015년 5월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는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공단에 제2정유ㆍ석유화학 공장 신축공사를 발주한 시기다. 공사가액만 4조5000억원에 달했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낙찰을 받았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2년 반 동안 진행되는 대규모 공사였고, 하루 투입 인원만 4000명에 달해 급식업체들로선 황금시장이었던 셈”이라면서 “때문에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들도 입찰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매점 운영권이 포함돼 있고, 밥값이 약 4600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연간 1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규모였다.

주목할 점은 건설 현장 식당(일명 함바집)의 운영업체 선정은 일반적으로 공사를 낙찰 받은 건설사의 업무라는 거다. 그럼에도 발주사인 에쓰오일 전임 노조위원장이 여러 업체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면 ‘급식업체들이 A씨에게 그만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전임이든 현직이든 노조위원장의 ‘입김’이 사업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상당히 세다는 얘기다.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던 공사현장 식당 운영권을 빌미로 A씨가 수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다.

리스크 관리시스템 허점투성이

문제는 에쓰오일이 이런 사건을 단속하고 방어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노조는 그런 이권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특히 A씨는 전임자로 사기행각에 그친 개인 비리에 불과하다”면서 “더구나 A씨는 이미 퇴사했기 때문에 에쓰오일이 공식적으로 답변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심지어 그는 “노조위원장이 그 직위를 이용해 개인 비리를 저지르면 회사로선 이를 알아챌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에쓰오일이 리스크 관리를 전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에쓰오일이 부실한 리스크 관리시스템 탓에 홍역을 앓은 사례는 수두룩하다.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이 책임을 맡았던 에쓰오일 고도화 석유화학 복합시설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의 예를 살펴보자. 부실공사를 한 곳은 2차 하도급업체였다. 3차 하도급 업체가 2차 도급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을 못 받자 “원청이 부실공사를 지시했고, 이를 철저히 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에쓰오일로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익명의 건설안전관리자는 “비싼 돈을 들여 짓는 자신들의 공장인 만큼 관리ㆍ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단계 하도급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들이 준 공사대금이 제대로 하도급업체까지 전달되고 있는지, 대우건설이 공사 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것만이라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시 에쓰오일 관계자는 “발주사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수 있겠는가”라면서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책임질 일”이라면서 선을 긋는 데만 열중했다. 에쓰오일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고, 담당자들은 뚫린 구멍을 막을 생각도 안 한다는 얘기다. A씨의 사기행각을 ‘개인비리’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에쓰오일 노조 역시 사측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만한 시스템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조 측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임 노조위원장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우리가 그것까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전임 집행부는 그 일로 모두 교체됐고, 우리는 새 노조 집행부다. 게다가 A씨는 퇴직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지 않다.”

노조 “비리사건 공론화 원치 않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뒷돈을 건넨 이들이 사기를 당했든 그 때문에 공정하게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피해를 입었든 에쓰오일 이미지 훼손으로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만약 에쓰오일 CEO가 비슷한 방법으로 비리를 저질러 회사가 문을 닫았을 때에도 같은 입장을 취할지 의문이다. 이런 태도는 노조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남정수 민주노총교육선전실장은 “노조의 생명은 도덕성”이라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노동조합법에는 단위 사업장 노조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비리사건을 막기 위해 조합원들이 내부 감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회계감사에 집중돼 있지만, 감사의 역할과 감사 영역을 결정하는 건 노조의 몫이다. 정하기 나름이라는 거다. 바뀔 생각이 있다면 스스로 변하면 되지 않겠는가.”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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