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에일리언 : 커버넌트 ❷

 
인간은 창조주가 아님에도 종종 ‘창조주 놀이’에 빠지곤 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보고 흡족해 하며, 기고만장한다. 데이비드도 새로운 족속의 창조를 꿈꾸며, 에일리언과 인간을 조합한 ‘네오모프’ 시제품을 만들고 흡족해한다. 네오모프는 괴기스럽고 조악하지만 데이비드 눈에만은 아름다울 뿐이다.

우주 식민지 개척의 선발대로 떠난 ‘커버넌트(Covenant)호’는 동면상태의 2000여명의 이주민들을 태우고 7년 10개월의 우주항해에 나선다. 우주선 커버넌트는 ‘약속’, ‘(신과의)계약’을 의미한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신이 그들에게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찾아 고난의 행군을 하듯 지구를 대신할 ‘약속의 땅’을 찾아 나선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커버넌트호는 중간에 예정된 약속의 땅을 포기하고 미지의 행성에 착륙한다.

미지의 행성은 신이 약속한 땅이 아니라 사이비 신神 데이비드가 조물주 놀이에 푹 빠져 있는 곳이다. 신이 ‘약속한 땅’을 포기하고 사이비 신이 판을 벌이고 있는, 신이 금禁한 땅에 착륙한 커버넌트호 승무원들의 앞날이 무사할 리 없다.

미지의 행성은 인간의 창조자인 ‘엔지니어’들의 행성이다. 인간의 피조물인 데이비드는 인간의 창조주인 엔지니어들의 행성에 생화학폭탄을 동원해 엔지니어족을 멸종시키고 새로운 종의 창조에 몰두한다. 하나의 왕조를 뒤엎고 자신이 새로운 왕조의 시조가 되고자 한다.

▲ 네오모프를 만들어낸 데이비드는 자신이 신의 반열을 넘어섰다고 믿는다.[사진=더스쿠프포토]
인류의 창조주 엔지니어 족속을 멸종시킨 데이비드는 새로운 족속의 창조를 꿈꾸며 에일리언과 인간을 조합한 ‘네오모프(Neomorph)’ 시제품을 선보인다. 사이비 신 데이비드가 보기에는 흡족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네 인간이 보기에도 기괴하다. 손재주가 딱한 유치원 아이가 엄마 도움 없이 빚어놓은 밀가루 반죽 꼴이다. 이목구비는 언감생심이다.

기괴하고 조악하기 짝이 없는 네오모프를 만들어놓고 데이비드 혼자 뿌듯하고 기고만장해, 생뚱맞게도 영국 시인 셸리(Shelley)의 시 ‘오지만디아스(Ozymandias)’의 한 구절을 읊는다.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나의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이로다. 너희 힘 센 자들아 내가 이룬 것들을 보아라. 그리고 절망할지어다.”
 
오지만디아스는 고대 이집트 왕조 최전성기의 마지막 군주에 해당하는 람세스 2세(Ramses II)의 그리스식 이름이다. 람세스 2세는 특출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자기현시욕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부심벨 신전 등 손 닿고 발 닿는 곳마다 자신의 신전을 세우고 조상彫像을 새겨넣기에 여념이 없는 일생이었던 듯하다. 덕분에 람세스 2세는 고대 이집트 왕의 대명사처럼 그 이름이 전해진다. 다분히 ‘왕중왕’ 자작극을 벌인 셈인데 꽤 성공적인 자작극이다.

인간이 탄소의 우연한 결합체가 아니라면 그것이 어떤 신이든 신의 피조물임에 틀림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을 부정하거나 외면하고 데이비드처럼 조물주놀이에 취한다. 데이비드처럼 네오모프와 같은 온갖 기괴하기 짝이 없고 조악하기 그지없는 온갖 것들을 창조해내며 흡족해 하고 기꺼워하며 데이비드처럼 기고만장한다. ‘엄청난 나의 업적을 보라’고 기염을 토한다. 자신이 이룬 것들을 보면 신들도 주눅이 들 거라 생각한다.
▲ 고대 이집트 왕의 대명사 '람세스 2세'는 업적보단 화려한 신전으로 기억된다.[사진=뉴시스]
영화의 도입부에서 바그너의 가극 중 ‘신들의 발할라 입성’을 연주하며 자신이 신의 반열에 올랐다고 선언했던 데이비드는 네오모프를 창조해내면서 바야흐로 신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데이비드가 읊조리는 ‘오지만디아스의 노래’에 나오는 대문자로 시작하는 Mighty는 대개 ‘전지전능하신 신’을 지칭한다.

아부심벨(Abu Simbel)이라는 지상의 어떤 신전보다 거대한 자신의 신전을 세운 람세스. 그는 자신이 이미 모든 신을 넘어선 ‘신 중의 신’이라고 믿는다. 인공지능 데이비드를 창조한 인간은 자신들이 이미 신의 반열에 올랐다고 믿는다. 네오모프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데이비드도 자신이 신을 넘어섰다고 믿는다.

조악하고 기괴한 네오모프를 창조해 놓고 기고만장해 ‘오지만디아스’의 시를 읊조리는 데이비드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창조해내는 온갖 유무형의 불완전한 네오모프에 우리가 ‘자뻑’하고 사랑에 빠지는 사이에 신의 창조의 정수精髓는 점점 밀려나고 설 자리를 잃고 사라져간다. 신의 강물을 시멘트 구조물이 가둬버리고, 신의 갈대숲을 밀어버리고 아스팔트 자전거 길이 들어선다. 모두가 네오모프와 같이 괴기스럽고 조악하다. 오직 네오모프를 창조한 데이비드에게만 그것이 아름답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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