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호기❷ 철강] 中 옥죄는 트럼프 전략 읽는 게 ‘상책’
[위기와 호기❷ 철강] 中 옥죄는 트럼프 전략 읽는 게 ‘상책’
  • 김정덕 기자
  • 호수 259
  • 승인 2017.10.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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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상승세 이어가려면 …

“어기漁基에 물이 들어와 배를 띄우려는데 틈틈이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암초가 출몰하는 상황이다.” 요즘 국내 철강업계의 상황이 딱 이렇다. 분명히 시장은 호기인데, 적지 않은 위기요인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철강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차장은 “중국 철강을 규제하는 트럼프의 전략을 읽으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의 각종 무역규제는 애초 중국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최근 철강업계는 호황기다. 수요와 공급, 가격이라는 시장지표를 보면 그렇다. 지난해부터 철강제품 가격이 상승한 덕분이다.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인 중국이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철강산업을 구조조정한 게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덩달아 원재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t당 6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철광석은 올해 8월 90달러를 웃돌았고, 최근 8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다는 건 제품가격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세계철강협회 측은 “올 10월 글로벌 열연제품 수출가격이 t당 6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업체로선 또다른 호재를 만난 셈이다.

환경적 요인도 국내 철강업체들에 우호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갖가지 이유를 들이대면서 중국 철강제품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는 만큼 수출 경쟁을 벌이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이런 호재를 국내 철강업계가 온전히 누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큼지막한 위기요인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강한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자동차나 건설ㆍ조선 등 철강제품을 소비하는 전방산업도 침체돼 있다. 특히 조선업계가 심각하다. 가뜩이나 시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선박에 많이 사용되는 후판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되고 있어서다.

권순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실 국내 유통가격 기준으로 보면 후판가격은 열연제품보다도 낮게 유지되고 있고, 국내 유통가와 수입산의 가격스프레드도 현저하게 좁혀진 상황이어서 조선업계에서는 무조건 가격을 낮춰 달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조선가를 높이거나 이익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둘 다 국가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들이라 정부가 나서기도 애매하다.

미국의 무역규제는 철강업계를 흔드는 새로운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대상으로 각종 수입 규제조치를 동원하고 있는데, 한국산 철강제품도 한데 묶여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6년 도금강판ㆍ열연강판을 비롯한 한국산 철강 제품에 잇따라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해 포스코ㆍ현대제철ㆍ동국제강 등이 관세 철퇴를 맞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외국산 철강제품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지 조사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까지 내렸다.

기회 있어도 위기에 막힌 철강

이 법에 따르면 수입산 철강제품이 미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정부가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한국산 철강제품은 10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골칫거리다. 철강업계는 “한미 FTA가 있기 전부터 있던 세계무역기구(WTO)의 철강 무관세 협정 원칙이 우선 적용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미對美 수출이 위축될 거라는 점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이미 우회적인 방법으로 관세를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어서다.

이런저런 환경을 분석해보면 철강업계엔 물이 들어온 게 분명하다. 하지만 배를 쉽게 띄울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호재만큼 리스크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업계와 정부의 현명한 대응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위기 요인의 대부분은 정치외교적인 것들이다. 상대국가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임을 감안하면 대응책도 그리 많지 않다. “당분간 미국시장을 포기한다”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위기요인을 없애고 기회요인을 잡을 방안이 전혀 없지는 않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차장은 “FTA 재협상과 각종 무역규제에 직면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그럼에도 우리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건 유연한 외교력을 발휘해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원칙뿐”이라면서도 이렇게 주장했다.

무역규제, 철강업계 역할 중요

“오히려 정부보다는 업계에서 할 수 있는 게 좀 더 있을 것 같다. 미국 수출물량을 줄여 수출판로를 다변화하고 중국의 추격에 대비해 기술력을 높여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은 미국의 각종 수입규제가 중국산을 겨냥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중국산과 동일 품목을 피해 수출해야 한다. 미국 내 품목별 수입물량을 주시하면 수입규제 자체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입규제 절차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수입규제 제소는 미국 내 경쟁업체가 하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 개선도 노려볼 수 있다. 한국산 철강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내 바이어들과 공조를 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철강업계가 전방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거다.”

정치외교적인 상황이라고 정부의 역할로만 남겨놓지 말고 철강업계 자체적으로도 아이디어를 짜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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