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마케팅 유효하려면…

싸면 좋다. 하지만 무조건 싸기만 한 건 사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하루에도 열두번씩 최저가 행사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이것만으로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기왕이면 싼 것’을 찾다가 딱 그 정도 값만 하는 것을 수없이 봤고, 그 꾐이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익히 경험해서다. 뛰는 유통업체들 위에 나는 소비자 있다.

▲ 소비자는 가격이 아니라 ‘가격 대비’를 따진다.[사진=아이클릭아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최저가 전쟁이 한창이다. 유통업체들은 신선식품부터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가장 싸다”면서 소비자를 유혹한다. 콧대 높은 명품이 은근슬쩍 발을 들이기도 한다.

‘최저가’를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정상가격의 일정 비율을 할인해주는 건 기본이다.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를 그냥 주는 1+1 방식은 이젠 흔해졌다. 원래 상품만큼이나 가치가 큰 다른 선물을 증정하거나 가격 결제 후 개인정보나 상품평을 등록한 고객에게 일정액을 되돌려주는 리베이트 방식도 한 예다.

가격경쟁은 왜 점점 심해지고 있을까. 이유는 유통채널이 다양해지고 그로 인해 시장경쟁이 심화된 데서 찾을 수 있다. 가격을 비교하기가 수월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품질이 같다면 가격은 당연히 낮을수록 좋다. 배추 한 포기를 사든 명품 가방을 사든 품질이 동일하다면 가장 낮은 가격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최저가로 소비자 선택을 받으려면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품질의 수준이 소비자의 합리적인 기대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없거나,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볼 여력이 없거나, 생각하는 게 귀찮은 소비자들은 가격을 품질판단의 지표로 사용한다. 품질에 대한 확신 없이 최저가만 강조한다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제품의 주변적인 요소를 활용해 품질에 대한 기대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 1000원짜리 제품만 모아놓고 파는 곳이라도 환경을 깨끗하게 하면 소비자는 그런 주변적인 요소를 보고 ‘최소한의 품질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는 얘기다.

둘째, 최저가가 ‘진짜 최저가’라는 걸 믿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최저가는 유사한 품질의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낮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저가를 표방하는 많은 제품이 진짜로 그럴까. 비교대상이 되는 제품과 품질, 용량 등 다른 조건이 유사할까. ‘이게 진짜 최저가일까’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을 하라는 거다. 예를 들면 오후 2~4시엔 이 제품이 최저가라고 선언하거나 특정 제품군 중에선 이것이 최저가라고 밝히는 식이다.

동일 제품이라고 해도 모델이 다르고 제조국가가 다르고 제조일자가 다르고 판매장소와 판매시기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악용해 소비자를 기만하면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얼마 전 대형할인마트의 1+1 행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행사 때 정상가격을 그 이전 가격보다 높게 책정해 마치 정상가격을 50% 할인한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마트는 “최종 판매자가 가격을 책정하는 제도에선 정상가격을 매긴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발했다. 법정까지 간 이 문제는 결국 법원이 “거짓 광고로 보기 어렵다”며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법률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런 뉴스가 오르내리면 소비자는 최저가라는 말 자체를 믿지 않게 된다. 나중에는 실제로 가격을 낮추더라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최저가 전략은 구원투수처럼 보이지만 병살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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