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달 회장, 사고방식을 바꿔 스스로 개조하라
윤영달 회장, 사고방식을 바꿔 스스로 개조하라
  •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 호수 263
  • 승인 2017.11.16 0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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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호방한 타입의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은 대학 시절 숫기가 없었다고 한다. 말도 잘 못했고 어쩌다 노래를 시키면 도망을 갔다. 키가 190㎝에 육박하는 장신에 좀 건들거리며 걷던 그의 걸음걸이가 어느날 바뀌었다. 노먼 빈센트 필 목사가 쓴 「적극적 사고방식」을 읽은 것이 계기였다. 그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ㆍ긍정적 사고를 하려 애써 스스로 성격을 개조했다고 말했다.

▲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은 “높은 산에 오르면 사해를 두루 멀리 볼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사고방식을 새롭게 바꾸면 스스로를 개조할 수 있다.-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

“대학 시절 「적극적 사고방식」을 읽고 나서 나 스스로 성격을 개조했습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ㆍ긍정적 사고를 하려 애썼죠. 건들거리며 걷던 자세를 고쳤고 목소리와 웃음소리도 키웠어요.”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은 “그랬더니 과거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말했다. “가령 반컵의 물을 보고 전과 달리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키가 190㎝에 육박하는 장신인 그는 그 전까지는 좀 건들거리며 걸었다고 말했다. 숫기가 없어 말도 잘 못하고 어쩌다 노래를 시키면 도망을 갔다고 한다. 호방한 타입의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 노먼 빈센트 필 목사도 그랬다. 그는 성장기에 신문 배달원, 점원, 외판원 생활을 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그는 긍정적 사고로 자신을 발전시켰다고 고백했다. 결국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직자 중 한 사람이 됐다.

그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뀐 후엔 놀 일이 많아져 책을 덜 읽게 되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모든 선택엔 비용과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다. 윤 회장은 “마음이 가 닿지 않으면 눈으로 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에 심부재언시이불견心不在焉視而不見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마음을 쏟아야 비로소 보입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일을 해도 성과를 제대로 거둘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는 자꾸 이것저것 찾게 되고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자신이 경영하던 크라운제과보다 덩치가 큰 해태제과를 인수한 것이다. 2005년 당시 크라운은 제과업계 4위, 국내 최초의 제과회사인 해태는 업계 2위였다. 해태의 매출액은 크라운의 3배에 달했다. 크라운이 해태를 인수하자 신문들은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고 썼다.

“몸집을 불리려던 게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인수했습니다. 4~5위 업체도 살아남는 그런 시장은 이제 없어요. 1등도 퇴출되는 시대입니다. 동물의 왕국도 ‘백수의 왕’ 사자와 호랑이가 멸종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래도 죽을 수 있고 저래도 죽을 수 있다면 도전해야죠. 기업은 지속 가능해야 살아남습니다. 지속 가능성은 사람으로 치면 건강 같은 거에요. 기업은 어떻게든 환경 변화에 적응해 존속해야 합니다.”

그는 기업도 덩치가 너무 작으면 먹히고 너무 커지면 둔해진다고 말했다. 너무 강해도 부러진다고 덧붙였다. 해태를 인수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당시 피인수 측은 돈만 집어넣고 경영엔 참여하지 않을 인수자를 찾았다. 크라운제과는 그런 후보가 아니었다.

더욱이 크라운은 부도 후 화의 상태였다. 피인수 측이 크라운은 화의 중인 회사라며 배제하려 했다. 윤 회장은 그날로 화의를 종료하고 인수 계약을 맺었다. “요건을 충족해 법원에서 빨리 종결하라고 하는데 제가 화의 종료 안 하고도 회사가 잘 굴러가 미루고 있었거든요.”

정작 해태 인수 계약일엔 임원ㆍ부장 전원을 이끌고 동남아 최고봉인 옥산에 올랐다. 간부들의 사기가 충천했다. 그는 “그때 금문 고량주를 정신을 잃을 만큼 많이 마셨다”고 회고했다. “높은 산에 오르면 사해를 두루 멀리 볼 수 있습니다(등고산 이망사해登高山而望士海). 사해에 대한 시야는 그런 고산에 오르지 않고는 확보할 수가 없어요. 기업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모름지기 고지를 탐해야 합니다.”

크라운제과가 부도를 맞았을 땐 있는 돈으로 은행 빚을 갚거나 직원들 봉급으로 지급하지 않고 정해진 절차대로 물건값으로 치렀다. 채권단에는 “자금 회전이 안돼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지만 청산가치보다 크라운제과가 존속해 미래에 창출할 가치가 크다”고 설득했다. “이참에 나를 죽이느니 살려서 차차 빚을 갚게 하는 게 낫다고 했어요. 사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자욱히 안개 낀 산길을 달리다 벽을 들이받고 차가 선 거예요. 다시 시동을 걸면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죠. 협상의 기술보다 솔직함, 설득하려는 정열이 주효했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아트 경영이다. 아트 경영이란 생래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터치하는 경영이다. 그는 아트 경영은 경영의 유연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흔히 고객의 니즈와 원트를 얘기하는데 하우도 중요합니다. 메이저 과자 업체 간에는 기술, 설비, 마케팅, 연구ㆍ개발 능력은 물론 이제 품질 차이도 없습니다. 그래서 과자에 예술을 입히려는 겁니다. 갈 길이 멀지만 아트로 제품을 차별화하려는 거죠.”

▲ 쿠크다스 매출은 초콜릿으로 S자를 그려넣은 후 크게 늘었다. 윤영달 회장은 이를 아트 경영의 성과로 꼽았다.[사진=뉴시스]

그는 그러자면 구성원의 AQ(예술감성지수ㆍArtistic Quotient)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 전문가에게 과자를 가르치느니 우리 직원들에게 예술을 가르쳐 반예술가로 만드는 게 빨라요.” 해태제과 인수 후 두 회사 구성원을 ‘화학적 결합’시키려 그는 모닝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이 강좌가 12월이면 300회를 맞는다.

“두 회사 직원을 ‘동문수학’시킨 거죠. 신달자ㆍ도종환 시인(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불러 시에 대한 강의를 맡기고 직원들에게 시를 쓰게 했어요. 시를 쓰다 보면 회사의 카피가 달라집니다. 직원들 말솜씨도 좋아지고 아이디어가 풍부해지죠. 저는 이제 누가 두 회사 중 어느 쪽 직원인지 구분을 잘 못해요.” 그렇게 구성원들이 쓴 시가 2013년 시집 「달콤한 운명을 만나다」가 됐다. 이 유가 시집의 판권란엔 지은이가 ‘제과전문그룹 크라운해태 직원’이라고 돼 있다.

그는 예술 경영은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업종 불문하고 미를 추구하지 않으면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다. “헤르메스 넥타이가 원단이 비싸서 잘 팔리나요? 예술적 감각, 색감, 질감, 느낌의 차이예요. 음식을 파는 식당도 접시에 예쁘게 담아야 팔리죠.”

그는 아트 경영의 성과로 크라운제과 쿠크다스의 매출 신장을 꼽았다. 직사각형의 이 밋밋한 과자에 초콜릿으로 S라인을 집어넣자 매출이 올랐다. 산은 가늘게 골은 굵게 그려 라인을 변주하자 매출이 급등했다.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도 같은 효과를 거뒀다. 쿠크다스에 초콜릿 라인을 그려넣는 기계를 만드느라 몇년 걸렸지만, 과자 자체의 원가와 맛은 그대로였다. 그는 해태제과가 내놓은 대박 상품 허니버터칩의 개발 과정도 발상의 바탕에 아트 경영이 깔려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먹을수록 예뻐지고 몸도 건강해지는 과자를 만들려 직원들과 연구 중이다. 과자를 건강기본식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의 리더는 구성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상군上君은 진인능盡人能한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한비가 한 말이죠. CEO 등 기업의 리더는 구성원들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만족하고 즐기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업의 성패가 바로 이런 기업문화에 달렸죠.”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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