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2기 기회와 위기

KB금융그룹을 구한 상고 출신 천재. 윤종규(63)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회장 취임 이후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실적 개선에도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2기를 맞을 ‘윤종규호號’가 순항에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풀어야 할 과제가 숱하게 많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힘차게 닻을 올린 윤종규호의 기회와 위기를 살펴봤다.

▲ 윤종규 KB금융그룹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사진=뉴시스]

9월 15일 출근길 기자들을 만난 윤종규 KB금융그룹 겸 국민은행장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전날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윤 회장을 차기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기 때문이다. 최영휘 KB금융그룹 확대위원장은 “임기 3년 동안 열심히 했고 경영 결과가 다른 곳보다 나쁘지 않다면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약속한 것을 모두 실행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직에 대한 헌신과 열정이 그만한 사람도 흔치 않다”는 말로 윤 회장을 치켜세웠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 역사상 최악의 상황에서 회장직에 올랐다. 당시 KB금융은 국민주택채권 위조사건(2013년)을 비롯한 내부비리와 부실문제가 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2014년 4월에는 전산시스템 메인프레임 교체를 둘러싼 KB국민은행과 KB금융의 내부갈등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KB금융은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을 한꺼번에 잃는 수모를 겪었다.

 

위기의 순간 윤 회장은 KB금융의 키를 잡았고, 변화를 견인했다. 조직이 안정을 찾고 수익성도 개선됐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하면서 ‘인수·합병(M&A) 저주’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6월에는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증권 부문을 단숨에 업계 5위 규모의 대형증권사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

실적 성장세도 눈부시다. 2014년 1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조14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올해는 3분기 기준 2조7577억원의 누적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3조원을 웃돌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숙원 사업이었던 ‘리딩뱅크’ 탈환에도 성공했다.

올 2분기 99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8920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지주를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3분기엔 각각 8975억원(KB금융)과 8173억원(신한금융)을 기록하며 격차를 800억원대로 늘렸다. 그 결과, 윤 회장 취임 당시(2014년 11월 21일) 3만9400원이었던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16일 5만8000원로 47.2%나 상승했다.

하지만 취임 2기를 맞을 ‘윤종규호號’의 순항이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무엇보다 노동조합과의 불협화음이 걱정거리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윤 회장의 연임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노조 반발 이겨낼까


윤 회장이 임명한 사외이사가 그를 단독 후보로 추천한 것이 ‘셀프 연임’에 불과하는 주장이다. KB노협 측은 “경영진이 스스로 연임을 결정하는 구조”라며 “불합리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없이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등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연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조합 선거 개입, 윤 회장 연임 찬성 설문조사 조작,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숱하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날치기 연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투쟁에 나섰다”며 “단순히 윤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는 건 주주의 요구사항”이라며 “성과를 내고도 왜 직원의 지지를 못 받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 지난 20일 열린 임시주주총회 결과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상정한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무산된 것도 갈등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주주 제안’ 방식으로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출석 주식 중 17.37%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사정기관의 칼끝이 KB금융을 겨누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살 만하다. 경찰은 지난 3일 KB국민은행 인사관리(HR) 본부를 압수수색했다. KB노협이 설문조사 조작을 이유로 윤 회장을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선 10월 31일에는 검찰 조사 소식까지 날아들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윤 회장과 KB금융이 LIG손해보험을 고가에 매입해 5451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윤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라면서 말을 아꼈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윤 회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딩뱅크 수성도 시급한 현안이다. 올 3분기 기준 KB금융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577억원이다. 신한금융의 2조7064억과 불과 513억 차이다. 4분기 실적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어 질수 있다는 간격이다. 게다가 리딩뱅크 타이틀을 뺏긴 신한금융지주는 M&A를 통해 KB금융을 강하게 추격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년 리딩뱅크 향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이라며 “신한금융이 본격적으로 M&A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면 역전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리딩뱅크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해외진출 성적표도 풀어야 할 숙제다. KB금융의 해외진출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실제로 올 3분기 기준 주요 4대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중 전년 동기 대비 누적 순이익이 감소한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KB금융의 3분기 해외 실적은 222억원으로 전년 동기(265억원) 대비 17%나 줄었다.

규모 면에서는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둔 KEB하나은행 2898억원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했고,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는 신한은행 1782억원과 비교해도 초라한 실적이다. KB금융의 해외 영업점(해외지점·사무소·현지법인) 수는 13곳으로 KEB하나은행(34곳), 신한은행(28곳), 우리은행(27곳) 등 4대 은행 중 꼴찌다.

초라한 해외진출 성적표

채명석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국민은행은 대형 시중은행 중 해외진출에 가장 소극적”이라면서 “약 7961억원의 투자손실이 발생한 카자흐스탄 현지법인 투자와 2013년 발생한 일본 도쿄東京지점의 부당대출 금융사고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해외점포의 운영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도 “올해 미얀마에 단독법인을 설립하고 인도 사무소의 지점전환을 추진하는 등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임 축포를 쏘기엔 윤 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매우 많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