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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누군가의 한턱은 정말 선일까외국에선 일상적인 더치페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
[265호] 2017년 12월 01일 (금) 13:04:35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한턱 쏘는’ 문화는 미덕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부담일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하고 식사를 한 후 계산을 하려다 “자네가 왜 계산을 하느냐”는 호통을 들어본 적 있는가. 외국에선 일상처럼 여겨지는 ‘더치페이’가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나이 많은 사람이 한턱 쏘는 게 미덕 때문은 아닐까.

학생들 20명을 데리고 대만에 시장조사를 다녀왔다. 답사 과정 중엔 한국인 친구를 원하는 대만 학생들 몇몇이 자원해 우리에게 다양한 시장을 안내해 주기도 했다. 우리 학생들은 신기한 식품이나 메뉴를 찾아내고 대만인의 식생활을 관찰하는 걸 흥미로워했다. 무엇보다 놀라워했던 건 일상화된 그들의 더치페이 문화다.

대만인들은 음식값이나 커피값을 계산할 때 나눠서 내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다. 심지어 남녀가 데이트할 때도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이상 각자의 몫을 각자가 계산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더치페이는 일상이다. 각자가 먹은 만큼의 액수를 정확하게 내거나 금액을 사람 수대로 나눠 똑같은 액수를 낸다. 고급식당에서 멋지게 차려입은 중년여인들이 동전까지 하나하나 세가면서 내야 할 금액을 계산하는 걸 보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좋은 일이 있으니 오늘은 내가 내겠다”고 사전에 선언하지 않은 이상 회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자 먹은 음식값을 각자 계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 문화에서는 이게 아직 좀 민망하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음식값을 상사가 내거나 먼저 회식을 제안한 사람이 내거나 아니면 번갈아 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거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서로 내겠다고 실랑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다. 이런 모습은 언뜻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누군가에게 부담일 수 있다. 비용 부담 때문에 모임을 먼저 제안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불 문화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 500명에게 “간편결제를 위한 앱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45%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들은 신용카드나 무통장 입금 또는 현금 나누기보다 간편결제가 훨씬 편리하다고 답했다.

간편결제를 이용하면 계산 과정이 짧아지고 각자의 몫을 나눠 내기도 쉽다. 미국의 레스토랑에는 테이블에서 각자 주문을 하고 각자의 신용카드로 각자가 원하는 팁의 액수까지 따로 계산해 결제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기기가 놓여 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또는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으면서 그 자리에서 각자 계산을 끝낼 수 있다.

하지만 모임이 잦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더치페이가 일상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 어르신이 한턱내는 게 선善이고 품위처럼 여겨지고 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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