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덤핑 주장에 맞불 놓은 캐나다처럼…
美 덤핑 주장에 맞불 놓은 캐나다처럼…
  • 고준영 기자
  • 호수 275
  • 승인 2018.02.08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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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人이 말하는 기업 이탈 방지책

지난해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 기록은 올해 깨질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투자 유치를 위한 통상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기업의 해외투자 비중이 늘면 국내 경제엔 좋을 게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떠나겠다고 마음 먹은 기업을 붙잡을 순 없다. 전문가들이 이탈 후폭풍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기업 이탈 방지책을 취재했다. 

▲ 김대종 교수는 “중소기업을 수출역군으로 키워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피해를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을 떠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107억 달러(약 11조4811억원).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투자금은 미국에 몰렸다. 같은 기간 중국과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18.6%, 4%로 크게 줄거나 미세하게 증가한 반면, 대미對美 투자규모는 142.8%나 뛰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현지시장 진출이 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전체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더욱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통상압박을 무기로 자국 투자를 종용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이탈 현상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중견 철강사 넥스틸이 연이은 관세철퇴와 무역확장법 232조 이슈에 못 이겨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문제는 기업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국내 경제의 활성화는 벽에 부닥치고,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로 이전하는 공장이 늘면서 국내 제조업의 고용 규모는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만명가량 감소했다. 특히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역ㆍrust belt)의 지지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주로 제조업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귓등으로 흘려버릴 만한 이슈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대책은 없을까.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을 WTO(세계무역기구), CIT(미국 국제무역법원) 제소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상무부의 조사가 시작했을 때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업계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어 WTOㆍCIT 제소, 미국과의 양자회의ㆍ다자회의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미온한 대응에 실망한 업계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에 업계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산공장 이전을 검토 중인 넥스틸의 한 관계자는 “WTO에 제소한다고 해도 소송기간 최소 2년에 이행준비기간, 평가기간 등까지 더해지면 3~4년은 훌쩍 지나간다”면서 “산자부가 되레 미국의 통상압박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고 되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에 덤핑 혐의를 제기했는데, 캐나다 정부가 강력하게 맞불을 놔 무혐의 판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이처럼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미국 통상압박 이슈 이전에 해외 이전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학노 동국대(국제통상학) 교수는 “트럼프 정권 이전부터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는 추세였다”면서 “이는 본국으로 회귀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인데, 그만큼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이 신통치 않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도 같은 의견을 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공장보다 나가는 게 3배 더 많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세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약 20%에 달한다.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들어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FDI는 229억 달러(약 24조5763억원)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4710억 달러), 일본(1842억 달러) 등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소나기는 피하되 섣불리 몸을 움직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의 압박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관세철퇴를 피하기 위해 투자결정이 이뤄지는 불안정한 상황”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이럴 때 기업은 정보수집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를 내다보고 리스크를 살펴야 한다. 트럼프의 정책은 근시안적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으로 들어가면 규제를 받지 않고 직접 경쟁을 하게 될 텐데, 문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 기업들의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나 차기 정권이 정책의 기조를 다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에선 국내 기업의 이탈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손실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리스크 경영’을 하라는 거다. 이학노 교수는 “우리가 입을 가장 큰 손실은 일자리이기 때문에 잃어가는 일자리를 어떻게 대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을 키우고 기술발전에 힘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에선 이미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국력을 키울 수 있는 신산업을 길러낸다면 일자리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을 수출 역군으로 키워야

김대종 교수는 이참에 중소기업을 새로운 수출의 역군으로 키워야 한다는 원론적인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 근로자다. 반면, 중소기업의 수출실적은 전체 수출액의 15%에 불과하다. 정부가 연구개발비 지원,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해 수출 역군으로 키워낸다면 국내 생산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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