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한국 언론은 국민을 섬기나
[윤영걸의 有口有言] 한국 언론은 국민을 섬기나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281
  • 승인 2018.03.29 0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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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 아닌 국민 섬겨야
▲ 한국 언론의 적은 내부에 있을지 모른다. 사진은 영화 더 포스트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언론인의 펜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히 정의를 외칠 수 있을까. 영화 ‘더 포스트’는 그 딜레마를 그려낸다. ‘더 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1971년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 실화를 소재로 한다.

정부가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이를 폭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보도를 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불면의 밤을 보낸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보도 직전 가까스로 외부투자자들을 유치했지만 계약서에는 ‘계약일로부터 일주일 내에 천재지변에 준하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녀는 고심 끝에 회사의 재정적 파산위협과 정부의 압력에도 기사를 낼 것을 결정한다.

영화를 본 다음 두가지가 불편했다. 하나는 미국이 상대국을 도우려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중 ‘펜타곤 페이퍼’의 고발자 댄은 미국이 베트남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0%는 월남을 도와주기 위해, 20%는 공산주의가 퍼지는 걸 막기 위해, 70%는 미국의 패배를 볼 수 없기 때문이야.”

미국은 ‘패배할 용기’가 없어서 베트남에서 많은 목숨을 희생하고 있었다. 한국 현실에 대입하면 북한 핵으로 인한 갈등이 한반도 평화보다는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 언제든지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뜻한다.

또 하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사주와 편집(보도)국장과의 갈등이라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만큼 수익성이 최고 우선순위다. 언론사의 편집 보도책임자의 최우선 목표는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언론자유가 없다면 1차적인 책임은 언론사 내부에 있다. 2차 책임은 정권 차원에서 언론을 입맛대로 길들이려는 권력, 3차 책임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언론사에 광고 협찬 명목으로 돈을 바치는 재벌들에 있다. 한국의 재벌은 너무 약점이 많으니 언론과 기업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매체는 권력에 코가 꿰였다. 권력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교묘한 방식으로 방송사에 족쇄를 채운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완기 이사장은 얼마 전 돌연 사퇴를 선언하면서 “청와대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낙점해왔다”고 폭로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엔 워싱턴포스트처럼 사주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편집국장(보도국장)이 있는가. 아마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소문만 돌아도 벌벌 떨며 국세청에 줄을 댈 것이다. 지금 한국의 언론은 무기력증에 빠졌다. 재벌의 횡포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권력에도 자유롭지 않다.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이 나라 언론의 사명이다. 그런데 지나친 게 문제다. 일부 언론사는 재벌기업에 받은 협찬 광고로 데스크와 기자를 평가하고 성과급을 제공한다. 어느 언론사 편집책임자 벽면에 기업별 협찬 광고실적이 막대그래프로 표시된 것을 보고 아연한 적이 있다. 최근 급성장한 언론사는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비리가 많은 기업경영이 문제의 발원지이지만 이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일부 언론이 고속성장하고 있는 악순환구조가 문제다. 거기에 포털은 악성기사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한몫을 거들고 있다.

이 땅에 언론자유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자유는 있다”고 대답하고 싶다. 그러나 그 자유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지 않고 스스로를 위해 힘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국 언론의 적은 바로 언론 자체의 상업주의와 정권을 이용해 자리를 차지하려는 일부 언론인의 탐욕에서 비롯된다. 함부로 남을 탓할 게 못된다. 방송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자유를 제약받고 있고, 신문은 재벌에 의해 자유를 속박 받고 있다.

영화 ‘더 포스트’에서 미 대법원은 법무부와 워싱턴포스트지의 언론의 자유를 둘러싼 소송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언론의 손을 들어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을 수호했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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