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연연할 필요 없는 생태계 구축해야

65.5%.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댓글 실명제’에 동의한 이들의 응답률이다. 댓글 조작을 막으려면 ‘실명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위헌판결을 받았다. 현재로선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 댓글 실명제 도입 주장이 나오지만, 실명제는 이미 2012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사진=뉴시스]

댓글 조작은 건전한 여론형성을 방해하는 사회악이다. 댓글조작을 막을 대안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댓글 실명제’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댓글 실명제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터진 이후 T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어본 결고, 찬성한다는 응답(65.5%)이 반대한다는 응답(23.2%)보다 3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댓글 실명제는 2012년 위헌판결을 받았다. 과도한 통제로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006년 인터넷 게시판ㆍ댓글 실명제를 내용으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실시된 인터넷 실명제가 5년 만에 중단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댓글 실명제엔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있다. 위헌 논란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면 댓글 실명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댓글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댓글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극단적이지만 신뢰성이 없는 건 아니다. 댓글 기능을 없엔 언론사들이 많아서다. 2016년 세계신문협회가 발간한 ‘댓글은 여전히 중요한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의 경우엔 수준 높은 댓글을 통해 풍부한 토론이 이뤄졌다. 반면 미국 공영라디오방송인 NPR을 비롯해 CNN, 로이터 등은 댓글 시스템 유지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아예 댓글 기능을 없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청와대 게시판도 있는 마당에 댓글을 없앤다고 해도 국가 차원에서 주도할 일은 아니다”면서 “댓글의 효과를 따져서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유지하든 없애든 하면 될 일이다”고 주장했다.

댓글조작 당사자를 엄벌하는 법률을 만들면 된다는 견해도 나온다. 법률가들에 따르면 현재 댓글로 여론조작을 해도 관련 근거 법규정이 없다. 드루킹 일당에게 적용된 죄명이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죄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댓글조작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법망을 피한 댓글조작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처럼 댓글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대안은 많다. 문제는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 긍정적인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정덕진 서울대(사회학) 교수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활발히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사람들이 댓글에 연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댓글조작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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