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자율주행 기술 경쟁 시대
월등한 돌발 상황 대응 속도
사람 목숨 살릴 좋은 기술
기술 신뢰 확보해야 상용화
데이터 분석ㆍ관리가 핵심

완전 자율주행차는 시간당 1.4TB 데이터를 생성한다. 1GB 영화 1434편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차에서 중요한 건 데이터를 처리ㆍ관리하는 체계와 능력이다. 그래야 숱하게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자동차 메이커들은 데이터보단 카메라와 센서에 더 주목한다. 괜찮은 흐름일까. 

자율주행차에서 중요한 건 카메라나 센서가 아니라 ‘데이터 처리’ 기술이다.[사진=뉴시스]
자율주행차에서 중요한 건 카메라나 센서가 아니라 ‘데이터 처리’ 기술이다.[사진=뉴시스]

운전 중에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고객사의 중요한 회신일 수도 있어 잠깐 스마트폰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 순간 갑자기 한 아이가 차 앞으로 튀어나온다. 이때 당신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겠는가.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가 대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39~0.60초다. 즉각 대응한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순간에 이미 사고가 발생하고, 아이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럴 때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멈춰준다면 어떨까. 아이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최첨단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운전 중 다양한 주변 환경을 360도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밀리초(1밀리초=0.001초) 단위로 수많은 ‘주행 의사’를 결정한다.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빨라진다는 거다. 

중요한 건 자율주행차를 믿을 수 있느냐다. 안타깝게도 자율주행차의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불신이 적지 않다. 이 지역에선 2021년부터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인 크루즈가 자율주행차 실험 주행을 시작했다.

2022년엔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웨이모도 가세했다. 그해 6월엔 GM 크루즈가 무인택시를 이용한 유상 운송서비스도 실시했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부터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유상 운송서비스 개시 하루 만에 크루즈의 자율주행차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중 갑자기 멈췄고, 뒤따르던 일반 자동차가 크루즈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2023년 3월엔 샌프란시스코에 폭풍이 강타했는데,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폭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피할 방법을 찾지 못해 교차로에 멈춰 서면서 교통체증을 유발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인 8월엔 크루즈 무인택시가 시내 교차로에서 소방차와 충돌했다.

10월엔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인 보행자가 반대 차선에서 다가오던 크루즈 무인택시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일로 크루즈는 무인택시 영업을 중단했다.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자율주행차의 신뢰도 덩달아 떨어졌다. 

자율주행 기술은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등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자율주행 기술은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등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그러자 수면 아래 깔려 있던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누군가 장악하면 교통시스템이 일순간 마비되고, 자율주행에 사용하는 인공지능(AI)이 엉뚱한 판단을 내리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거였다. 

그럼 자율주행차는 믿을 수도 없고, 악용될 소지도 크니 이쯤에서 접어야 하는 걸까. 자동차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답은 바로 나온다. 자동차 발명 초기에 다수의 사람들은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취급해 없애려 했지만, 지금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자동차로 인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실보다 득이 많다. 우선 사고 가능성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2023년 구글의 웨이모는 “100만 마일(161만㎞)당 ‘경미한 사고부터 사망사고까지 온갖 상해를 동반한 충돌사고’ 발생 건수를 분석해보니, 일반 자동차는 2.78건, 웨이모의 완전 자율주행차는 0.41건이었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러면서 “100만 마일당 ‘경찰이 보고한 사고’ 발생 건수에서 일반 자동차는 4.85건, 완전 자율주행차는 2.1건이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가 주는 이득은 단순히 교통사고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의 교통 환경을 완전히 다시 디자인할 수 있다. 가령,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이 고도화하면 운전이 힘들거나 불가능한 장애인이 좀 더 쉽게 여행할 수 있다. 운전석이 없어지면 그 자리에 전동휠체어를 넣어도 된다.

자율주행차가 많아지면 교통관리시스템을 최적화할 수도 있다. 교통량이 많은 출근 시간대에 자율주행차로부터 받은 실시간 교통 정보를 이용해 원활한 교통 흐름을 꾀하는 게 가능해서다.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율주행차에 쌓인 정보는 지속가능한 ‘ESG 성장’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중국환경과학연구원(CRAES)은 중국의 모든 대형 차량에서 발생하는 페타바이트(PB) 규모의 배출량 정보를 분석해 이를 탄소 저감을 위한 권고사항을 알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데이터도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다.[※참고: 1PB는 1024 테라바이트(TB), 1TB는 1024 기가바이트(GB)다.] 

이런 장점들을 취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바로 자율주행차의 신뢰도를 높이는 거다. 어떻게 하면 신뢰를 강화할 수 있을까. 

첫째, 자율주행차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과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 모터스’의 시스템 설계자였던 스테판 하인리히가 2017년 발표한 ‘자율성 시대의 플래시 메모리’라는 보고서에 그 이유가 등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차는 시간당 1.4TB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1GB의 영화 1434편에 해당하는 데이터양이다. 특히 자율성이 높아지면 1시간당 19TB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나 센서를 추가하는 것보다 데이터 처리와 관리 능력을 끌어올리는 ‘인프라 투자’가 긴요하다.

둘째,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가령, 정부는 자율주행 훈련을 위한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실험과 테스트에 적합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창이공항 터미널에서 자율주행차를 수하물 적재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셋째,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효과적인 데이터 관리 플랫폼이 필요하다. 교통ㆍ날씨ㆍ지형 조건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해줘야 AI 알고리즘이 이 정보를 받을 수 있어서다.

SAIC폭스바겐(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SAIC 모터와 폭스바겐의 합작사)이 최근 차량 데이터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한 것도 그래서다. 이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실시간 차량 상태 원격 점검이나 지능형 내비게이션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술은 다양한 공익을 도모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다만, 이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이 기술이 사회에 이익을 줄지, 해를 끼칠지를 결정하는 건 정부ㆍ기업ㆍ국민 등 사용자가 자율주행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들이 협력해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줄여나간다면 자율주행차는 훌륭한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해도 안전하다는 걸 인지한 것처럼 신뢰만 쌓으면 가능한 일이다. 

최승철 클라우데라코리아 지사장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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