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중간요금제 중간점검➋
정부-이통사 중간요금제 실랑이
실적 악화 우려했던 이통3사
중간요금제 론칭한지 반년 훌쩍
이통3사 역대급 실적잔치 전망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음에도 이통3사는 또다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음에도 이통3사는 또다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우리는 視리즈 ‘중간요금제 중간점검’ 1편에서 이동통신3사가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이후에도 국민들의 가계통신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장에선 ‘저가요금제 고객이 더 비싼 중간요금제로 갈아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도입한 중간요금제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 이를 반대로 말하면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중간요금제를 설계한 이통3사의 노림수가 성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중간요금제를 론칭하면 실적이 빠질 것’이란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2023년에도 이통3사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통3사의 실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중간요금제 중간점검 2편입니다.

정부와 이통3사는 지난 몇년간 중간요금제를 두고 실랑이를 벌여왔습니다. ‘중간요금제가 가계통신비를 떨어뜨릴 것’으로 생각한 정부는 이통3사를 향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라’고 압박을 넣었고, 이통3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버텼습니다. 중간요금제가 실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달라”며 이통3사에 메시지를 던진 게 중대한 변곡점이 됐습니다. 이통3사는 그해 상반기 등 떠밀리듯 중간요금제를 대거 추가했죠.

그렇다면 이통3사의 실적은 중간요금제를 론칭 후 나빠졌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선 이통3사의 요금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현재 이통3사의 5G 요금제 핵심은 ‘고가’입니다. 상당수 5G 이용자는 많은 데이터 사용량을 소화하기 위해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고, 이같은 소비패턴이 지금의 이통3사 실적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면 고가요금제를 쓰던 고객이 중간요금제로 갈아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통사 실적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할 공산이 큽니다. 이통3사가 중간요금제의 출시를 꺼렸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료 | SK텔레콤, 사진 | 뉴시스]
[자료 | SK텔레콤, 사진 | 뉴시스]

이 때문인지 이통3사는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되, 실적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요금제를 설계했습니다. SK텔레콤 요금제를 예로 들어보죠. SK텔레콤은 2023년 5월 1일, 기존 24GB짜리 베이직 플러스에 추가 용량을 얹는 방식으로 37GB·54GB·74GB·99GB 요금제를 공개했습니다.

가격은 최저 6만2000원(37GB)에서 최고 6만8000원(99GB)로 데이터 제공량이 늘 때마다 2000원씩 비싸집니다. 이는 8GB(4만9000원) 저가요금제를 쓰는 소비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가격대입니다. 1만3000원만 내면 데이터를 지금보다 29GB 더 쓸 수 있어서죠.

반대로 250GB(7만9000원) 요금제나 무제한 요금제(8만9000원)를 쓰는 소비자들에겐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쓸 수 있는 용량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KT의 구조도 이와 비슷합니다. KT는 기본 6만3000원짜리 50GB 요금제에 2000원을 추가하면 20GB를 더 주는 방식으로 중간요금제를 설계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6월 2일에 50GB·70GB·90GB·110GB 등 총 4가지 요금제를 출시했죠.

그 윗단계인 8만원짜리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가 중간요금제로 갈아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겁니다. 데이터 사용량이 확 줄어드는 데다가 VIP 멤버십 혜택도 사라지기 때문이죠. 반대로 10GB(5만5000원) 요금제 이용자들은 8000원만 더 내면 40GB가 늘어나니 이 요금제를 쓰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죠.

이처럼 고가요금제 고객들의 마음이 움직여 아래 단계로 변경하지 않는다면 ‘중간요금제가 통신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상황이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이통3사의 실적은 어떤 상태일까요?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2023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합산 매출이 전년(56조8610억원) 대비 2.4% 늘어난 58조2269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조3015억원에서 4조5064억원으로 4.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죠.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이통3사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함과 동시에 ‘3년 연속 합산이익 4조원’이란 기록도 달성합니다. ‘중간요금제 출시로 이통3사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와는 정반대의 결과죠.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간요금제 얘기가 한창이던 2023년 증권가에선 중간요금제 출시가 이통3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분석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그해 3월 보고서에서 “투자가들의 우려와 달리 국내 이통3사 매출 감소 효과는 연간 1% 미만으로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로 김 애널리스트는 “약정 효과나 고가요금제와의 실질적인 요금 차이를 감안하면 중간요금제의 효과가 미미하다”면서 “신규 가입자 중 20% 정도만이 새로운 중간요금제를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중간요금제가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증권가에선 이통3사가 올해에도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선 이통3사가 올해에도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 여기까지가 중간요금제의 현주소입니다. 기대와 다르게 가계통신비는 떨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반대급부로 이통3사는 이번에도 ‘실적잔치’를 벌일 듯합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했다곤 하지만 이통3사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요금제 가격과 데이터 제공범위를 설계했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의도와 달리 중간요금제는 통신비 인하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습니다. 7개월 차에 접어든 중간요금제를 이대로 지켜보기만 해도 되는 걸까요? 보완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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