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된 웹소설 넘겨보기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
강대한 국가 만든 그 이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다면

 강대한 국가 건국에 독자들은 대리 만족을 느끼지만 그 국가의 존속은 장담할 수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체역사를 다루는 웹소설에서 국가 건설과 경영은 단골 소재다. 주인공들은 과거로 돌아가 왕이나 귀족이 돼 강력한 국가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패권국으로 자리 잡는 모습에서 독자는 큰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불안이 생긴다. 소설이 끝난 후 주인공이 세운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해서다. 찬란한 문화와 힘을 자랑했던 국가라도 쇠락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무수한 재난, 지도자의 자질 부족, 주변 국가의 발흥 등 수백년에 걸쳐 등장할 위협요소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은 유훈遺訓을 남겨 후손이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한다. 몇몇 작품은 외전 등을 통해 해당 국가의 모습을 현대 시점으로 묘사해주기도 했다.

영원한 패권국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독자들이 많았던 탓일까. 죽지 않는 주인공을 제시한 작품이 있다. 작가 ‘마늘맛스낵’의 웹소설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는 주인공을 ‘불멸자’로 설정해 역사에 유례없는 초강대국 형성 과정을 600화가 넘는 긴 호흡으로 그려낸다.

작품은 평범한 회사원이자 역사게임 마니아였던 주인공 ‘상민’이 알 수 없는 현상에 휘말리며 시작한다. 상민은 새로 나온 역사게임을 하기에 앞서 고려시대 삼별초 무장을 자신의 캐릭터로 삼고 불로불사 등 강력한 설정을 추가했다. 게임을 시작한 상민이 눈을 떴을 때 그는 고려 삼별초 무장으로 변해 있다. 진도로 향하던 삼별초는 통째로 남아메리카 우루과이 일대로 옮겨간 후였다.

작품 초반부는 상민이 신대륙에 고려를 다시 세우는 이야기다. 삼별초 내부 투쟁에서 승리하고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는 모습은 개척자 이야기의 전형이다. 고려는 마침내 중앙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까지 진출하며, 방대한 영토와 자원을 배경으로 성장한다.이때 불로불사는 큰 장점이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허허벌판에 자리 잡은 삼별초가 성장할 시간이 부족했을 거다. 낯선 환경에서의 수십년은 주인공이 만들어놓은 그럴듯한 발전상을 보여주기 힘든 시간이다. 이 작품은 세월을 훌쩍 뛰어넘으며 개연성 있는 성장을 보여준다.

[사진 | JHS BOOKS]
[사진 | JHS BOOKS]

불로불사 주인공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도 볼거리다. 상민은 자신이 불멸의 독재자가 될 것을 우려해  죽음을 위장하고 모습을 감춘다. 황제의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준 후에는 재상이나 사업가, 연구자로서 고려의 성장을 돕는다.

자신을 신神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행동이었으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은 그를 신으로 모시려 한다. 불멸자 주인공에서 시작한 갈등은 수백화에 걸쳐 모습을 드러내며 작품 후반부에 정점에 달한다.

작중 고려는 일찌감치 초강대국 영역에 들어섰지만, 작품이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부터 다른 국가들의 견제와 전쟁까지 역경과 사건이 잇따른다. 독자는 고려의 승리를 알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주인공 영향으로 바뀐 세계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주인공 상민이 등장하지 않는 동안, 다른 주ㆍ조연의 군상극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고려를 중심으로 하되 고려로 인해 바뀌는 주변국의 모습, 일반적인 시민생활상까지 묘사한다.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는 죽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자칫하면 위기감이 없을 소재로 수천명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대체역사 소설에서 불사의 주인공은 보기 드문 소재인 만큼 접해볼 가치가 있다. 난민이나 다름없이 시작한 국가가 성장을 거듭해 ‘극’초강대국으로 자리 잡는 모습은 큰 만족감을 준다.

김상훈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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