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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
권력이 된 한국 문단의 그림자
그 뒤를 엿보는 웹소설의 반격

한국문학을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걷히지 않는 그림자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문학을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걷히지 않는 그림자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문학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해외에서 한국작품은 185만부의 작품이 팔렸다. 유명 해외문학상에 후보로 오르거나 수상한 작품도 숱하다. 올해만 하더라도 김혜순 소설가의 「날개 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의 최종후보로 올라가 있고 한강 소설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작품의 성공과는 별개로 한국문단을 향한 비판의 수위도 높다. 표절 사태, 재현의 윤리, 친일문인기념상, 문단 내 성폭력까지 비난의 범주는 폭넓다. 차별 논란도 여전하다. 마치 학벌처럼 데뷔한 문예지 지면에 따라 급을 나눠 작가를 차별하는 한국 문학계의 모습은 작가지망생들이 순문학계를 떠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어떤 사회든 권력과 권력이 생긴다. 문학계도 마찬가지다.

‘피아조아’ 작가의 웹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는 소설가로서의 성공을 꿈꾸던 주인공 ‘문인섭’의 이야기다. 문인섭은 22살에 임파선암 진단을 받자 좌절 끝에 목숨을 끊는다. 다시 정신을 차리니 10년 전 보육원 시절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이전 생에서 포기한 꿈을 이루고자 한다.

나는 내가 어째서 이 시간의 흐름에 던져졌는지 알 수 없다. 아마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중략) 하지만 아는 것도 있다. 내가 아는 것은, 나는 소설가라는 거다. 그러면 글을 쓰면 된다.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 중

12살, 초등학생의 몸이 된 문인섭은 보육원 생활에 적응하는 동시에 소설을 써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어린 천재 소설가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을 보낸다. 한때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했던 주인공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 가도를 달린다는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한국 문학장의 모습을 묘사한다. 독자들은 몰랐을 낯선 문학계의 모습을 그려낸다. 목숨을 끊기 전 문인섭은 ‘문단’에 발을 걸쳐놓은 외부인이었고, 그래서 겪은 좌절도 컸다. 그가 다시 소설가가 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은 한국문학의 지형, 사람과 제도를 큰 비중으로 다룬다.

[사진 | 네이버 시리즈 제공]
[사진 | 네이버 시리즈 제공]

예술학교 다니는 애들이 보통 애들보다 창의력이 더 뛰어나거나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게 아니었다. 다만, 그 아이들은 문단이 요구하는(좋아하는) 문체, 형식, 주제의식을 이미 알고 있는 애들이었다. 그걸 가르친 건 현직 문학계 종사자들이다. 문학상의 심사위원들도 현직 문학계 종사자들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 중


예술고, 등단장사, 신춘문예, 출판제도, 스타작가, 문단권력에 이르기까지… 문단을 비판할 때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총출동한다. 작품이 묘사하는 정황을 모두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잘못된 제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주인공이 주는 쾌감은 크다.

이 작품은 작중 문인섭이 쓴 소설의 일부도 보여주는데 독자들이 이를 두고 “순문학 같다”고 반응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야기의 재미뿐만 아니라, 제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김상훈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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