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칭찬, 독이 되는 칭찬

직장 상사인 당신,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나는 평소에 부하 직원들에게 칭찬을 자주 하는 훌륭한 상사야.” 그렇다면 칭찬을 할 때 직원들의 표정을 살펴보라. 어쩐지 다크서클이 짙고 입꼬리가 내려앉아있다면, 당신의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되는 칭찬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헌의 감성코칭을 새로 연재한다. 그 첫번째 편, 칭찬의 기술이다.  

부하 직원에게 하는 칭찬이 때론 독이 될 수도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부하 직원에게 하는 칭찬이 때론 독이 될 수도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포도송이 밑그림을 받은 기억을 품고 있을 게다. 필자도 밑그림을 받고 때때로 포도알 스티커를 받았다. 받아쓰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거나,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경우 그랬다. 빈 포도송이에 스티커를 채우면 반 친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공책 5권을 받으며 브이를 그리곤 했다. 알이 꽉 찬 포도송이는 성과의 과실이었다. 

취업을 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칭찬은 삶의 중요한 요소였다.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열풍을 일으킨 이후엔 ‘직장 내 칭찬하기 문화’가 번졌다. 사나운 범고래가 수면에서 3m나 뛰어오르는 묘기를 보여주는 비밀이 고작 조련사의 칭찬 한마디라니, 수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나는 평소에 얼마나 칭찬에 인색했던가”라며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하지만 아무 칭찬이나 고래를 춤을 추게 하는 건 아니다. 제대로 칭찬하지 못한다면 되레 독毒이 될 수도 있다. 10여 년간의 직장생활 중 내게 독이 됐던 칭찬들을 세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추후에 더 좋은 결과를 요구하는 칭찬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잘했어, 이번에 5의 성과를 냈으니 다음엔 10 해오겠네?” 칭찬을 한 상사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잘하니까 다음에 더 잘하라고 한건 데, 좋은 칭찬 아니냐.” 하지만 이런 칭찬을 들은 부하 직원은 “잘하면 잘할수록 내게 맡기는 짐이 늘어나겠구나”란 우려에 시달릴 게 뻔하다. 

둘째, 기분에 따라 들쑥날쑥하게 뱉는 칭찬이다. 같은 일을 두고 언제는 칭찬을 하다가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땐 호되게 지적하는 경우가 숱하다. 그래서 기껏 처리방식을 바꿔놓으면 “어떻게 아직도 이걸 몰라?”라면서 절망적인 목소리로 꼬집는다. 이후엔 한숨 섞인 긴 설명을 늘어놓는데,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전에 했던 방식을 엄청난 가르침인양 설파한다. 

마지막으로 타깃이 명확하지 않은 칭찬이다. 칭찬은 확실한 대상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게 기본이다. 그래야 상대방도 본인이 어떤 이유로 칭찬을 받았는지를 알고, 이를 밑거름으로 더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많은 직장 현장에서 이런 칭찬이 등장하기는 어렵다. 특정인의 성과를 두고 두루뭉술하게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너 하나만 띄워주면 다른 직원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이런 식의 칭찬이다. “A과장이 잘하긴 했지만, 다른 9명의 팀원이 도왔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이건 칭찬도 뭣도 아니다. 듣는 A과장도 다른 9명의 팀원도 누구 하나 기쁘지 않다. 직원들의 침묵 속에서 팀장은 “뭐야? A과장 인기 없구나? 다른 팀원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라며 되레 A과장을 면박 준다. 

이는 직장 상사들이 칭찬이란 단어에만 집착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진정성도 없이 건네는 칭찬은 칭찬이 아니다. 그저 “칭찬을 받았으니 이제 춤을 추라”는 명령이다. 입에서만 나오는 몇마디 칭찬보다 부하 직원의 마음과 감정을 헤아리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의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까. 
최헌 감정코칭연구소 대표 womentor@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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