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중고車 성능점검기관을 점검하라
[김필수의 Clean Car Talk] 중고車 성능점검기관을 점검하라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287
  • 승인 2018.05.1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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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의 후진적 문화 개선하려면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는 중고차시장에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품질보증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숱한 허점 탓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도 비일비재하다. 성능점검기록부와 가격 산정표가 분리돼 소비자가 정확한 거래가격을 알지 못하는 건 단적인 사례다.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성능점검기록부부터 개선해야 한다.
 

국내 중고차시장은 규모면에선 선진시장이지만 의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다.[사진=뉴시스]
국내 중고차시장은 규모면에선 선진시장이지만 의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다.[사진=뉴시스]

약 380만대.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국내 중고차시장의 연간 규모다. 180만여대에 이르는 신차시장보다 2배 이상 크다. 액수로 따지면 30조원가량에 육박한다. 규모만은 선진시장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의식이다.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는 선진화를 논할 만큼 커졌지만 의식적인 부분에서는 후진적인 문제가 숱하게 남아있다.

허위ㆍ미끼매물, 위장 당사자 거래, 주행거리 조작을 비롯한 성능점검 문제, 품질보증 문제, 매매사원 관리 문제 등 문제를 꼽으라면 한둘이 아니다. 매해 한국소비자원에 신고되는 각종 사건ㆍ사고 중 중고차 관련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건 중고차시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꺼내들고, 중고차시장의 이해당사자들이 선진 의식을 제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체적인 해결방법도 있다.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를 개선하는 것이다. 성능점검기록부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중고차를 평가하고, 1개월 2000㎞를 의무 보증하는 세계 유일의 법정 의무 품질보증 제도다.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기도 하다. 

지금의 성능점검기록부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정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법적 기관을 4군데 지정해 운영 중인데, 일부 기관은 잘하고 일부기관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경우엔 의무 보증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해주는 기관을 중심으로 신뢰성을 높이고 말썽을 부리는 기관은 퇴출시켜야 한다. 

성능점검기록부와 가격산정표가 별도로 작성되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현 제도에선 성능점검기록부는 기록부대로 작성하고, 가격산정표는 자동차 진단평가사가 따로 작성한다. 쉽게 말해, 중고차의 상태를 점검하는 절차와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다. 

아울러 가격 산정 방법도 의심해봐야 한다. 현재 국내 중고차 가격은 여러 곳에서 발행되는 책자를 참조하고 있다. 주행거리나 연식, 색상, 사고유무, 침수유무 등 수십가지 조건을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진단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정확하고 객관적인 가격이 매겨질 가능성이 낮고, 경우에 따라선 소비자가 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거래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은 중고차 진단과 가격 산정을 동시에 진행해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능점검과 가격산정을 통합한 일본의 방식을 본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준비는 돼있다. 정부로부터 지정받은 법적기관인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에서 자동차 진단평가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국토교통부가 유일하게 인증한 민간자격증이다. 다양한 중고차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법원 등 공공기관이 자동차 산정기관으로서의 자격도 부여했다. 성능점검기록부와 가격 산정표를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얘기다. 

아직 우리나라의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앞서 언급했듯 법적기관을 철저히 감독해 문제가 발생했을 시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하고, 매매시장의 불공정한 관행을 몰아내 소비자 중심의 선진시장으로 발돋움시켜야 한다.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사업자 거래에만 제출됐던 성능점검기록부가 개인간 거래에도 포함되는 관련법이 입법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허위ㆍ미끼매물, 위장 당사자 거래 문제 등이 대부분 개인간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거란 기대감이 크다. 성능점검기록부와 가격산정표의 통합에 큰 기대를 걸면서 더욱 투명한 중고차시장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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