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PB경쟁] “우리도 PB 한번 만들어볼까?”
[이커머스 PB경쟁] “우리도 PB 한번 만들어볼까?”
  • 김미란 기자
  • 호수 295
  • 승인 2018.07.06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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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전유물 아니야
온라인에서도 PB 경쟁 불붙어
최저가 출혈경쟁의 사실상 종언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인 PB(Private Brand)는 이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온라인에서도 PB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저가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좋은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하고 있어서다. 결과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저마다의 전략으로 PB를 강화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커머스 업체들이 저마다의 전략으로 PB를 강화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이어 이커머스(e-commerce) 업체들까지 속속 PB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출혈만 남기는 최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에서다. 최근 몇년 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온라인 쇼핑산업의 성장에도 맘껏 웃지 못했다. 시장이 커진 만큼 매출이 증가하긴 했지만 그만큼 손실도 부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만 봐도 그렇다. 저마다 적자폭이 개선되고 있다며 실적 개선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커머스 업체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 중 영업이익 623억원을 올린 이베이코리아(G마켓ㆍ옥션)만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적표에서 벗어났다. 쿠팡의 손실액은 6389억원으로 업체들 중 가장 많았고, 11번가(SK플래닛)와 티몬, 위메프는 각각 2497억원, 1153억원, 417억원이라는 뼈아픈 손실을 기록했다.

연이은 손실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신선식품을 강화하거나 특가 이벤트를 더 확대한다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PB도 그중 하나다. 티몬은 지난해 3월 PB로 생활용품 브랜드 ‘236:)’을 론칭했다. 24시간 중 1시간, 일주일 중 하루를 비워 바쁜 일상 속 여유를 주겠다는 의미다. 품목들이 주로 생활용품인 것도 그런 콘셉트에 맞춘 거다. 236:) 제품은 타월ㆍ화장지ㆍ물티슈ㆍ옷걸이ㆍ섬유유연제ㆍ양말ㆍ종이컵ㆍ테이프 클리너 8종으로 시작했지만 생수 등이 추가돼 현재 15종으로 늘었다. 여기에 또 하나, 온라인 최저가보다 최대 1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닮은 듯 다른 PB 전략

궁극적으로 티몬이 내세우는 PB 전략은 가격경쟁력이다. 화장지(27m) 30롤을 7900원, 생수(2L) 12개 묶음을 5500원에 판매하는 등 다른 상품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티몬 관계자는 “직접 파트너와 제품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점이 있고, 가격도 우리가 직접 정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품목 위주로 최대 200여종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7월 ‘탐사(Tamsaa)’라는 PB를 론칭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끊임없이 탐구해 찾아낸다는 뜻이다. 화장지ㆍ미용티슈ㆍ생수ㆍ스파클링워터ㆍ종이컵 5종으로 출발해 현재는 품목을 10종까지 확대했다. 

쿠팡과 티몬의 가장 큰 차이는 전략이다. 티몬이 ‘온라인 최저가 대비 최대 10%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쿠팡은 ‘프리미엄 PB’를 추구한다. 한 예로 티몬의 236:) 생수 2L 12개 묶음은 5500원, 쿠팡의 탐사수는 6300원이다. 가격 면에선 티몬이 경쟁력이 있지만, 쿠팡의 생수는 가격보다 세분화된 용량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생수는 500mL와 2L 용량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쿠팡은 300mLㆍ500mLㆍ1Lㆍ2L로 세분화했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기에 적당한 300mL, 2L가 부담스러운 1인 가구를 위한 1L 생수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쿠팡 관계자는 “탐사는 고객이 원하는 ‘프리미엄급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PB”라며 “PB라고 해서 무조건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PB는…” 신중모드

물론 PB 자체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업체들도 있다. 11번가와 위메프가 그렇다. 11번가는 지난 5월 제조사와의 공동브랜드 ‘11번가&’을 론칭했다. 11번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언뜻 PB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11번가 측은 “공동기획상품일 뿐 PB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브랜드명도 11번가& 뒤에 제조사명이 붙는다. 추후 PB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섣불리 뛰어들기 전에 이것저것 재볼 게 많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위메프는 더 방어적이다. “PB는 우리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게 위메프의 입장이다. “실적 개선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만큼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걸 잘하자는 게 우리 전략이다. 특가전략 등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PB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PB도 결국엔 브랜드 싸움”이라며 “유통업체의 역량이 어느 정도 뒷받침 돼야 PB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PB는 유통업체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세워서 직접적으로 소비자와 승부를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를 안고 시작해야 한다. PB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유통시장은 이미 PB로 기울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도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PB를 확대하고 있다. 수백, 수천억원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출혈경쟁을 일삼았던 우리나라 이커머스 업체들에도 PB는 한줄기 빛과도 같은 구세주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승부수를 띄운 업체와 동향을 살피고 있는 업체들. 과연 최후의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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