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령액 39만원에 불과한 ‘용돈 연금’ 오명
납부한 보험료보다 2배 이상 받으려면
수령연령인 65세 이후 21년 이상 살아야
2057년 기금 고갈 가능성, 연금 가입자 불안 키워
수익률 하락에도 1년 넘게 공석인 기금운영본부장
끊임없이 이어진 낙하산 인사가 부른 전문성 논란

기금고갈, 보험료 인상, 연금액 감소 …. 국민연금을 향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국민연금 자문위원회는 기금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한 자문결과를 발표했다.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방안은 소득대체율을 높이면서 보험료를 즉각 인상하는 안案과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 두가지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보험료 부담이 커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걷어가면서 연금을 왜 못 주는 사태까지 만들었느냐는 질타다. 급기야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고갈론은 과장됐고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탄생한 국민연금은 어쩌다 천덕꾸러기가 된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한 국민연금을 쉽게 설명해봤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사진=뉴시스] 

자! 전제부터 확실하게 깔자. 국민연금의 보험료 납부 기간은 60세까지다. 그렇다고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60세였던 연금 수령 나이를 2013년부터 5년마다 1년씩 늘렸다. 올해는 62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연금액을 받는 것도 아니다. 첫째, 소득별로 다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으니 각설하자. 

둘째, 가입기간별 연금액도 다르다. 가입기간이 길수록 당연히 수령액도 커진다. 문제는 가입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치솟는 실업률 탓에 취업시기가 늦춰지고, 구조조정 탓에 은퇴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약간 어려운 용어인 명목소득대체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0년 동안 연금을 납입했을 때를 기준으로 삼은 평균 소득 대비 수령액’이다. 취업시기와 구조조정 탓에 납입기간이 짧아졌으니, 명목소득대체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자! 이제 이해가 됐는가.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찬찬히 살펴보자.

■‘용돈 연금’ 논란 = 중소기업 입사 3년차인 이승관(가명·36)씨는 최근 틈만 나면 국민연금 사이트에 접속한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씨의 월소득은 250만원이다. 2043년 60세 정년으로 퇴직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금수령 시기인 65세(2048년 7월)부터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국민연금)은 월 70만3380원이다.

문제는 가입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씨가 55세인 2038년에 퇴직할 경우 연금액은 월 58만4120원으로 12만원가량 줄어든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5세까지 10년이라는 소득공백기를 버텨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리스크다.

문제는 명목소득대체율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기준 명목소득대체율은 45.0%였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0%였던 소득대체율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1999년(60.0%), 2008년(50.0%)로 낮췄다. 한발 더 나아가 2028년 40.0%를 목표로 매년 0.5%포인트씩 낮추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대상자들이 낮아진 명목소득대체율 40.0%의 연금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명목소득대체율의 전제가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이기 때문이다. 치솟는 청년실업률로 늦춰진 사회진출 시기와 구조조정 등으로 빨라진 퇴직 시기를 감안하면 명목대비소득대체율 40.0%는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다.


더 내고 덜 받는 시대 오나

그 결과,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4.2%에 불과하다. ‘용돈 연금’이라는 오명은 실제로 수령하는 연금액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민연금 수급자 447만887명이 받은 월평균 연금액은 37만7895원에 불과했다. 올해 기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 66만8842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연금수령시기 67세의 허상 = 국민연금 고갈론이 나오자 숱한 대안이 쏟아졌다. 그중 하나가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자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 의무적 납입기간을 65세로 끌어올리고, 연금을 받는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올리자.” 이 주장의 근거는 더 오랜 기간 납입을 하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5세에서 67세로 늘리는 건 따져봐야 한다. 특히 보험료를 더 늦게 받는 만큼 더 오래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기대여명을 이용한 노령연금 수급 기간 전망과 국민연금 수급부담구조 분석’ 보고서의 내용을 보자.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납입한 총액과 돌려받은 연금의 총액이 같아지는 데 걸리는 기간은 10년이다.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최소 75세까지 생존해야 ‘본전’이라는 얘기다.

물론 75세를 훌쩍 넘어서까지 연금을 받는다면 ‘대박’이다. 연금 수령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금액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령, 월평균 218만원(가입기간 20년 이상 기준)의 소득자가 자신이 납부한 돈의 두배에 이르는 연금을 받는데 걸리는 기간은 21년이다. 이를 기점으로 8년만 더 생존하면 3배가량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이면서 75세 이상의 대상자가 얼마나 되느냐다. 안타깝게도 올해 5월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 369만6161명 중 이 기준을 충족하는 대상자는 단 4명(조기·특례·분할제외)뿐이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비평이 쏟아지지만 자신이 낸 돈보다 2~3배에 이르는 연금을 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셈이다.


■국민연금 고갈론 논박 = 국민연금을 둘러싼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분석은 걱정을 눈덩이처럼 키우는 변수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연금 대상자는 돈을 받을 수 없을까. 먼저 국민연금 고갈론부터 살펴보자. 각종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는 시기는 2057년, 지금으로부터 39년 후다.

단순 계산으로, 20대 중반의 대상자는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고갈론의 근거는 설득력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고령화로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데 돈을 납부하는 생산가능인구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을 잘 운용해 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G2 무역전쟁 탓인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7.26%에서 올해 0.49%로 꼬꾸라졌다.

2057년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2057년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하지만 국민연금 고갈론이 ‘공포’를 조장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고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덜 내고 더 받는 데다 연금을 받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얘기다. 연금이 고갈된다고 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낮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제도가 무너지는 걸 정부가 지켜보고 있을 리 만무해서다.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금이 고갈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국민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태는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험료 인상보다 정치적 리스크가 큰 사태를 정부가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노령연금에 필요한 만큼 보험료를 거둬 재원으로 사용하면 된다. 이른바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연금 역사가 길어 적립금을 모두 사용한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단점은 있다.

국민연금 고갈론이든 공포론이든 공통적인 문제는 있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국민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기금 고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5년마다 이뤄지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진행할 때마다 기금 고갈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정부는 보험료 인상 등의 해결책이 국민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늘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 소득대체율 하락, 연금수령 시기 연장 등으로 시간만 벌었다. 연금개혁의 부담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폭탄돌리기식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문제를 공론화해 의견을 모으기보다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는 데 공을 쏟고 있다는 얘기다.

기금운용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민연금의 5월 기준 수익률은 0.49%에 불과하다. 지난해 7,26%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로 4월까지의 수익률 0.89%에 비해서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기금의 투자정책방향, 자산배분, 기금운용방침 등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장·차관, 기업을 대변하는 사용자 단체 대표, 노동자 단체 등으로 구성된 운용위원회가 대표성과 공공성에 치우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의 공석사태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후임 인선 과정에 청와대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역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재인 대선 캠프를 거친 국회의원 출신인 김 이사장은 전문성 논란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을 향한 국민의 우려와 불만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원칙 세워야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국민연금 운용 기조를 먼저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우 교수는 ”국민연금과 관련한 논의가 연금재정의 고갈시점을 미루는 데 급급해선 안 된다”며 “국민연금 제도를 어떤 원리로 운영할 것인지 명확한 원칙을 세우로 이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험료 인상이든 인하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더 내고 더 받든, 덜 내고 적게 받든 선택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 여론을 듣고 필요하다면 설득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땜질식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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