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 공급업체 주가 부진한 이유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수가 늘고 있다. 그런데 카메라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주가는 신통치 않다. 호재가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업체의 주가가 ‘카메라 스마트폰’ 때문에 내림세를 면치 못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주가를 괴롭히는 변수는 따로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카메라 스마트폰은 떴는데, 카메라 부품업체 주가는 떨어진 이유를 취재했다.
무려 5개.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LG V40 씽큐’에 달린 눈(카메라)의 개수다. 전면에 2개, 후면에 3개(표준ㆍ초광각ㆍ망원)의 렌즈를 탑재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각종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점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11월 출시하는 ‘갤럭시 A9’에 5개의 카메라를 달았다. 다른 점이라면 후면에만 4개(일반ㆍ망원ㆍ초광곽ㆍ심도)를 탑재했다는 거다. 함께 공개한 ‘갤럭시 A7’도 후면에 3개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개수가 늘어난다는 건 카메라를 제조하는 기업에 분명 호재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시를 앞둔 지난 9월 “스마트폰 카메라 증가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쏟아져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공개한 후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주가는 신통치 않다.
10월 4일 13만8500원이던 삼성전기 주가는 갤럭시 A9이 공개된 11일 1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했지만, 17일까지 1만4000원이 오른 13만9000원에 그쳤다. 8월 말~9월 초 주가가 16만원대였다는 걸 감안하면 줄곧 내림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LG이노텍 역시 9월 4일 15만원대를 찍은 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LG전자가 V40을 공개한 10월 4일 주가는 13만원까지 내렸다. 다음날인 5일에도 고작 3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호재가 호재로 작용하지 못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왜일까. 답은 두 회사의 매출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모듈사업(39.5%ㆍ올해 상반기 기준)보다 스마트폰 핵심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주력으로 하는 컴포넌트사업(42.9%)의 비중이 크다. 올해 상반기까지 공급량이 부족했던 MLCC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상황이었고, 가격 역시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8월 이후 경쟁업체의 증설계획 발표 등으로 공급 증가 우려가 제기되면서 가격 고점 논란이 불거졌다. 이 논란은 수개월째 삼성전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전기 관련 보고서에서 여전히 “가격 고점 논란은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공급처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8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2445만대로, 지난해보다 12% 줄었다.
LG이노텍은 삼성전기와 달리 카메라 부문이 있는 광학솔루션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56.4%를 차지한다. 해당 사업의 주요 고객사는 애플과 LG전자다. 당연히 양사의 실적이 중요한데, 실적이 변변치 않자 기대감도 낮아졌다. 애플이 지난 9월 공개한 아이폰XS와 XS맥스, XR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시큰둥했던 건 이 때문이다.
카메라의 진화에 신경을 쓴 스마트폰의 론칭으로 호재를 맞았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결국 다른 변수에 휘둘린 거다. 카메라 스마트폰이 떴다고 카메라 부품업체가 뜨는 시대는 갔다.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건 제품이 아니라 ‘변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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