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後] “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 2015년부터 연 3~4t 유통”
[단독보도 後] “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 2015년부터 연 3~4t 유통”
  • 이윤찬 기자
  • 호수 310
  • 승인 2018.10.24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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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 ‘벽지지키미’ 어디까지 쓰였나
무허가 도배풀 방부제 ‘벽지지키미’에 숨은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무허가 도배풀 방부제 ‘벽지지키미’에 숨은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지난 9월 10일 “유독성 화학물질(CMIT·MIT)이 함유된 도배풀 방부제가 GS건설 ○○자이, ㈜한양 ○○수자인 등 건설현장에서 버젓이 유통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단독보도했다. [단독보도 | 유독물질 함유된 도배풀 방부제, 아파트 건설현장서 유통됐다·더스쿠프 9월 10일]. 문제의 도배풀 방부제는 ‘벽지지키미(1통 900mL)’로, 여기엔 화학성 유독물질 CMIT(1.12%)와 MIT(0.38%)가 함유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MIT·MIT는 1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2011년)’의 핵심 성분이다. 함유량 1.0%가 넘으면 유독물질로 분류된다(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 참고: 벽지지키미에 함유된 CMIT·MIT의 실제 양量은 더스쿠프(The SCOOP)가 보도한 1.12%, 0.38%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보다 더 위험한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됐다는 건데, 이 문제는 후술한다.] 

# 무허가 제품의 유통 

벽지지키미의 문제는 숱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무허가 유독물질 방부제’가 건설현장에서 마구 유통·사용된 셈이다. 당연히 벽지지키미를 현장에서 취급한 도배노동자들은 유해성을 알아채지 못했고, 몇몇 노동자는 안전사고를 당했다.

벽지지키미가 사용된 아파트의 주민이나 입주예정자도 ‘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가 쓰였다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 ‘친환경 벽지를 사용했다’면서 홍보에 열을 올린 건설사는 있었지만 ‘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를 사용했다’고 알려준 곳은 없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 기사가 보도된 직후 현장을 점검한 한강유역환경청(환경부 산하) 관계자는 “벽지지키미 제조·판매업체 B사의 대표가 관련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실토했다”면서 “현재 사정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에서 확인한 벽지지키미의 MSDS 자료. CMIT·MIT의 함량이 10.7%로 기록돼 있다. 법적 기준치 1.0%의 10배가량 높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한강유역환경청]
한강유역환경청에서 확인한 벽지지키미의 MSDS 자료. CMIT·MIT의 함량이 10.7%로 기록돼 있다. 법적 기준치 1.0%의 10배가량 높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한강유역환경청]
벽지지키미 제조·판매업체 B사 대표의 진술서. 그는 “2015년부터 무허가 제품 벽지지키미를 유통시켰다”고 시인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한강유역환경청]
벽지지키미 제조·판매업체 B사 대표의 진술서. 그는 “2015년부터 무허가 제품 벽지지키미를 유통시켰다”고 시인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한강유역환경청]

# 심각한 유통 현황  

문제는 우리가 보도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점이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벽지지키미는 2015년부터 연간 3~4t씩 제조·판매됐다(벽지지키미 제조·판매업체 B사 대표 진술). 

벽지지키미의 유통현황이 ‘서류’로 남아 있는 2017년과 2018년(1월~9월 14일 누적)에는 각각 4.92t, 3t(재고 1t)이 팔려나갔다. 연간 3~4t씩 제조·판매했다는 B사 대표의 진술을 감안해 2015년까지 범위를 넓히면, 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 약 14t이 법망 밖에서 유통됐다는 얘기다. 

이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전문도배업체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2만900세대(전용면적 25평형 기준)에 문제의 벽지지키미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추정했다.

# 10% 넘는 CMIT·MIT 함량 

충격적인 사실은 또 있다. 우리는 벽지지키미에 CMIT와 MIT가 각각 1.12%, 0.38% 함유돼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강유역환경청이 확인한 벽지지키미의 CMIT·MIT 함량수치는 법적 기준(1.0%)보다 10배 이상 높은 10.7%(총합)에 달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벽지지키미의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확인한 결과, CMIT·MIT 함유량이 10.7%인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이는 벽지지키미에 10.7%만큼의 유해화학물질이 들어가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MSDS는 화학물질의 성분, 안전·보건상의 취급주의 사항, 건강 유해성 등을 설명한 자료다. 

그럼에도 벽지지키미를 현장에서 사용한 벽지시공업체 C사, GS건설 등 건설업체들은 “벽지지키미는 법적으로 금지된 제품이 아니다” “(기사처럼) 유해하지도 않다”면서 거세게 반박하고 있다. [※ 참고: 이들 업체는 더스쿠프의 취재 당시엔 “벽지지키미란 제품을 모른다” “유독물질이 함유된 제품은 없다” “우리 건설현장에선 벽지지키미란 제품이 사용되지 않았다”면서 발뺌을 했었다. 아래 동영상은 이들의 거짓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 설득력 없는 반론 

이 반론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업체들의 반박과 달리 벽지지키미는 ‘사용 불가不可’ 제품이다. 무허가 제품이기 때문이다. “유해하지 않다”는 주장도 자의적이다. 벽지시공업체 C사와 GS건설은 우리의 기사가 보도된 지 일주일이 훌쩍 흐른 뒤에야 “벽지지키미는 유해한 제품이 아니다”면서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했다. 

“(벽지지키미를 사용할 땐) 풀 9포(1포·15㎏), 물 135L, 벽지지키미 450g을 혼합하기 때문에 CMIT 함유량이 1.12%에서 0.0017%로 떨어진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과 유럽에서 허용하는 의약품 외 화장품 중 씻어내는 제품(0.0015%)과 거의 차이 없다.” 

# 오류의 함정 

언뜻 그럴듯한 반론 같지만 심각한 오류가 있다. 벽지시공업체 C사는 GS건설 ○○자이 등 아파트 건설현장에 ‘간이시설물(믹스시설)’을 만들어놓고, 도배풀·물·벽지지키미를 혼합했다. 하지만 이 현장에 도배풀·물·벽지지키미 혼합물의 함량비율을 조사하거나 검증하는 이는 없었다.

혼합물에 유독물질이 얼마만큼 함유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성적표도 없었다. 벽지지키미의 성분을 모르는 애먼 도배노동자들이 ‘감感’만으로 혼합물을 만들었다. 도배풀·물·벽지지키미의 혼합물이 적절한 비율로 정교하게 제조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간이시설물이 법적 요건을 충족한 것도 아니었다. 화관법(제8조·23조·24조 부칙 13조)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물은 적합검사·안전진단 등을 받아야 하지만 벽지시공업체 C사는 관련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화관법 제59조는 “(취급시설물의) 안전진단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했을 경우, 적합판정을 받지 않고 취급시설을 설치·운영한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벽지시공업체 C사의 관계자는 “안전진단 등의 절차는 또 무엇인가”라면서 되레 반문했다. 

GS건설 ○○자이 현장에 설치됐던 ‘간이시설물’. 여기에선 도배풀·물·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벽지지키미) 등이 혼합됐다. 유독물질이 함유된 도배풀 방부제가 도배풀 등과 마구 뒤섞였지만 안전관리요원도, 검사요원도 없었다. 문제는 이 역시 법적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물이라는 점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GS건설 ○○자이 현장에 설치됐던 ‘간이시설물’. 여기에선 도배풀·물·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벽지지키미) 등이 혼합됐다. 유독물질이 함유된 도배풀 방부제가 도배풀 등과 마구 뒤섞였지만 안전관리요원도, 검사요원도 없었다. 문제는 이 역시 법적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물이라는 점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백번 양보해 도배풀·물·벽지지키미를 섞는 간이시설물 주변에 엄격한 감독자가 있었고, 도배노동자들이 벽지지키미의 함량을 정확하게 조절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풀 9포(1포·15㎏), 물 135L, 벽지지키미 450g을 혼합하기 때문에 CMIT의 함유량(1.12%)은 0.0017%로 떨어진다”는 벽지시공업체 C사와 GS건설의 산술적 반론은 CMIT의 함량이 1.12%여야만 성립된다.

한강유역환경청이 공식 확인한 벽지지키미의 CMIT·MIT 함유량 10.7%를 적용하면 이 등식은 아예 성립하지도 않는다. CMIT의 함량이 1.12%에서 10.7%(CMIT·MIT 총합)로 달라지면서 업체들의 반론이 ‘오류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 벽지에 숨은 불편한 진실

무허가 유독물질 도배풀 방부제 ‘벽지지키미’는 2015년부터 유통됐다. CMIT와 MIT라는 위험한 유독물질이 함유돼 있었지만 이 방부제는 허술한 법망 밖에서 함부로 사용됐다. 이젠 벽지 속 방부제의 ‘불편한 진실’을 캐내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건설사 취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환경부 취재 =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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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업계 취재 =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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