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많은 이들이 노후 준비를 언제든지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연금저축·연금보험의 복리 효과를 간과한 큰 착각이다.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퇴직 이후 손에 쥐는 금액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노후 준비방법을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18편 마지막 이야기다.

노후 연금은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후 연금은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집 마련을 목표로 재무상담을 신청했던 박상중(가명·43)씨와 김선화(가명·41)씨. 서울 구로구 빌라에서 전세로 15년째 살고 있는 박씨 부부는 최근 집을 가져야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부에게는 모아둔 돈이 없었다. 버는 돈(월 425만원)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보니 저축할 기회가 없었다. 부부는 소비성 지출(374만원), 비정기 지출(66만원) 등 총 440만원을 쓰고 매월 15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현재의 지출구조로는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구나 40대 부부가 준비해야 할 건 주택뿐만이 아니다. 자녀 교육비나 노후 연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부의 지출흐름을 확 바꿔 여유자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2차 상담에서 필자는 박씨 부부와 함께 대대적으로 지출구조를 손봤다. 부부는 보장목록이 부실한 종신보험과 자녀들의 보험적립금을 환급받아 대출금을 일정 부분 상환했다(3200만원 중 1115만원). 대출상환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낸 셈이다. 보험료와 대출상환금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부부는 69만원을 잉여자금으로 확보했다.

필자는 부부에게 이 자금으로 ‘가로저축’을 할 것을 권했다. 이는 다가올 재무목표에 맞게 돈을 분산해 모으는 방식이다. 한곳에 돈을 모으는 ‘세로저축’보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저축을 여러개로 나누기 때문에 다양한 재무 이벤트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이 많다면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고,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소득이 적은 부부에게는 가로저축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부부는 가로저축 방식으로 잉여자금 69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먼저 부부의 1순위 재무목표인 주택 청약부터 들여다보자. 주택 청약에서 당첨자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은 청약금 불입횟수와 불입금액이다. 부부의 나이는 40대로, 내집 마련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청약에 필요한 최소 예치금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른 신청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더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부부는 불입금액을 최소금액(2만원)보다 늘린 월 10만원짜리 청약통장에 가입하기로 했다.

다음은 노후 준비다. 일반적으로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납입금을 얼마나 오래 묵혀두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납입금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월 수익률이 5%인 연금보험이 있다고 가정하자. 30세·40세·50세가 각각 월 50만원씩 10년간 이 보험에 돈을 납입할 경우, 30세는 정년퇴직 시기인 65세에 약 2억3300만원의 금액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40세는 1억4600만원, 50세는 9300만원에 불과하다. 이른바 ‘복리의 마법’이다.

남편인 박씨는 50세까지 7년밖에 남지 않았다. 더구나 은퇴 자산의 한 축인 퇴직금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 박씨가 지난해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았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하루빨리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연금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민연금,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퇴직연금, 부동산을 연금형태로 지급받는 주택연금, 개인이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개인연금 등이다. 부동산이 없고, 높은 퇴직연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박씨 부부는 연금상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하기로 했다.

부부는 월 20만원의 변액연금 상품에 가입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노후 상품은 소득이 적은 부부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 변액연금이 위험성이 있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월 20만원은 노후를 준비하기에 매우 부족한 액수다. 부부는 가입 후 차후에 돈이 생길 때마다 추가 납입의 형태로 연금액을 보완하기로 했다.


자녀들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도 부부의 고민거리다. 5년 뒤에 첫째·둘째가 각각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데, 그때쯤이면 자녀들 교육비(33만원)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고등학교 사교육비와 대학교 등록금도 준비해야 한다.

부부는 자녀 교육비에 큰돈을 분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행스러운 건 두 자녀의 나이가 어린 편이란 점이다(10세·6세). 장기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부에게 맞는 투자상품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면 괜찮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부부에게 월 20만원짜리 적립식 펀드를 추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부부가 재테크가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해 필자와 함께 모니터링한 후 상황에 따라 납입 여부나 금액의 규모를 조절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비상금 마련이다. 부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금을 따로 마련하고 싶어했다. 이를 위해 CMA통장을 준비하고 월 19만원을 입금할 예정이다. CMA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롭고 은행 예금이자보다 이자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통장처럼 급여이체나 인터넷뱅킹 등 은행 업무도 볼 수 있다. 부부는 앞으로 여유자금이 생기면 비상금 통장에 넣어두기로 했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서면 연금보험의 자금으로도 활용키로 마음 먹었다.

이제 박씨 부부의 마지막 상담이 끝났다. 필자의 경험상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지출내역을 정리하고 들여다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귀찮기도 한데다 매월 적자가 나는 가계부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재무 목표는 세우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신의 소비습관을 항상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대로 저축을 해본 적 없는 박씨 부부도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아내인 김씨는 내집 마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내집 마련에 심드렁했었던 박씨도 지출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부부는 이를 위해 매일 가계부를 쓰고 적자(15만원)을 메우는 데 써왔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부부의 의지와 노력이 내집 마련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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