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삽입된 위내시경 기구 잘 세척했을까
내 몸에 삽입된 위내시경 기구 잘 세척했을까
  • 윤희은 인턴기자
  • 호수 317
  • 승인 2018.12.14 10: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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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위내시경 관리

위내시경 검사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위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기구인 스코프(scope)의 세척ㆍ소독 원칙을 지키지 않는 병원이 수두룩하다. 감염 전문의료인이 별도로 있는 곳도 거의 없다. 관련 기관의 점검은 부실한 경우도 많고, 처벌 규정은 미약하다. 위내시경 검사의 관리체계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소독ㆍ세척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위내시경 스코프가 적지 않다. 관리 점검이 부실한 탓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독ㆍ세척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위내시경 스코프가 적지 않다. 관리 점검이 부실한 탓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말이면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병원이 북적거린다. 검진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것이 위내시경이다. 위내시경 검사는 위조영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높아 암을 조기 발견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피검진자를 심각한 감염 위험에 노출시킨다. 검진에 사용되는 기구인 스코프(scope)를 통해서다.

위내시경 스코프는 피검진자의 입을 통해 식도로 삽입되는 가늘고 긴 전자기기다. 문제는 오염된 기구가 피검진자의 점막에 닿으면 치명적인 감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핵ㆍB형간염ㆍC형간염ㆍ에이즈에 감염된 환자에게 썼던 스코프를 적절한 재처리 과정 없이 다른 사람에게 사용할 경우 점막을 통해 병원균이 전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구 재처리 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은 위내시경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내시경 검진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학계에 따르면 실제로 확인된 내시경 감염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기구 소독 실패다. 우리나라에 비해 감염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인 선진국조차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내시경 검진으로 인한 감염 및 사망 사례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각종 스코프를 사용하기 전 세척~소독~헹굼~건조의 정상적인 재처리 과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내시경 스코프의 경우 재처리에 통상 20~30분이 소요되는데, 이는 감염 사고 예방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병원들은 이 재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 내시경 스코프는 개당 5000만원가량의 고가 의료장비로, 피검진자 수에 비해 기기가 부족한 병원이 적지 않다. 재처리 규정을 준수하려면 스코프의 대수에 맞춰 검진자를 받아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부산 A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의 B교수는 “위생 규정을 지키느라 수익을 포기하는 병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에 비해 재정이나 운영의 체계성이 취약한 개인 및 중소병원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병원들은 감염 전문의료인을 별도로 채용해 위생을 관리할 여건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비를 추가로 구입할 정도로 재정적 여유가 많지도 않다.

처벌 규정 없는 관리 사각지대

부산 C종합병원 감염 관리전문가 김정민(가명)씨는 “일반인은 이런 감염 위험성을 알 수도 없고 알더라도 대처하기 힘들다”며 “내시경 검사로 감염이 된 경우 원인을 모르거나 알아도 증명하기 어렵고,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승소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시경 기구를 통한 감염 원인이 자명하고 결과가 더 심각한 경우에도 의료사고 소송에서 병원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기관의 부실한 점검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위생점검을 담당하는 관할 보건소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간혹 사전에 통보하고 병원을 방문하기까지 한다. 점검결과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정조치를 받거나 소독제 관리료를 환수당하는 정도에 그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각 병원이 피검진자 규모에 맞게 내시경 스코프를 충분히 구비해 재처리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감독기관의 적극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관계자들은 관할 보건소가 제대로 점검만 해도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감염 관리전문가 김씨는 “위생 문제로 언론에 보도되면 병원 이미지에 치명타”라며 체계적인 위생 점검이 병원 측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는 의료법의 관련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해 규정을 준수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병원의 규모를 고려해 국가가 장비 마련을 위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다.” 

각 병원의 자체적인 위생 교육과 점검도 필요하다. 기기와 소독제가 마련돼 있다 해도 적절한 재처리를 하지 않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부산 D종합병원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 정명숙(가명)씨는 “간호사나 의사조차도 감염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경우가 있고, 재처리 과정의 지식이 없는 직원이 세척ㆍ소독을 맡기도 한다”며 스코프의 위생적 관리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병원마다 감염 관리전문가를 두어 재처리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인턴기자 i0118638@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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