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한 40대 직장맘 재무설계 上

자식을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양육비부터 교육비까지 들어갈 돈이 한두푼이 아니어서다. 자식이 성인이 됐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남편과 사별 후 두딸을 예쁘게 키운 정세진(가명·49)씨도 요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두딸을 위해 월 90만원씩 꼬박꼬박 저축을 했는데, 그 때문에 가계에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정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혼자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일수록 노후준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非婚’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는 거다. 사람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부분은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2%(복수응답)는 비혼족族이 증가한 이유를 자녀 양육비·주거비용·결혼비용 등 경제적 문제에서 찾았다.

비혼족이 증가세를 띠자 혼인 건수는 당연히 줄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인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혼인 건수는 1만7946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64건(-12.9%) 감소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도 25만7622건으로 1974년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자녀의 비혼이 부모에겐 큰 걱정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세진(가명·49)씨의 고민도 그렇다. 정씨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서 두딸을 키웠다. 다행히 반듯하게 자라 두딸 모두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하지만 최근 첫째딸 민아(가명·26)가 비혼을 선언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민아는 내집마련, 대출상환, 교육비 등 경제적 어려움을 비혼 선택의 이유로 꼽았다.

엄마 정씨는 “비혼을 선택한 두딸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각각 5000만원씩 1억원의 결혼자금을 모아주고 싶다”며 “노후준비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씨는 바람대로 두딸의 결혼비용과 노후준비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정씨의 재무상황을 보자.

중견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정씨의 월 소득은 400만원(월급 330만원+임대료 수입 70만원)이다. 자산으로는 두딸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경기도 수원)와 남편의 보험금으로 마련한 투자용 아파트(경기도 수원·보증금 2000만원) 두채가 있다. 투자용 아파트는 월세로 돌려 월 70만원의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부채는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2700만원이 있다.

월 저축 90만원은 긍정적이지만…


이제 지출내용을 살펴보자. 정씨는 각종 세금으로 월 17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과 통신비(본인)로 15만원, 식비 등 생활비로 60만원을 지출한다. 정씨의 용돈은 20만원이다. 여기에 교통비(9만원), 주택담보대출 원리금(44만원) 등이 나간다. 한달에 165만원을 소비성지출로 쓰고 있다.

비정기 지출은 명절비(4만원), 여행·휴가비(9만원), 재산세(9만원), 의류·미용비(6만원), 경조사비(3만원) 등 월 평균 31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두딸의 결혼자금을 위한 적금 40만원(각 20만원), 대출상환용 적금(20만원), 비상금 통장(20만원), 단기적금 (10만원) 등이 있다. 월 저축액이 90만원에 이르는 셈이었다. 마지막으로 세식구의 보험료로 월 127만원을 쓰고 있었다. 금융성 상품에 매월 217만원을 지출했다. 이렇게 정씨는 매월 400만원을 벌어 413만원을 쓰고 있었다.

일단 정씨의 소비성향은 나쁘지 않았다. 두딸에게 생활비를 받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무척 아끼고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여느 50대 가정과 달리 자녀가 모두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일반적인 가계의 경우 50대에 자녀 교육비·결혼자금 등의 목돈이 한꺼번에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지출 중 90만원이 저축에 사용하는 돈이라고 해도 가계부가 월 13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건 바로잡아야 한다. 정씨의 나이가 은퇴를 바라봐야 하는 50대가 머지않았다는 것도 걱정스럽다.

이 시기에는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리기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후준비와 자녀들의 결혼자금 마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워낙 알뜰하게 생활해 줄일 수 있는 지출이 많지 않다는 것도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우선 정씨의 재무상담은 현재 지출구조를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에서 시작했다. 단순히 통신비를 아껴라, 식비를 줄여라 등의 방식으로는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많지 않아서다. 5년 후 부채상환, 3년 후 적금 500만원 모으기 등 현실적인 목표를 통해 스스로 새는 돈을 찾아 아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눈에 띄는 지출은 127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다. 보험료 지출이 월 소득의 31%를 웃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씨는 보험료를 줄이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남편이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것이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남편이 넉넉하지 않은 살림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게 한이 된다”며 “그나마 보험을 들어둔 덕에 두아이를 부족하지 않게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자는 정씨의 의견을 반영해 세부사항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험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1차 상담에서는 통신비를 줄이는 데 합의했다. 정씨는 최신기종을 무료로 산 것치고는 통신요금이 싸다고 자랑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사용량 대비 과도하게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었고, 유료 부가서비스 등 불필요한 지출도 많았다. 우선 요금제를 낮추고 휴대전화 보험, 유료 부가서비스 등을 해지해 통신비를 6만원 아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통신비로 월 6만원을 줄였지만 가계부는 여전히 월 7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정씨의 재무상황은 개선될 수 있을까. 자세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다뤄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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