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이래도 투자하렵니까

선거철이면 정치 테마주가 주목을 받는다. 유력 정치인의 인맥을 등에 업은 테마주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실체 없는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는다. 실제로 2016년 4·13 총선 테마주는 선거일 이틀 전 줄줄이 하락했고, 막차를 탄 개미투자자는 손실을 봐야 했다. 섣부른 ‘정치 테마주’ 투자를 피해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치 테마주의 허상을 분석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출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총선 테마주’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올랐다. 4·15 총선 후보자들이 등록을 마친 후 첫 거래일이었던 3월 30일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종목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서울시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의 테마주로 불리는 남선알미늄(코스피)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서울시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의 테마주 한창제지(코스피)였다.

이날 남선알미늄의 주가는 4900원으로 상승하며 전 거래일(4180원·3월 27일) 대비 17.2%나 올랐다. 황교안 대표의 테마주인 한창제지는 상승 제한폭까지 오르며 29.9%(2640원→3430원)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30일 코스피지수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0.04%(61포인트)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SM그룹 계열사인 남선알미늄은 같은 계열사 삼환기업의 전 대표(현 고문)가 이 위원장의 친동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낙연 테마주’의 대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3000원 후반대에 머물렀던 남선알미늄의 주가는 그해 11월 이 위원장의 동생이 대표로 재직한다는 소식에 5370원(11월 15일)까지 치솟기도 했다.

산업용 상자를 생산하는 한창제지가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된 이유도 인맥이다. 이 회사의 대표와 사외이사가 각각 황 대표의 대학 동문, 사업연수원 동기라는 점이 부각되며 ‘황교안 테마주’가 됐다. 이낙연·황교안 테마주뿐만이 아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유승민 테마주’ ‘오세훈 테마주’등 정치 테마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문제는 정치 테마주를 방향성을 짚어보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손창현 K투자정보 팀장은 “정치 테마주는 이유 없이 올랐다 떨어진다”며 “일반적으로는 선거 직전 상승세를 타고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테마주는 대부분 학연·지연·혈연으로 연결돼 있다”며 “해당기업의 주가가 실적이나 경영상태와는 상관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총선 테마주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2016년 4·13 총선 테마주를 통해 그 흐름을 살펴보자. 20대 국회의원을 뽑은 4·13 총선에선 주요 정치인별로 2~7개의 테마주가 형성됐다. 이중 주가 변동폭이 컸던 테마주 14개를 선정해 4월 2주간의 주가 흐름을 분석했다.

결과는 ‘짧고 굵게’였다. 14개 테마주는 공히 선거운동이 본격화한 4월초 큰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10여일 만에 꺾였다. 14개 중 11개 테마주는 선거일을 이틀 앞둔 시점(4월 11일)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가의 흐름은 중구난방이었다.

2016년 4·13 총선의 가장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 안랩(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추이를 보자. 그해 4월 이후 선거운동이 본격화하자 안랩의 주가도 함께 움직였다. 4월 1일 5만80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다 4월 첫째주 금요일(4월 8일) 최고치(7만3500원)를 찍었다. 이후 선거가 있던 둘째주에는 하락세를 기록했고, 당선 직후 거래일(2016년 4월 14일)엔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잠잠하다가 뒤늦게 탄력이 붙은 테마주도 있었다. 대구(동구 을)에 출마해 압승이 유력했던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의 테마주(대주전자재료·삼일기업공사)는 선거운동기간엔 힘을 쓰지 못하다 당선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정치 테마주’가 당선 유력이든 그렇지 않든 일정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정치 테마주 투자를 멀리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을 땐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치 테마주는 변동성이 클 뿐만 아니라 주가도 시시각각 변한다”며 “주포로 불리는 세력을 따라가기 급급한 개인투자자의 섣부른 투자는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모멘텀이 있거나 공약과 연관성이 있는 테마주가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대부분 인맥으로 만들어진 ‘정치 테마주’의 끝이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고수익만 노리고 선거 직전 정치 테마주 투자에 나섰다간 차익 매물의 희생양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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