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태양광 사업 빛과 그림자

한화솔루션이 지난해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동안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리 밝지 않다. 한화솔루션의 발목을 잡는 악재와 변수들이 많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화 태양광 사업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역할도 살펴봤다. 김 부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냈지만 원료 부문 실적은 형편없었다.[사진=연합뉴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냈지만 원료 부문 실적은 형편없었다.[사진=연합뉴스]

“태양광 사업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빛을 발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부문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오자 이런 평가들이 나왔다. 과장이 아니다. 정말 ‘빛을 발했다’고 평가할 만했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 영업이익은 2235억원(내부거래 포함ㆍ이하 동일)으로 전체 영업이익(4153억원)의 53.8%를 기록했다. 

2018년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부문에서 1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주목할 만한 반등이다. 더구나 ‘한화솔루션(합병 전 한화케미칼)=태양광’이라는 등식을 대입해도 좋을 만큼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에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한화솔루션의 매출 중 48.6%도 태양광 부문에서 발생한다. 

이번 성과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참고 : 일부에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전략부문 부문장)이 “위기 속에서 책임경영을 통해 태양광 부문의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올해 초 한화솔루션으로 합병되기 전부터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사업에서 높은 영업이익(3분기 기준 1480억원 달성)을 기록하고 있었다. 김 부사장 역시 합병 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에 몸담고 있었다.] 

물론 손실을 기록한 당기순이익이 아쉽지만 호재로 받아들일 여지는 있다. 철수를 결정한 폴리실리콘 사업 관련 비용을 처리한 탓에 2489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화솔루션의 미래가치가 높다는 얘기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한화솔루션의 훌쩍 커진 미래가치만큼의 보상을 기대해도 괜찮으냐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악재와 변수가 숱하게 많아서다. 

보상 기대해도 될까

무엇보다 태양광 부문 실적이 개선된 것과 달리 원료(화학) 부문 실적은 여전히 신통치 않다. 일례로 지난해 원료 부문 영업이익은 1749억원(전체의 42.1%)에 그쳤다. 2017년과 2018년의 원료 부문 영업이익이 각각 6311억원과 3672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해마다 반토막씩 줄어든 셈이다. 원료 부문의 실적이 전체 매출(비중 30.4%ㆍ내부거래 포함)과 영업이익에 미치는 비중이 큰 만큼 원료 부문 실적 개선 없이 한화솔루션이 웃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원료 부문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화학산업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서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2022년까지 화학 산업은 코로나19 여파와 공급과잉에 따라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화솔루션에는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부문간 내부거래 매출은 3조1468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24.9%로, 2017년 1조5786억원에서 두배가량으로 늘어났다. 

자금 사정도 골칫거리다. 한화솔루션은 장단기 차입금만 6조3686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조3845억원의 만기가 올해 말이다.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3일 21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는데,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매수주문이 800억원(목표 물량의 38.1%)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한화솔루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는데, 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마저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밋빛 전망 어려워

관건은 태양광 사업이 숱한 악재들의 방파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고개를 흔든다. 저유가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태양광 발전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는 게 이유다. 손지우 애널리스트는 “저유가 국면, 경기침체에 따른 보조금 감소 가능성 등 태양광 사업에도 불안정한 요소가 꽤 많다”고 꼬집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태양전지의 원료인 웨이퍼 가격이 떨어졌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태양전지 모듈의 수출가격이 하락하고, 판매량이 둔화하는 등 좋지 않은 시그널도 많다”면서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분법 자회사(여천NCCㆍ한화종합화학ㆍ한화토탈ㆍ한화호텔앤리조트)들의 적자 압박도 커지고 있어 한화솔루션으로선 부담스러운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이 빛을 발한 건 맞지만 서광曙光(희망의 징조)까지 쏟아낸 건 아니란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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