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하자니, 버리자니… HDC현산 ‘딜레마의 늪’
아시아나 인수하자니, 버리자니… HDC현산 ‘딜레마의 늪’
  • 김정덕 기자
  • 호수 387
  • 승인 2020.05.04 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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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의 고민 M&A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 일정이 뒤로 밀렸다. 4월 30일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기하면서다. HDC현산은 “인수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한편에선 “누가 지금 항공사를 인수하고 싶겠느냐”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HDC현산이 출구를 찾을 수도, M&A 절차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HDC현산의 고민을 취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늦어지자, 인수 무산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늦어지자, 인수 무산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월 30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지난해 12월 27일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61.5%를 취득하겠다고 밝힌 날짜다. 하지만 4월이 다 지나간 지금도 인수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인수 완료 시점이 늦어진 만큼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에 관한 다양한 우려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HDC현산으로선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인수 절차가 미뤄지는 원인이 전적으로 HDC현산에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당초 HDC현산은 6개국(한국ㆍ중국ㆍ미국ㆍ러시아ㆍ터키ㆍ카자흐스탄)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고, 3000억원대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인수대금을 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최근 미국 정부도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5개국의 승인이 완료됐지만, 아직 러시아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자의적으로 인수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일정을 늦춘 적도, 일정을 미룬다고 말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점은 승인 절차가 거의 완료된 시점에서 HDC현산이 후속 절차를 적극적으로 준비했느냐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승인 절차와 별개로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 HDC현산의 일부 자금조달 계획이 일정대로 추진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 “상황을 보면 뒤늦게 가격 협상이나 인수 포기 등의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기업결합 승인 작업이 다 완료된다고 해도 인수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HDC현산의 해명에도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가 뭘까.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ㆍPandemic) 탓이다. 실제로 항공업계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출입국자 수가 크게 줄었다. 최근 3개월 입국자 수와 출국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1%, 55.9% 감소했다. 3월 감소율은 94.6%, 93.9%로 더 심각하다. 

세계 무역량 전망치도 밝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8.8%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세계 무역량은 32%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인수 의지나 절차와 무관하게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꺾일 만한 상황인 건 사실이라는 얘기다. 인수 후에도 얼마나 많은 자금을 아시아나항공에 쏟아부어야 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HDC현산이 출구를 찾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HDC현산은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불어나자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환기간 연장, 금리 인하 등 지원을 요청해왔다. 묵묵부답이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4월 21일 아시아나항공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 현금을 꺼내 쓸 수 있는 ‘한도 대출’ 형식의 지원책을 내놨다.

지원 규모는 산은이 1조2193억원, 수은이 4807억원으로 총 1조7000억원이다. [※참고 : 채권단의 금융 지원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거다. 하지만 이번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더 늘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4조577억원에 달한다. 인수 후 HDC현산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HDC현산이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받지 못한다.]

HDC현산이 M&A에서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상황에 몰린 건 이 때문이다. 러시아의 기업결합 승인 이후에도 인수 절차가 늦어진다면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짊어져야 할지 모른다.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4월 23일 기준 4조577억원이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4월 23일 기준 4조577억원이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HDC현산은 4월 29일 공시를 통해 4월 30일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예정일을 삭제하고 중요사항들을 변경했다. 흥미로운 건 주식 취득예정일을 뚜렷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결합심사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지나간 날(신주는 구주매각 다음 날) 또는 당사자가 합의한 날”로 모호하게 바꿨다.

HDC현산 판단 쉽지 않을 듯

그렇다고 HDC현산 입장에선 무작정 일정이 미뤄지길 바랄 수도 없다. 인수 절차가 늘어지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적 호재에도 HDC현산의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지난 4월 23일 HDC현산이 발표한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HDC현산의 1분기 매출은 1조38억원, 영업이익은 1364억원, 당기순이익은 1096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13.9%, 35.7%, 29.2% 늘었다. 하지만 주가는 4월 22일 1만8750원에서 23일 1만8600원, 24일 1만7500원으로 되레 떨어졌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어떤 조건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HDC현산의 주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인수 조건 변경이나 인수 자체의 진행 여부 등에 관한 불확실성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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