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공동기획-유후➌] 쓰지 않는 곳은 쓸 수 있는 곳이다
[가톨릭대 공동기획-유후➌] 쓰지 않는 곳은 쓸 수 있는 곳이다
  • 심지영 기자
  • 호수 410
  • 승인 2020.10.16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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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인터뷰 | 유후팀

도시에는 개발됐지만 제 용도로 쓰이지 못하거나, 개발계획조차 없이 버려진 공간들이 곳곳에 있다. 아무도 쓰지 않는 공간은 반대로 무엇이든 들어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톨릭대 유후팀(정영훈·이성민·염나경·장성민 학생)이 주위에서 찾은 유휴공간을 지역민과 청년 예술가를 위한 예술복합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나섰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설리빙랩’을 통해서다.

유후팀은 부천 자유시장 상인과 부천의 청년 예술가의 의견을 모아 필요한 공간을 구상했다. [사진=천막사진관]
유후팀은 부천 자유시장 상인과 부천의 청년 예술가의 의견을 모아 필요한 공간을 구상했다. [사진=천막사진관]

✚왜 유휴공간을 주제로 정했나요?
이성민 학생(이하 이성민) : “평소에 유휴공간을 종종 봤어요. 방치된 공간이 아깝다고 느꼈죠. 그런 곳들을 멋지고 예쁘게 바꾸고 싶었어요.”

장성민 학생(이하 장성민) : “유휴공간이라는 주제를 보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낙후된 곳을 유용한 곳으로 바꾸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평소 유휴공간에 관심이 있었나요?
장성민 : “고가도로 하부에 유휴공간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아이러니한 점은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안 쓰는 공간이 많다는 거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염나경 학생(이하 염나경) : “주거단지도 빽빽하게 들어서는 상황에 과연 빈 공간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막상 찾아보니 폐상가 등 버려진 곳이 많더라고요. 못 쓰는 자재가 널려있거나 벌레가 진을 치는 등 낙후된 곳이 너무 많았어요. 아까웠어요.”

정영훈 학생(이하 정영훈) : “부천시는 인구밀집도가 높고,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이 많아요. 평소에도 새로운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프로젝트의 대상이 된 부천 심곡고가교 밑 공간은 어떤 곳인가요?
염나경 : “부천 자유시장의 출구와 맞닿은 곳이에요. 660㎡(약 200평) 규모의 작지 않은 공간인데도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게 막혀 있죠. 시장과 연결된 데다 부천역도 가까워 유동인구가 꽤 많은 곳이에요. 입지를 생각하면 활용도가 높죠.”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요? 
이성민 : “우선 장소를 정하고 이를 어떤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논의했어요. 다른 지역 사례와 설문조사를 통해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알았죠. 구체적인 조성 계획을 세운 후에는 도시재생센터, 부천시 도시재생과 등 여러 기관을 방문했어요. 그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검토했죠.”

장성민 : “진행 과정에서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받았어요. 공공적 문화예술기업 ㈜노리단,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등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염나경 : “㈜노리단은 부천아트벙커 B39를 기획·운영하고 있어요. 원래 쓰레기 소각장이었다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곳이죠. 김승현 ㈜노리단 실장은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죠. 무엇보다 사람을 모을 프로그램이 중요하니까요. 조언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간조성 계획을 구체화했어요.” 

✚설문조사는 누구를 대상으로 했나요? 
장성민 : “부천의 예술전공 학생들과 부천 자유시장의 상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했어요.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해 예술가와 지역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죠.” 


 

유후팀이 꿈꾼 공간은 상상에 그쳤지만,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남았다. 사진은 유후팀이 만든 도면의 일부. [사진=유후 제공]
유후팀이 꿈꾼 공간은 상상에 그쳤지만,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남았다. 사진은 유후팀이 만든 도면의 일부. [사진=유후 제공]

✚설문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이성민 : “예술전공 학생들은 부천 내에 청년 예술가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어요. 작업실 비용이 만만치 않아 학교 강의실이나 동아리방을 전전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저렴한 비용으로 빌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사용하고 싶다고 했죠.”

정영훈 : “부천 자유시장 상인의 42%가 휴게공간이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시장 이용객의 연령대는 높은데, 휴게공간은 마땅히 없었죠. 상인의 27%는 문화공간을 원했어요.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해서죠.”

✚그래서 공간의 용도를 ‘청년예술복합공간’으로 정했군요. 계획대로 진행했나요?
장성민 : “음…. 그렇진 않아요. 실제로 작은 플리마켓이라도 열고 싶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불가능했어요. 청년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다목적 공간·휴게시설을 담은 도면을 제작하는 데 그쳤죠. 준비 시간도 턱없이 모자랐어요.” 

정영훈 : “코로나19 탓에 상인과 예술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어요. 예컨대 상인회와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토론회를 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죠.”

염나경 : “사실 도면을 그리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고가도로 아래에 펜스를 설치해 들어갈 수 없었거든요. 인터넷에서 지도로 면적을 측정해 대략 설계했죠. 부천시 도로교통과 등 관련 기관에 요청했지만 열어주지 않았어요. 안전상의 문제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진행하기 힘들었겠어요.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성민 : “실제 도시 공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기관의 협조가 필수였어요. 부천시 도시재생과, 도담 어울마당, 원미 도시재생센터 등 여러 유관기관을 방문했어요. 저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행정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을 세세히 검토해주셨어요. 여러 도시재생 사업 사례도 설명해주셨죠.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긴 어려웠어요.”

✚현실적인 문제라면?
이성민 : “도시재생 사업에 공모하거나 주민참여예산에 기획안을 올리는 것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기업이나 시민단체와의 협업 없이 우리의 힘으론 이루기 어려운 일이었죠. 운영은 누가 할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 현실의 벽이 높았어요.”

염나경 : “심곡고가교 밑의 관리주체가 모호한 것도 문제였어요. 부천시 도시재생과 안에서도 담당자를 찾을 수 없었죠. 고가도로 아래 지역은 행정구역도 애매했어요. 여러 기관에 문의했지만 어디서도 속 시원한 답을 얻기 힘들었죠.”

✚그럼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건가요?
장성민 : “그건 아니에요. 정식으로 사업 절차를 밟고 시장 상인들과 힘을 합쳤다면 할 수 있었을 거예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가능성을 봤어요.”

정영훈 :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절차를 밟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지역민의 의견까지 더한다면 우리가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거예요.”

이성민 : “유휴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무런 계획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우리의 제안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죠.”

✚프로젝트를 마친 소감을 들려주세요. 
정영훈 : “계획으로 끝나 아쉽지만,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지자체의 도시재생사업이 구획별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고요.”

이성민 :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유휴공간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됐어요.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주민과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염나경 :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가장 도움이 된 건 공간을 이용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거였어요. 저도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장성민 : “상상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어요. 우리가 만든 공간에 가는 건 상상으로 그쳤지만, 실현할 기회는 아직 있다고 생각해요.”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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