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프롬

영화 ‘더 프롬’은 심각하고 우울할 수 있는 얘기들을 재밌고 경쾌하게 풀었다.[사진=영화 ‘더 프롬’ 스틸이미지]
영화 ‘더 프롬’은 심각하고 우울할 수 있는 얘기들을 재밌고 경쾌하게 풀었다.[사진=영화 ‘더 프롬’ 스틸이미지]

미국의 졸업 문화를 모르면 ‘더 프롬(The Prom)’이라는 제목부터 이해하기 힘들다. ‘프롬’은 고등학교 졸업을 기념하면서 여는 댄스파티다. 미국인들은 이 졸업파티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한 후에 맞는 마지막 파티라는 의미가 있어서다. 

강제적인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룰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파트너를 데려와야 한다는 거다. 남녀 한쌍이 원칙이다. 상대는 동급생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상급생과 하급생은 물론 졸업생이나 외부사람도 된다. 그런데 인디애나주에 사는 여학생 엠마는 프롬 파트너로 남자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를 데려가길 원한다.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미국은 각 주마다 법과 문화가 다른데 인디애나주는 동성애에 보수적이다. 결국 학교 학부모위원회가 동성애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프롬을 취소해 버린다. 그러자 동성애자로서의 비난과 프롬 취소의 원인제공자로서의 비난이 겹쳐 엠마는 왕따 신세가 돼버린다. 

그러던 중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배우들이 이 얘기를 SNS로 접한다. 유명한 배우들이지만 주요 언론과 비평가들은 그들의 새 뮤지컬을 혹평한다.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동성애자임을 밝힌 여학생을 돕기로 한다. 

하지만 배우들은 진정성이 없다. 엠마는 자신들의 명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당연히 대중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야 엠마가 느낀 차가운 시선을 동감한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엠마를 돕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뒤를 돌아본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시작된 후 15분 정도만 지나면 대략적인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동성애라는 소재는 일반인들에겐 불편한 소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더 프롬’은 관객을 끝까지 자리에 앉혀 놓는 힘이 있다. 동성애에 관한 편견과 사회로부터의 차별 등을 억지 울음이 아닌 밝고 경쾌한 대사와 뮤지컬을 통해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왕따를 당하는 엠마의 상황조차 경쾌하게 풀어 놓는다. 영화가 종반에 다다를 무렵, 밀려오는 감동이 그래서 더 짠할지 모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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