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타버린 흔적
생이 타버린 흔적
  • 심지영 기자
  • 호수 423
  • 승인 2021.01.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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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뮤지컬 ‘스모크’는 천재 시인 이상의 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뮤지컬 ‘스모크’는 천재 시인 이상의 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바다로 가려는 초超와 해海. 둘은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유한 집안의 딸 홍紅을 납치한다. 천진한 성격의 해는 납치가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바다를 향한 열망으로 초에게 동조한다. 초가 홍의 몸값을 얻어내기 위해 전보를 치러간 사이, 해는 괴로워하는 홍을 풀어준다. 홍은 해에게 다가가 “나를 모르겠냐”며 말을 건다. 돌아온 초는 홍과 해가 가까워진 것을 보고 화를 낸다. 갈등이 이어지면서 초와 해, 그리고 홍 사이에 숨은 관계도 드러난다.

뮤지컬 ‘스모크’는 난해하지만 개성 있는 작법으로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천재’로 불리는 시인 이상의 시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2016년 트라이아웃 공연, 2017년 초연, 2018년 재연에 이어 2020년 세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재연 당시 확 바뀐 무대와 정교해진 스토리로 37회 매진을 기록해 창작뮤지컬계에서 화제의 작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작품은 초·해·홍 세 인물을 통해 이상이라는 한 사람을 묘사한다. 시대를 앞서나간 천재성,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하는 예술가의 절망,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은 염원과 희망을 각각의 캐릭터로 표현한다. ‘스모크’라는 제목은 천재 시인 이상의 생이 타버린 흔적을 뜻한다. 작품 전반에 ‘오감도’ ‘날개’ ‘거울’ 등 한국 근대 문학사에 획을 그은 이상의 시들을 담았다. 반구 형태의 무대에 시 구절을 담은 영상과 레이저빔을 사용하는 등 감각적인 무대 연출은 작품의 예술적인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시를 쓰는 고독한 남자 초 역할은 김재범·에녹·김경수·임병근·장지후가 맡았다. 죽고 싶지만 죽지 못하는 현실에서 끝없이 괴로워하는 초를 5명의 배우가 각자의 색으로 연기한다. 그림을 그리는 순수한 소년 해 역할엔 강찬·최민우·김태오·강은일이 캐스팅됐다. 소년미 넘치는 모습과 달리 애절하고 절절한 음색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역할이기도 하다. 

초·해와 함께 고통을 견디는 홍 역할은 장은아·이정화·허혜진이 연기한다. 홍은 초나 해와 달리 생의 고통을 인정하고 감내하는 삶의 의지가 가득한 인물이다. 강인하지만 따뜻한 홍 역할을 맡은 세 배우는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이상의 시처럼 미스터리하지만 매력적인 뮤지컬 스모크는 2월 2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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