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작업 막바지
체질 개선 단기간에 어려워
해상풍력 세계시장 뚫을까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마지막 고비로 꼽혔던 두산인프라코어 소송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매각에 탄력이 붙을 공산이 커졌다.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꺼내든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이행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사업체질을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느냐다.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취재했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사업체질 변화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사업체질 변화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그룹은 지난해 4월 채권단에 손을 내밀었다.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수혈받은 두산중공업은 급한 불을 끄는 덴 성공했지만 갈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었다. 자립 능력을 잃은 두산중공업을 이대로 두면 언제 다시 유동성 위기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5조1600억원(2020년 3분기 별도 기준)으로 여전히 많았고, 수익창출 능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일례로 2019년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한창 잘나가던 2012년 때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런 두산중공업이 살아나기 위해선 두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재무구조’와 ‘사업체질’을 개선하는 거였다. 두산그룹도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양길에 접어든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대신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쉽지 않은 과제였다. 업계에서도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작업이 순탄치 않을 거란 평가가 잇따랐다.
 
■전제❶ 재무구조 개선 =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월, 경영정상화를 논하기엔 이른 시기임에도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모두 팔아치운 두산그룹은 자구안 목표 3조원 중 2조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참고 :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타워(8000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711억원), 모트롤BG(4530억원), 두산솔루스(6985억원)를 매각했다.]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마지막 열쇠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걸림돌로 꼽혔던 우발채무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공산이 커졌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지주ㆍ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두산인프라코어(지분 35.41%) 매각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런데 문제가 한가지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재무적투자자(FI)와 2015년 11월부터 5년여간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 매각을 둘러싼 소송이었는데, 두산인프라코어가 소송에서 진다면 FI가 보유한 DICC 지분 20%를 7093억원에 사들여야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예상 매각가는 약 8000억원이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7093억원을 배상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900억원에 불과했다. 

 

두산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지난 1월 14일 대법원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주면서 우려가 해소됐다. 일부에선 “FI에겐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DICC 지분까지 동반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ㆍDrag Along)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동반매도청구권 이슈는 양사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고, 이를 감안해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를 털어낸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두산그룹은 앞서 확보한 자금과 함께 총 3조여원을 마련할 수 있다. 5조원에 달하는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시장성 차입금을 만기연장이 수월한 은행권 차입금으로 차환했다. 시장의 평가처럼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전제❷ 사업체질 개선 = 그렇다면 두산중공업의 사업체질 개선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앞서 말했듯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을 선언했다. 그 중심엔 해상풍력ㆍ가스터빈ㆍ소형모듈원전(SMR)ㆍ수소가 있다. 문제는 사업체질은 재무구조처럼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들은 성과가 나타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19년 세계에서 5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대형 가스터빈은 이제 막 실증 단계에 돌입했다. 2022~2023년은 돼야 실증이 끝나는데, 실적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는 그 이후에나 가늠해볼 수 있다. 수소사업 역시 자회사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를 제외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그나마 SMR과 해상풍력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두산중공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의 SMR 설계회사 뉴스케일파워가 이르면 2022년께 SMR 설비를 발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실제 발주가 이뤄질 경우 최소 13억 달러(약 1조4365억원) 규모는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상풍력도 기대치가 높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30년 해상풍력발전 설치용량이 14GW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2025년까지 해상풍력 매출을 1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엔 해상풍력 발주가 주춤했지만 올해부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SMR이든 해상풍력이든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리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해상풍력ㆍ가스터빈ㆍSMR 모두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임에 분명하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예컨대, 풍력은 덴마크의 베스타스, 미국 GE, 독일 지멘스가 세계 시장을 꽉 잡고 있다. 기술력도 두산중공업의 우위에 있다. 두산중공업이 실증에 들어간 가스터빈도 마찬가지다. 실증을 무사히 마치더라도 GE, 지멘스, 일본 MHPS 등이 버티고 있는 세계 시장을 뚫는 건 쉬운 과제가 아니다.

물론 두산중공업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두산중공업의 자구안 이행 속도는 꽤 빠른 편이다. 설익은 낙관론도, 섣부른 비관론도 경계해야 할 때란 얘기다. 두산중공업은 경영정상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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