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 재무구조 개선 작업 막바지
이제 신사업 육성에 총력 기울여야
하지만 언제쯤 성과 낼지는 미지수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두산중공업이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수혈받은 긴급운영자금 3조원을 내년 초엔 모두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점으로 꼽혔던 재무건전성도 부쩍 좋아졌다. 한편에선 “더이상 떨어질 곳 없는 두산중공업이 반등할 일만 남았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반등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내년 초엔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수혈받은 3조원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 초엔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수혈받은 3조원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6월 두산그룹과 채권단이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특별 약정(MOU)’을 체결한 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당시 채권단은 유동성 위기를 맞은 두산중공업에 3조원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하고, 두산그룹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3년(2023년 6월) 안에 모두 상환할 것을 약속했다.[※참고: 수출입은행이 6000억원 상당의 외화채권을 차입금으로 전환해준 것까지 포함하면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총 3조6000억원가량이다.]

현재 채권단으로부터 수혈받은 3조원 중 갚지 못한 차입금은 9470억원(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두산솔루스ㆍ두산타워 등 핵심 자산을 잇따라 매각한 결과다. 벌써 전체 차입금의 3분의 2가량을 갚은 셈인데, 잔금을 모두 상환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자금 조달 계획을 이미 마련해놨기 때문이다. 

우선 두산중공업 자회사 두산건설의 매각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투자목적회사 더제니스홀딩스에 두산건설 지분 54.0%를 25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오는 22일 거래가 마무리된다. 

유상증자도 계획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내년 3월 4일 1조5000억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는데, 그중 7000억원은 채무상환에 쓰고 나머지 8000억원은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두산건설 매각 대금 2500억원과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7000억원을 모두 채권단 차입금을 갚는 데 쓰면 잔금 9470억원을 모두 상환할 수 있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내년 초엔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MOU를 끝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당초 목표였던 두산중공업의 재무건전성도 어느 정도 개선됐다. 채권단 수혈을 받기 직전인 2019년 230.2%(이하 별도 기준)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149.5%로 낮아졌다. 내년께 차입금 상환에 나서면 부채비율은 더 낮아진다. 그 덕분에 2018년 이후 3년 연속 순손실을 내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올해는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두산중공업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적은 별로 없었다”면서 “(그동안 순손실을 기록한 건) 부채가 많아 이자부담이 컸던 것인데, 이번에 구조조정하면서 빚을 많이 탕감했기 때문에 리스크가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올 3분기 누적 12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551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걸 감안하면 1년 새 여건이 크게 개선된 셈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안고 있는 과제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신사업 육성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더라도 신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참고: 두산중공업은 수익창출 능력이 썩 좋지 않다. 연결 실적 내에서 두산중공업의 별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더구나 그룹 내에서 견고한 수익성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신사업이 언제쯤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석탄화력ㆍ원자력 중심이었던 사업 구조를 해상풍력ㆍ수소터빈ㆍ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최형희 전 두산중공업 대표가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까지 확대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고 언급한 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참고: SMR은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ㆍ경제성이 높고 적은 면적에도 건설할 수 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나름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가시적인 실적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먼저 해상풍력 사업에서 국내 최초로 5.5㎿급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개발했다. 내년엔 8㎿급 모델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4월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단지인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100㎿ 규모의 기자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만, 사업 규모가 2000억원으로 아직 크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까지 올라온 것도 아니다. 덴마크 베스타스(Vestas), 독일 지멘스(Siemens) 등 기술력과 노하우ㆍ규모를 고루 갖추고 있는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들 기업은 이미 10~12㎿급 해상풍력 터빈의 상용화를 마치고 현재 15㎿급 터빈 기술의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국내 시장에서 충분한 경험과 실증을 쌓아야 하지만 아직 발주량이 많진 않다”고 지적했다.

 

수소터빈은 좀 더 미래의 얘기다. 두산중공업의 로드맵에 따르면 우선 2024년까지 5㎿급 소형 수소터빈을 개발한다. 계획대로 개발에 성공해도 실증을 거쳐 상용화하기까진 수년이 더 걸린다.

SMR 사업은 매출이 제로이긴 하지만 상황이 나쁜 건 아니다. 미국 원전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급물량을 확보해둔 상황이다. 하지만 뉴스케일파워가 언제 발주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최진명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SMR 사업을 착실히 준비해왔는데, 이제 성과를 낼 시기가 됐다”면서 “2022~2023년쯤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두산중공업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에선 두산중공업을 두고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고 말한다. 주력 사업인 석탄화력발전과 원전 사업은 이미 내려갈 만큼 내려갔고, 악화된 재무구조도 손봤으니 이제 반등할 일만 남았다는 거다. 하지만 관건은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는 점이다. 두산중공업,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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