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세번째 이야기 라비타
복합쇼핑몰 시대의 대안
소상공인 생존 아이디어

바야흐로 ‘복합쇼핑몰’ 시대다. 유통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복합쇼핑몰을 건설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본도 공간도 많이 필요해서다. 그렇다면 작은 기업은 ‘복합쇼핑몰’ 사업을 쳐다봐선 안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일본 도쿄의 ‘라비타(La Vita)’는 소형 복합쇼핑몰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일본 라비타는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이 벤치마킹할 게 많다.[사진=김영호 제공]
일본 라비타는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이 벤치마킹할 게 많다.[사진=김영호 제공]

소형 복합쇼핑몰 비즈니스를 들어 본 적 있는가. 십중팔구 ‘생소한 이야기’라고 말할 거다. 하지만 일본엔 소형 복합쇼핑몰이란 신기한 모델로 승승장구하는 곳이 있다. 도쿄 ‘지유가오카’에 있는 ‘라비타(La Vita)’다. 여기에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힘을 모아 복합쇼핑몰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일단 ‘라비타’가 어떤 쇼핑몰인지부터 알아보자. 라비타의 모티브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다. 이 때문인지 쇼핑몰 중앙에는 20m에 이르는 작은 운하와 곤돌라, 베네치아 다리, 시계탑, 정통 이탈리아 건축물 등이 있다. 

라비타의 또다른 특징은 ‘수로水路’다. 필자가 이를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라비타의 아름다움은 수로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라비타를 설계한 이는 마치 물과 빛의 향연을 충분히 보여주는 걸 목표로 삼은 것 같다. 물에 비친 달빛과 본인 얼굴을 보면서 사람들은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수로를 오가는 오리를 보면 한적한 시골에 온 느낌도 든다.” 

라비타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작지만 알찬’ 콘셉트다. 크기가 660~990㎡(약 200~300평)밖에 되지 않는 라비타는 아담한 건물들이 맞닿아 있다. 여기엔 수많은 소상공인이 둥지를 틀고 있는데, 입점한 숍은 패션ㆍ도기ㆍ인테리어ㆍ유리제품ㆍ생활잡화ㆍ애견용품 등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숍 덕분인지 ‘라비타’는 쇼잉(showing), 레스팅(resting), 쇼핑(shopp ing)이란 복합쇼핑몰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소비자에게 이것저것을 보여줌(showing)과 동시에 쉴 장소를 제공하고(resting), 다양한 쇼핑거리(sho pping)도 제공한다. 

필자가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이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라비타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라비타가 작은 크기를 극복하는 비법은 또 있다. 인근에 있는 마을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라비타 근처엔 ‘지유가오카’란 지역이 있다. 


이곳은 일본 도쿄의 부자들이 몰려 살고 멋쟁이 고급점포가 즐비한 대표적 부촌富村이다.[※참고: 지유가오카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전까지는 주택가였지만 1928년 ‘지유가오카’라는 학교가 설립되면서 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유가오카’는 반나절이면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지역이지만 매력이 넘친다. 서울로 따지면 청담동 혹은 가회동 같은 분위기다. 이 지역 곳곳에도 라비타처럼 1500여개의 크고 작은 스토어가 둥지를 틀고 있다. 그냥 작은 스토어들이 아니다. 아기자기한 소품점, 잡화점, 인테리어점, 빈티지숍, 앤티크숍 등이 고즈넉한 마을 사이사이에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다. 

라비타 숍을 지나 이곳의 숍에 도착하면 말 그대로 ‘예쁜 보물창고’를 구경한 느낌이 들 것이다. 마치 어렸을 때 술래잡기나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 말이다. 작은 골목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이 골목 저 골목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라비타의 모티브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다.[사진=김영호 제공]
라비타의 모티브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다.[사진=김영호 제공]

이처럼 숍과 숍을 밖을 통해 연결하면 소비자의 구매 저항이 현저하게 약해진다. 구매뿐만 아니라 가치소비를 했다는 만족감도 줄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라비타나 지유가오카를 통해 배웠으면 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자생력 없는 지방경제를 살릴 수 있는 묘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유가오카를 가는 방법을 살짝 공유하면, 도쿄 시부야역에서 도쿄도요코선東北東橫線을 타고 여섯 정거장을 가면 지유가오카역이 나온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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