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와 오프라인

코로나19가 유통 시장을 흔들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프레임이 파괴되고 온라인과 배송 중심의 ‘뉴노멀’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 트렌드는 오프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존 문제와도 결부되는 중요한 변화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은 정말 ‘종언’을 고하고 있는 걸까.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주연 자리에서 내려온다고 배우 생명이 끝나는 게 아니듯 오프라인에도 ‘명품 조연의 길’이 있다”고 말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가야 할 오프라인의 길을 취재했다. 김영호 대표가 제언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유통 시자으이 변화를 가속화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는 유통 시자으이 변화를 가속화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유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업체들 간 배송 전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불시에 찾아온 코로나19는 이런 변화를 가속화했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건 오프라인 매장이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둘 모습을 감추고 있거나, 또 그럴 전망이다. 

오프라인 유통 경영의 주요 3요소는 ‘매장’ ‘상품재고’ ‘판매원’이다. 그동안 필자는 이 3요소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자의 이런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마뜩잖게 반응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맞아, 그렇게 될 거야”라는 확신에 찬 반응들로 바뀌고 있다.

■‘주연’ 오프라인의 변신 = 오프라인 매장이 모조리 사라진다는 건 아니다. 경쟁력 없는 매장이 사라질 거란 얘기다. 새롭게 변화하는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시대에 걸맞은 비즈니스를 갖추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매장들은 경쟁에서 뒤처져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마저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생존하는 오프라인 매장도 더 이상 전통적인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종의 신뢰 제공의 공간 또는 물류배송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존재하면 매장엔 재고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샘플 몇개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 공간은 고객을 위한 휴게공간이나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노드스트롬 로컬(Nordstrom Local)처럼 말이다. 

노드스트롬 로컬은 미국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의 재고 없는 매장이다. 그곳엔 탈의실만 있다. 옷을 입어볼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 바로 구입하진 못한다. 고객들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받거나, 맘에 들지 않는 상품을 반품하는 일이다. 매장에서 옷을 직접 살 순 없지만 대신 고객들은 그곳에서 네일아트 서비스를 받거나 매장에 있는 바에서 와인이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노드스트롬 로컬 같은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이 등장한 건 앞으로 비슷한 매장들이 많이 생길 거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는 안테나숍이나 팝업스토어 같은 것 말이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고, 온라인 매장의 이벤트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될 것이다. 할인점(대형마트)도 매장 인근의 고객들을 위한 긴급배송 시스템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오던 전통적인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은 찾아보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 판매원 혹은 큐레이터 =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원도 마찬가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선 판매원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 나오긴 하지만 과해 보인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역할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 간 접촉을 꺼리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도 필수 판매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판매원 역할은 조만간 로봇이 대체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어떤 판매원이 필요할까. 

앞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을 위한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선 오프라인 판매원 또한 온라인 VIP 고객을 위한 큐레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일종의 고급 영업사원이다. 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원이 사라질 거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각종 ‘페이(pay)’를 사용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각종 ‘페이(pay)’를 사용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현금의 후퇴 = 유통 시장에서 사라지는 게 어디 매장, 재고, 판매원뿐일까.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면서 ‘현금’이라는 개념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각종 ‘페이(pay)’를 사용하고 있다. 현금을 대체하는 결제 수단으로 현금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동전은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지금 당신의 지갑 속에서 굴러다니는 동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골동품상에서 고가로 팔릴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사라졌고, 많은 것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겪어야 할 변화들이 코로나19로 조금 빠르게 찾아온 셈이다. 누군가에게 이 시기가 위기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일 수도 있다. 그동안 유통 시장을 지배했던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명맥이 이어질 수도, 끊길 수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오프라인은 어떻게 변화를 꾀할까. 유통전문가에게도 흥미로운 의문이 아닐까 싶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