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셉템버팀의 흥미로운 제안
할머니의 지혜를 장바구니에

코로나19 국면에서 성장한 업종이 있다. 배달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많은 이들이 ‘배달’을 받아들였고, 몇몇 유통채널은 수혜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이번에도 뒤로 밀렸다. 전통시장 배달앱이 론칭되긴 했지만 활성화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을 꿰뚫어본 가톨릭대 셉템버팀은 전통시장 배달수요를 노인의 노동력으로 감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슬로건은 ‘할머니의 지혜를 장바구니에 담아 고객의 손에’이다.

전통시장 배달앱 아이디어를 만든 셉템버팀의 임태윤·이가록·임형준 학생(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전통시장 배달앱 아이디어를 만든 셉템버팀의 임태윤·이가록·임형준 학생(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 프로젝트의 내용이 꽤 창의적이고 재미있어요.
임태윤 학생(이하 임태윤) : “저희도 처음엔 전통시장에 접목할 단순 배달앱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네이버 장보기, 놀장, 장봐요 등 전통시장 전문 배달앱들이 이미 있더라고요.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노인 일자리 문제에까지 이르렀죠. 사실 기획 단계부터 쉽지는 않았어요. 몇번을 엎었다가 다시 기획했는지 몰라요.”

✚ 프로젝트는 현재 어느 정도나 진행됐나요? 벌써 시범사업 얘기가 들리던데요. 
임태윤 : “아직 준비단계라 얼마만큼 진도가 나갔다고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워요. 시범사업도 구체화한 건 없어요. 현재는 공모전을 준비 중입니다. 공모전 당선상금을 통해 사업예산을 확보하려고요. 배달앱을 만들려 해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거든요.”

이가록 학생(이하 이가록) : “우리 셋은 동갑인데 군대 다녀와서 현재 모두 3학년이에요. ‘부탁해YO 할매’를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할 것이냐 아니면 졸업 후 기업에 취업을 할 것이냐에 고민이 있어요. 현시점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면 휴학을 하고 뛰어들어야 하는데요. 여러 논의가 필요해요.” 


✚ 노인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집안에 노인들이 계셔서인가요?
임형준 학생(이하 임형준) : “저는 할아버지·할머니보다 부모님이 먼저 떠올랐어요.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시거든요. 퇴직 이후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노인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이가록 : “저는 할머니와 같이 살아요. 우리 할머니는 연세가 83세이신데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노노케어 중 하나인 말벗서비스에 참여하고 계세요.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연세에도 뭔가를 하고픈 의지가 있으시구나’라는 걸 느꼈죠. 저는 가끔 할머니·엄마와 함께 시장엘 가는데요. 아직도 엄마는 장보는 도중 할머니께 이것저것 물어보세요. 그걸 보면서 할머니의 장보기 노하우가 유용하다는 힌트를 얻었죠.”

✚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배달업체가 많이 생겼어요. 경쟁 부담은 없나요?
임태윤 : “아직까지 전통시장 배달은 그리 활성화하지 않았어요. 전문업체도 많지 않고요. 상인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배달 니즈가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전망은 괜찮아요.”


✚ 그래도 놀장이나 네이버 장보기 같은 전통시장 전문 배달앱이 이미 나온 상태잖아요. ‘부탁해YO 할매’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임형준 : “아시다시피 저희는 노인의 지혜와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게 큰 차별점이고요. 소포장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어요. 소비자에게 물어보니, ‘전통시장에 가면 대량구매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시더라고요. 저희는 파 반단이나 오이 한두개까지 포장배달이 가능해요. 그렇게 상인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예요. 여기에 더해 반찬·식재료 정기구독 서비스도 준비 중이고요.”


✚ 주요 타깃층은 누구인가요.
임태윤 : “20대 1인 가구와 40~60대 맞벌이 부부예요. 20대 1인 가구는 장보기에 미숙하고 중장년층 맞벌이 부부는 일하느라 장 볼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노인을 활용한 배달서비스가 이런 분들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으리라 봤어요. 이 연령층을 주요 타깃으로 한 또 다른 이유는 접근성이에요. 20대는 배달앱에 접근성이 가장 좋아요. 40~60대는 전통시장 이용률이 가장 높고요.”


✚ 30대가 타깃층에서 빠졌는데, 그분들이 서운해할 수도 있겠어요(웃음).
이가록 : “30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임형준 : “배달료는 건당 3000원으로 책정했어요. 여기에 민간형 노인 일자리 정부지원금(1인당 연 267만원)을 더하면 수익성 있는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봐요.”


✚ 정부지원금을 염두에 뒀다면 노인의 장기 고용이 어렵지 않나요? 민간형이라 해도 정부지원금을 받는 일자리는 1년마다 계약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요. 
임태윤 : “운영을 잘해서 흑자를 내면 정부지원금 없이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봐요. 그러면 장기 고용이 가능하겠죠. 자체 분석상 3년 차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한 듯해요.”


✚ 프로젝트 기획서를 들고 시장 상인들을 처음 만났을 때가 궁금해요. 어떤 반응이었나요? 
임형준 : “인터뷰를 안 하려는 분,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분 등 반응은 다양했어요. 그래도 차분히 사업 설명을 드리니 많은 분이 ‘배달수요만 있다면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생각을 바꾸시더라고요.”


✚ 각각의 아이템에도 다르게 반응했을 것 같은데요. 
임형준 : “맞아요. 일례로 많은 분이 소포장에 관심을 보이셨지만 꺼리는 분도 없지 않았어요.”


✚ 그럴 땐 어떻게 했나요? 
임형준 : “아이템에 부정적인 분들껜 최근의 트렌드를 알려드렸어요. 예를 들면, 1인 가구 증가 추세 같은 거요. 자세한 설명을 들으시면 또 생각을 바꾸시더라고요. 모든 건 역시 발품이었어요.”


✚ 제가 봤을 때 ‘부탁해YO 할매’에서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는 ‘상품선별사 할머니가 대신 장을 봐준다’는 콘셉트 같아요. 하지만 이분들도 사람이다 보니 시간 지나면 기계적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충 장을 본다든지 하는….
이가록 : “맞아요. 그것뿐만 아니라 상인들과 암묵적인 커넥션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어요. 예컨대 친한 가게에만 계속 간다든지, 이런 일들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평점 제도를 도입하려 해요. 성실해서 평점이 좋은 어르신께는 인센티브를 드리는 거죠.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

✚ 장 보고 배달하는 노인 일터이다 보니 안전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어요. 
임태윤 : “안전교육을 사전에 충분히 진행할 계획이에요. 배달앱 사용법도 알려드릴 거고요. 상품선별사 할머니들은 시장 내에서만 안전하게 움직이시게끔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운전하시는 할아버지는 70세 이하로 제한을 두고요. 시장 내 빈 가게나 유휴공간을 활용해서 쉼터도 만들 생각이에요.”


✚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네요. 
임형준 : “시장 상인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너희같이 (시장을 변화시키겠다며) 이것저것 물어보던 사람들이 이전에도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너희가 바꿀 수 있겠냐’ ‘학생들이니까 잠깐 하는 척하다 가는 것 아니냐’라는 의구심을 가지시더라고요. 이런 분들을 설득하며 인터뷰하는 건 난제를 푸는 것 같았죠.”


이가록 : “수업시간에 많은 시뮬레이션(가정)을 했어요.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거다’ ‘저렇게 하면 저런 문제가 발생할 거다’ 등등. 교수님이 제동을 거셨죠. ‘가정만 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 검증해라’ ‘전문가 찾아가 인터뷰도 해라’ 이렇게 말이죠.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직접 찾아가기 힘든 상황이 많이 생겼어요. 이를 극복하며 검증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임태윤 : “‘이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 진행하다 어느 지점에서 멈추는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학생이다 보니 취업이냐 창업이냐 과도기에 서 있잖아요. 아이디어가 좋아도 현실을 생각하면 실행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초기엔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나중엔 이도 저도 안 되는 경우도 생기고요.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좀 아팠죠.”

유두진 더스쿠프 전문기자
ydj12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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